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부르는 맛... 이 기막힌 안줏거리는 뭘까
여수 신기시장의 미니족발 맛집, 광명식당
▲ 어린돼지의 앞발을 사용해 족발이 유난히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 조찬현
세상에는 참 기쁜 소식들이 많다. 아이를 기다리는 신혼부부는 임신 소식을, 자녀의 취업을 기다리는 부모는 자녀의 취업 소식을, 로또의 꿈으로 사는 이들은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가장 기뻐할 것이다. 또한 부모는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자식들은 부모의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은 바람은 오직 하나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다. 아마도 그게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주말이면 모여드는 촛불들의 외침을 보면 미루어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100만, 190만, 자꾸만 커지는 촛불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이번 6차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232만 명의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질 것이다'라는 일부 여당 의원의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 없이 그 기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전국에 하나 둘~ 촛불이 모여 이제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되었다.
▲ 미니족발은 따뜻할 때는 야들야들한 식감으로, 식으면 오돌오돌하니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 조찬현
"미니족발인데 정말 맛있어요"... 얼마나 맛있기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인해 요즘 국민들의 살림살이와 생활이 말이 아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었다. 경기도 엉망이다. 이곳은 재래시장인 여수 신기 아랫시장이다. 재래시장이나 식당이나 어딜 가든 다들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 이곳 역시 분위기가 썰렁하다.
하수상한 세월이지만 그래도 간간이 들려올 기쁜 소식을 기대해본다. 맛돌이는 오늘도 맛집 찾기에 나섰다. 때마침 여수 지역에서 미식 탐험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인(유근철)에게서 소식이 왔다.
"미니족발인데 정말 맛있어요, 어서 신기 아랫시장 광명식당으로 오세요"
▲ 미니족발을 주인 할머니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준다. 그 광경을 미식 탐험가인 유근철씨가 바라보고 있다. ⓒ 조찬현
낮술에 미니족발이다. 이 맛난, 기막힌 안줏거리를 보고 그 누가 낮술이라서 마다할까. 미식 요리를 찾은 기쁨에 한잔, 그 맛난 음식에 반해서 한잔, 비닐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한 손에는 미니 족발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소주잔을 높이 들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호기 있게 건배를 외친다.
"보다 맛있는 미식의 세상을 위하여~ 건배!"
족발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그였지만 모처럼 입맛에 맞는 맛있는 미니 족발이라며 벌건 대낮에 건배를 제의했다. 소소한 기쁨이지만 이 또한 기쁜 소식이다. 세상 뭐~ 별거 있나, 한 손엔 촛불을, 한 손엔 소주잔을 들고서라도 열심히 살아야지.
"돈 주고 사와도 통사정해, 요즘 다들 장사가 안 된단 말이요, 고기집 장사가 안 되니 족발도 안 나와요."
주인할머니(70. 김순애)는 고깃집들이 장사가 안 되다보니 정육점에 족발이 별로 안 나와 생족을 확보하기가 여간 힘이 든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나름 족발의 달인이다. 30년째 족발집을 하고 있다. 이곳 신기시장(광명식당)으로 옮겨온 지는 6년이 되었다.
미니족발... 따뜻할 때는 야들야들, 식으면 오돌오돌하고 쫄깃해
▲ 돌산갓김치와 파김치 잘 익은 깍두기를 접시에 담아낸다. 양파절임도 있다. ⓒ 조찬현
여수 향토음식인 돌산갓김치와 파김치 잘 익은 깍두기를 접시에 담아낸다. 족발과 잘 어울리는 양파절임도 있다. 양파와 마늘 편 청양고추를 썰어 넣은 양파절임은 이 집의 별미다. 양파절임에 사용하는 간장소스는 양조간장에 표고버섯 양파 생강 마늘을 넣어 한 번 끓여낸 다음 매실엑기스를 첨가해 만들었다. 그 맛이 가히 기막히다.
양파절임과 환상의 짝꿍인 미니족발의 가격은 중간크기가 2만 원이다. 둘이 먹기에 아주 적절한 양이다. 손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성격 좋은 할머니는 기분이 좋아지면 족발을 덤으로 더 주기도 한다.
"돼지 앞발이라 잘아, 애둥이야 애둥이~ 같은 돼지라도 영 맛있어."
애둥이는 어린돼지다. 어린 돼지의 앞발을 사용해 족발이 유난히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할머니의 말마따나 족발 맛이 영 맛있다. 생 족발을 불에 그을려 삶았다는데 은근한 불맛에 먹을수록 빨려드는 유혹을 참을 수가 없다.
▲ 낮술을 부르는 미니족발의 은근한 불맛에 먹을수록 빨려드는 유혹을 참을 수가 없다. ⓒ 조찬현
▲ 양파절임과 환상의 짝꿍인 미니족발의 가격은 중간크기가 2만원이다. ⓒ 조찬현
미니족발을 할머니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준다. 없어서 못 팔정도라는 족발은 한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되는 그런 맛이다. 이 집은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다들 단골손님이다. 한 아저씨는 서울 조카들에게 택배로 보낸다며 족발을 사간다. 이렇듯 가게에서 먹기보다는 족발을 사가는 손님들이 더 많다.
"물건을 제일 좋은 걸로만 써요 그래야 맛있어요. 냄새도 안 나고 깔끔해요."
이집 족발 맛의 비결 역시 좋은 식재료와 정성이다. 할머니는 원가 따지지 않고 늘 최상의 식재료를 고집한다. 그래야 족발이 맛있다며.
미니족발이라 별 먹을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맛도 기막힌 데다 은근 배가 부르다. 뼈를 발라 먹는 재미도 제법이다. 미니족발은 따뜻할 때는 야들야들한 식감으로, 식으면 오돌오돌하니 쫄깃한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 재래시장인 여수 신기시장 광명식당의 메뉴, 미니족발이 대표메뉴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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