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기막힌 시어머니표 멸치액젓...어떻게 배우지?

[초보푸드라이터] 남해에서 보내온 곰삭은 멸치 액젓

등록|2016.12.01 10:51 수정|2016.12.01 13:52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EPIS)이 주관하는 '식품산업 신직업 인력양성사업'으로 진행하는 푸드라이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고글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푸드라이터 2기이고 방송통신대 식품영양학과 졸업반인 윤진숙씨 글입니다. [편집자말]
남해 멸치액젓이 주는 행복... 아는 사람만 아는 레시피 비밀 공개해요

▲ 윤진숙 ⓒ 윤진숙

경남 남해에 있는 시댁 본가엔 아흔을 앞둔 꼬부랑 시어머님이 벌써 10년 째 홀로 계신다. 아버님을 먼저 보내고 묵묵히 조상 묘소와 장독대를 지키고 계신 거다.

남해군 삼동면 회암리 마을에선 일흔이 넘은 분도 새댁처럼 부지런히 일한다. 워낙 고령의 노인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마을이라 익숙한 풍경이다. 이곳에선 주로 마늘 농사를 짓는데 해마다 때가 되면 맛있는 멸치 액젓을 담그느라 분주하다.

남해의 장독대는 이맘때 봄 멸치로 담근 멸치 액젓이 가득하다. 시집 온 이후 33년 동안 시어머니의 멸치 액젓을 받아먹은 우리 가족은 이미 어머님표 멸치 액젓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해마다 수 십 통씩 택배로 멸치 액젓을 받고 있다. 자식에게만 나눠 주는 귀한 것이지만 한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그 맛에 반해 너도 나도 찾기 때문이다.

이 멸치 액젓은 10년 이상 된 우리 집의 단골 김장 양념이다. 봄부터 초겨울까지 잘 삭힌 액젓은 맑기가 와인에 버금가고 그 맛은 조미료의 대명사인 '다시○'를 저리 가라 할 수준이다.

액젓 단골 마님들 "무슨 멸치 액젓이 조미료보다 더 맛있나?"

곰삭은 남해 멸치 액젓은 참말로 맛이 기막히다. 무가 단내를 풍기며 튼실해지고 배추 속이 꽉 차기 시작하면 우리 집은 남해 특산품인 마늘과 시어머니 장독대의 멸치 액젓을 준비한다.

올해까지는 남해의 장독대에서 액젓을 퍼올 수 있었는데 해가 갈수록 그 맛을 과연 누가 지킬 수 있을까 걱정이다. 자식 중에 누군가가 도시 생활을 접고 하루 빨리 어머님 곁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다. 애석하게도 아직은 그러겠다는 사람이 없다. 남해 멸치 액젓 맛을 그리움으로만 남기지 않으려면 나라도 서서히 귀농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다행히 한파가 오기 전에 짬을 내어 시집 간 딸 몫까지 배추 21포기 김장을 끝냈다. 남편과 사위는 잘 삶아진 고기에 생굴까지 얹어 반주도 한잔 곁들였다. 이만한 행복이 또 있을까? 시어머님의 손맛이 더해진 구수한 멸치 액젓을 내가 그대로 이어받아 앞으로도 이 행복을 지켜내고 싶다. 힘들겠지만 도전할 거다. 덤으로 남해 멸치 액젓 레시피를 공개한다.

남해 멸치 액젓 요리

① 액젓 잔치국수
팔팔 끓인 맑은 물에 남해 멸치 액젓으로 육수를 낸다. 국수를 적당히 삶아 그릇에 담고 볶은 애호박, 양파ㆍ총총 썰어낸 묵은 김치를 참기름ㆍ깨ㆍ설탕으로 버무려 얹는다. 마지막으로 김을 채 썰어 고명으로 살짝 얹어주면 그 어떤 육수도 따라올 수 없는 진한 국물 맛의 잔치 국수가 완성!

② 새알심 미역장국
팔팔 끓인 물에 불린 미역을 잘라 넣고 된장을 풀어 맑은 장국을 만든다. 누구나 먹어본 구수한 미역장국이 완성된다. 여기에 아는 사람만 아는 꿀팁 하나. 편하게 진한 국물 맛을 낼 수 있는 남해 멸치 액젓을 첨가한다. 꿀팁 둘. 동글동글 새알심을 만들어 넣는다. 장국에 동동 떠오르는 새알심을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국물 요리도 시어머님의 남해 멸치 액젓 하나면 명품 요리가 된다는 사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