헌혈자와 수혈자의 만남..."나에게 헌혈은 저축"
한국백혈병환우회, 방송인 김미화씨 진행으로 일곱 번째 헌혈톡톡콘서트 열어
사람들에게 헌혈은 어떤 의미일까? 아픈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는 자발적인 헌혈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영화예매권이나 치약, 우산, 화장품 등과 같은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간혹 있을 테지만 기본적으로 선한 마음의 표현이다. 여기, 헌혈은 자신에게 배터리와 마찬가지라는 사람들이 모였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헌혈을 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수혈 받은 경험이 있는 백혈병 환우들과 함께 만났다.
나에게 헌혈은 OO이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진행으로 '헌혈톡톡콘서트'가 열린 지 벌써 7년째다. 헌혈을 한 사람들과 그 수혜자인 환자들이 일 년에 한 번씩 모여 공연을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 헌혈톡톡콘서트는 11월 26일에 김미화씨가 운영하는 카페 호미 2호점 '까사데호세'에서 열렸다. 김미화씨 부부는 이날 참가한 80여 명의 헌혈자와 수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음식을 직접 준비하고 서빙하기도 했다.
"저에게 헌혈은 저축입니다. 평소에 조금씩 저축을 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8년 전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식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백혈병 환자들이 수혈을 많이 받는데 저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헌혈뿐만 아니라 골수기증에 대해서도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대장정을 했는데 내년에도 할 생각입니다."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지금의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한 후 결혼에 성공했다는 이운영 씨는 이름 모를 기증자의 골수를 기증받아 한 달 만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같은 병실에 있던 친구는 기증자가 없어서 1년 6개월 동안 항암치료만 받으면서 버텨야 했다"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낯모르는 이에게 골수를 기증받아 건강해진 그가 생각하는 헌혈의 의미다.
분당에서 온 안창현씨는 200회나 헌혈한 경험이 있다. 대다수 헌혈자들이 10대나 20대의 학생이나 군인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30대인 안씨가 계속해서 헌혈을 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29살에 해병대에 갔는데 그때부터 헌혈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게 된 것이 어느덧 200회나 되었네요. 저에게 헌혈은 의무나 다름없어요. 헌혈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백혈병 환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헌혈증서도 계속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안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그간 모아온 헌혈증서를 백혈병환우회에 전달했다. 이렇게 모아진 헌혈증서는 백혈병 환우들이 수혈할 때 요긴하게 쓰이게 된다.
헌혈 기념품, 약일까 독일까?
헌혈을 여러 번 한 사람일수록 자발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헌혈을 하고 나면 영화예매권을 주고 있는데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헌혈 기념품, 약일까 독일까? 진행자인 김미화씨는 참석자들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대체로 헌혈한 후 기념품을 주지 않으면 헌혈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안기종 대표는 "처음에는 다 순수한 마음으로 한다. 하절기나 동절기에 헌혈해 달라는 방송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럴 때는 영화예매권을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씩 제공한다. 용돈이 부족한 10대들에게는 꽤 큰 유혹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혈할 때 자발적으로 하는 토대가 아직 부족하다.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헌혈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미화씨는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영화예매권 대신 다른 기념품을 주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피규어를 기념품으로 제공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둘리 같은 캐릭터나 아이돌 그룹 피규어를 잘 제작해서 기념품으로 주면 좋을 것 같다. 그걸 모으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일회성으로 소모하는 영화예매권보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백혈병환우회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음악인들이 무대에 섰다. 재즈밴드 잼잼의 여성보컬인 이지운씨는 무균차량 클린카 운전봉사를 하는 이충호씨의 딸이다. 잼잼 밴드는 "외부에서 하는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백혈병 투병 이후 환우회에서 봉사하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오늘 무대에 섰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무대에 선 유진혁씨는 고등학교 때 백혈병 발병 후 골수이식을 받고 건강해져 가수의 꿈을 꾸고 있다. 백혈병환우회 행사에서 여러 차례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 환우회 회원들에게는 이미 스타다. 유씨는 "가수의 꿈을 갖고 보컬 레슨에만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악기도 배우면서 역량을 넓히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미화 씨는 콘서트를 마무리 하면서 "이렇게 헌혈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콘서트를 준비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러 흔쾌히 와 주시고, 특히 관객으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수상한 시절이지만 이렇게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만큼은 우리가 오늘 들은 노래와 밖에 내리고 있는 눈처럼 잔잔하고 평화롭다"고 이야기했다.
나에게 헌혈은 OO이다.
▲ 한국백혈병환우회는 11월 26일, 카페 호미 2호점 ‘까사데호세’에서 방송인 김미화 씨의 진행으로 일곱 번째 헌혈톡톡콘서트를 열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저에게 헌혈은 저축입니다. 평소에 조금씩 저축을 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8년 전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식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건강해졌습니다. 백혈병 환자들이 수혈을 많이 받는데 저 역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헌혈뿐만 아니라 골수기증에 대해서도 홍보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대장정을 했는데 내년에도 할 생각입니다."
헌혈톡톡콘서트 무대에서 지금의 아내에게 사랑 고백을 한 후 결혼에 성공했다는 이운영 씨는 이름 모를 기증자의 골수를 기증받아 한 달 만에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같은 병실에 있던 친구는 기증자가 없어서 1년 6개월 동안 항암치료만 받으면서 버텨야 했다"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낯모르는 이에게 골수를 기증받아 건강해진 그가 생각하는 헌혈의 의미다.
분당에서 온 안창현씨는 200회나 헌혈한 경험이 있다. 대다수 헌혈자들이 10대나 20대의 학생이나 군인이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30대인 안씨가 계속해서 헌혈을 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29살에 해병대에 갔는데 그때부터 헌혈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게 된 것이 어느덧 200회나 되었네요. 저에게 헌혈은 의무나 다름없어요. 헌혈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백혈병 환우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서 헌혈증서도 계속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날도 안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그간 모아온 헌혈증서를 백혈병환우회에 전달했다. 이렇게 모아진 헌혈증서는 백혈병 환우들이 수혈할 때 요긴하게 쓰이게 된다.
▲ 참가자들은 ‘헌혈은 OO이다’라는 질문에 ‘저축, 배터리, 귤, 생명’이라는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헌혈 기념품, 약일까 독일까?
헌혈을 여러 번 한 사람일수록 자발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헌혈을 하고 나면 영화예매권을 주고 있는데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헌혈 기념품, 약일까 독일까? 진행자인 김미화씨는 참석자들에게 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대체로 헌혈한 후 기념품을 주지 않으면 헌혈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안기종 대표는 "처음에는 다 순수한 마음으로 한다. 하절기나 동절기에 헌혈해 달라는 방송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럴 때는 영화예매권을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씩 제공한다. 용돈이 부족한 10대들에게는 꽤 큰 유혹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혈할 때 자발적으로 하는 토대가 아직 부족하다. 기념품을 제공하지 않으면 헌혈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미화씨는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영화예매권 대신 다른 기념품을 주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피규어를 기념품으로 제공한다면서 "우리나라도 둘리 같은 캐릭터나 아이돌 그룹 피규어를 잘 제작해서 기념품으로 주면 좋을 것 같다. 그걸 모으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일회성으로 소모하는 영화예매권보다 더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라고 의견을 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백혈병환우회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음악인들이 무대에 섰다. 재즈밴드 잼잼의 여성보컬인 이지운씨는 무균차량 클린카 운전봉사를 하는 이충호씨의 딸이다. 잼잼 밴드는 "외부에서 하는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백혈병 투병 이후 환우회에서 봉사하시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오늘 무대에 섰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서 무대에 선 유진혁씨는 고등학교 때 백혈병 발병 후 골수이식을 받고 건강해져 가수의 꿈을 꾸고 있다. 백혈병환우회 행사에서 여러 차례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 환우회 회원들에게는 이미 스타다. 유씨는 "가수의 꿈을 갖고 보컬 레슨에만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악기도 배우면서 역량을 넓히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헌혈톡톡콘서트에서 재즈밴드 잼잼(좌)과 유진혁(우) 씨가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김미화 씨는 콘서트를 마무리 하면서 "이렇게 헌혈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콘서트를 준비하고, 무대에서 공연을 하러 흔쾌히 와 주시고, 특히 관객으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면서 "수상한 시절이지만 이렇게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만큼은 우리가 오늘 들은 노래와 밖에 내리고 있는 눈처럼 잔잔하고 평화롭다"고 이야기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