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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은 '시작'일 뿐이다

[게릴라칼럼] 6주째 모인 시민들, 광장 촛불이 진짜 원하는 것

등록|2016.12.03 15:27 수정|2016.12.10 19:02
"서울에 160만이 모였다 해도, 그거는 다 돈을 주고 하는 거잖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화문광장을 채운 '160만 촛불'이 돈을 받고 나온 과거 '관제데모'와 비교하는 발언을 듣고 선. 개인적으로, 6주째 매주 토요일마다, 그리고 간간이 평일에도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옆 앞으로 향하는 입장에서 "그럼 일당 5만원이면 합계 35만 원인가"하는 어이없는 생각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이에 대해 SNS 상에서 떠도는 '사이다'와 같은 정리는 "한 명당 1만 원이면 160억"이란 산수일 것이다.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오마이TV <팟짱>이 인터뷰한 한 시장 상인의 이 발언은 어이없을지언정 꽤나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체제'와 그의 불쌍한 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내면화한 어느 대한민국 국민의 지지 발언으로 그칠 수없기 때문이었다. 이 '박근혜 지지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보자.

촛불은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 지난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리고있는 가운데 본행사가 끝난 후 행진을 시작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시위를)돈을 주고 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박근혜 쪽은 돈이 없어. 개인 자비로 나와서 데모를 하는 그런 상태 거든요. 돈 받고 하는 거예요. 다 알고 있어요. 돈 안 받고 그 사람들 하루에도 밤 늦게까지 (촛불 집회를) 하고 있겠어요. 다 돈 받고 한다는 소리가, 소문이 다 들어와요. (중략)

(박근혜 대통령) 자기가 물러난다고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안 놓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놓게 되면 야당 쪽에서 들고 일어나서 나라가 완전 빨갱이로 가는 거지. 딴 건 없어. 빨갱이로 갈 수밖에 없지. 지금 문재인씨가 하는 역할 한 번 보세요. 나이든 사람들은 다 어려운 고비를 겪어봤기 때문에 그 심리를 알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걸 안 겪어봤기 때문에 모르는 거예요."

'전국의 촛불 민심이 모두 돈을 받고 나온 세력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세력은 돈이 없어 자발적으로 반대 집회를 열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역할은 '종북좌파'를 추동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할 필요까진 없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이든 사람들은 경험 상 (다) 안다.'

정리하면 이쯤 되겠다. 문제는 이러한 내면화된 논리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 촛불'을 경계하는 칼럼을 <조선일보>에 게재한 소설가 이문열의 우려는 이를 좀 더 고차원적으로 푼 것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이 염원하는 '샤이 박근혜' 진영도 이러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종편 토론프로그램 출연자들이 떠들던 논리 역시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은가.

그래서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돈을 받아갔다던 '박사모' 회원들이 촛불 광장의 반대급부인가. 광화문의 촛불은 대구 서문시장의 저 '박근혜 지지자'와 싸우고 있는가. 그럴리 없다. 오늘(3일), 200만을 넘길 것으로 예고된 '촛불 민심'은 과연 누구와 싸우고 있는가.

법원의 '청와대 행진 프리패스' 발급, 의미심장하다

▲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공개한 3일 촛불집회 사전대회 안내 포스터. ⓒ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1300m→900m→200m→100m. 법원이 허용하는 이 거리의 변화, 의미심장하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가 3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조국 교수는 그러면서 "[6차 촛불집회] 1300m→900m→200m→100m!! … 진격의 촛불"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를 소개했다. 이에 앞선 2일 밤, 법원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아래 퇴진행동)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퇴진행동은 청와대 앞 100m 거리인 효자치안센터 앞 집회를 신고했고, 경찰은 이에 대해 금지·제한 통고를 내렸다. 법원이 촛불 민심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더불어 법원은 오는 12월 29일까지 평일 오후 8시부터 10시 사이 청와대 200m 거리게 있는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차로 행진 및 집회를 허용했다. 이를 두고 어느 SNS 사용자는 "법원이 집회 한 달 프리패스 끊어줬다"며 환영했다.

'촛불 민심'이 이끌어 낸 변화와 변혁을 받아들이려는 세력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 그렇게 지금의 '광장 투쟁', '명예혁명'은 비단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그의 공범들은 물론이요, '박정희 체제'를 변혁하고 정·재계가 동참하고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뿌리를 뽑아내는 데로 진화하고 있다. 비록 더디긴 했지만, 법원의 청와대 앞 집회 허용도 이러한 진화에 발맞춘 결정이라 할 만하다.

또 서문시장에서 들려오던 대구 민심의 반목은 어떠한가. 10분 동안 사진만 찍고는 황급히 자리를 뜬 박 대통령과 '박사모'와 같은 지지자들에게 "어떻게 시장 상인들을 만나보지 않고 갈 수 있느냐"며 분개하던 여러 상인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 역시 '촛불 민심' 이후 변화된 국민 정서의 일환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과 갈수록 늘어나는 광장의 민심들을 무시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에게 대구 민심의 변화만큼 경종을 울리는 목소리가 또 어디 있겠는가. 

야3당의 탄핵안 제출,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국민의당 김관영,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 야3당 탄핵추진단장이 3일 새벽 171명의 서명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말 그대로, 격동의 시대요, 격변기다. 하루하루 뉴스가 쏟아지고, 아침 뉴스를 저녁에 따라잡기도 버거운 나날들이다. 지난 3차 대통령 담화 이후 표변한 비박계의 입장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변하는 것 중 첫 번째로 손꼽으라면, '광장'의 '촛불민심'일 것이다.

그 촛불민심이 다채롭게 진화하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당장 3일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 주변까지 가득 채울 것으로 예고된 다양한 집회 양상을 보라. 한쪽에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또 다른 쪽에선 고등학생들이, 대학생과 청년들이, 노동자들이, 장애인들이 각자 입장에 맞게, 다양한 주장을 펼치며 '박근혜 퇴진'과 '탄핵'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는 '국정농단 공범 새누리당 규탄 시민대회'는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렸다. '4월 퇴진'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탄핵 동참을 주춤거리는 친박·비박계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 앞서 지난 11월 30일 민주노총 총파업 시위 때도 서울 시내 각지에 위치한 대기업 사옥 앞에서 항의 집회가 열린 바 있다. 이제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을 넘어 '공범'들로 지목받은 정·재계에 대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압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비박의 변경된 입장은 내년 04/30까지 하야한다는 선언을 12/07 18:00까지 하지 않으면 탄핵 찬성하겠다는 것이다. 조중동이 다 이 입장을 칭찬하고 있다. 박근혜, 12/07 이 선언을 할 가능성, 상당하다. 그러면 상당수 '비박'은 꼬리 내릴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새누리, 극우수구세력은 전열재정비할 것이다.

이 경우 야3당 흔들리지 말고 12/09를 맞이해야 한다. '비박'의 불참으로 부결될 것 신경 쓸 필요 없다. 부결될 경우 촛불은 '친박', '비박'을 가리지 않고 태울 것이다. 혹여 부결시 04/30 하야론에 동조하는 야당이 없기를 바란다. 재차 말한다. 향후 5개월을 박근혜에게 더 주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아닌 2017년을 원한다. '명예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3일 오전, 조국 교수가 분석한 현 탄핵 국면의 정세다.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의 염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아닌 2017년", 촛불을 내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2017년을 염원하는 마음들 말이다.

그리고, 헌정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3일 오전 4시 10분 제출됐다. 야3당(어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이춘석(더불어민주당), 김관영(국민의당), 이정미(정의당) 의원이 공동 제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드레스덴 연설문 표현을 빌려 온, "탄핵이 애국이다", "탄핵이 대박이다"라는 주장들이 환호를 받고 있는 중이다.

이제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원칙과 민주주의를 위한,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들을 잡아들일, 그리고 그 공범들을 압박하고 민심과 현실의 법정에 세우기 위한 시작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다. 야3당의 탄핵안 발의 역시 촛불민심의 거대한 힘에 이끌려온 결과다. 그리하여,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계속되는 특검 조사와 국정 조사를 지켜보며 끝까지 타오를 것이다. 그게 진짜 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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