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일 국회를 포위하자" '6월 항쟁 죄인'의 목메인 호소
[오연호 칼럼] 1987년 6월항쟁 후반전 역전패의 교훈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1월 29일 화요일 이른 아침, 원로 오충일 목사의 목소리였다. 80이 가까워진 그는 요즘 시국을 걱정하고 있었다. 오 목사는 1987년 6월항쟁 때 국민운동본부 지도부의 핵심(민주헌법쟁취 범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에 있었다. 그는 30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게 물었다.
"그 6월항쟁의 승리가 왜 그 후 결국 패배로 끝난 줄 아십니까?"
나는 이른 아침에 받은 그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직 잠이 덜 깬 탓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대학 4학년 때 경험했던, '6월항쟁 승리 후 역전패의 아픔'이 아직까지도 너무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되새김질조차도 부담스러운.
'항복'을 받아내고도 역전패 당한 역사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대한민국이라는 축구경기장에서 1987년 한 해동안 민주세력과 전두환 군사독재 간의 숨막히는 대결이 벌어졌다. 이 경기에서 민주세력팀은 전반전을 3:0으로 승리하고도, 후반전에 군사독재팀에 3:4로 역전패 당한다. 민주시민들은 6월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항복을 받아내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면서 전반전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6개월 뒤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빼앗긴다. 민주세력팀에서 나온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서로 자기가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후반전의 자책골로, 죽을 쒀서 적에게 준 꼴이다. 전반전을 완벽하게 승리한 거리의 시민들은 그 대통령 선거 개표의 밤에 '노태우 당선'을 보고 얼마나 절망했겠는가? 그 역전패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내가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오충일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왜 패배했냐면요... 내가 죄인 중 죄인입니다."
"죄인이라뇨?"
"6월항쟁이 일단 승리하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나니까, 나를 포함해 6월항쟁 지도부에 있던 이들이 주도권을 정치권에 넘겨버렸습니다. 야권의 두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김대중씨를 너무 믿어버렸습니다. 두 사람이 반드시 단일화 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것을 너무 믿었습니다."
"어찌 그것이 목사님만의 책임이겠습니까? 그땐 군부독재 청산이라는 민주세력의 염원이 워낙 커서 다들 양김씨가 단일화할 거라고 낙관적으로 믿었었지요."
"나는 책임이 더 큽니다. 그래서 죄인이라고 제가 하지 않습니까.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는 김대중 후보를 설득하고, 나는 김영삼 후보를 설득하기로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으니 죄인이지요."
오충일 목사는 그러면서 이른 아침 전화를 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요즘 촛불민심을 보면서 저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합니다. 전반전의 승리가 후반전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로 이 정국의 주도권을 정치권에 넘기면 안됩니다. 몇몇 대선 후보나,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안됩니다. 후반전까지, 최후승리까지 촛불시민이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오 목사의 목소리는 점점 목이 메었다.
"이 늙은이가, 6월항쟁 때의 죄인이 간곡히 호소합니다. 탄핵이 가결 되더라도 이정도면 됐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마세요. 촛불시민이 계속 주도권을 가지고, 새로운 민주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수렴하고, 그것을 실천할 민주정권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민주정권이 새로운 민주사회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과정까지 촛불의 명령은 계속돼야 합니다. 촛불의 진정한 승리는 그래야 완성됩니다."
탄핵 참여로 돌아선 비박계, 그래도 방심하지 맙시다
오충일 목사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3차담화를 했다. 대통령은 3일 전 토요일의 190만 촛불시민에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여야가 질서있는 퇴진 일정을 합의하면 물러나겠다고.
그러자 주말에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놓은 '즉각 퇴진'의 주도권은 희석됐다. 탄핵에 나서겠다고 했던 야당의 일부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렸다. 박근혜와 '공범'격인 새누리당의 일파인 비박계가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2월 3일 토요일,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에서만 170만 명, 전국에서 232만 명의 촛불시민이 여야 정치권에 명령했다.
"범죄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은 없다.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 즉각 탄핵하라."
청와대 뿐 아니라 여의도까지 삼킬 법한 이 거대한 촛불에 화들짝 놀란 새누라당 비박계는 하루만에 "12월 9일 탄핵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축구 90분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제야 전반 30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려면 200표가 필요한데 야당과 무소속 172표에 새누리당에서 28표가 더 나와줘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표결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그들이 무기명 투표에서 반드시 찬성표를 던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9일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교란행위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의 명령은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충일 목사의 호소처럼 정치권에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은 대단하다. 3일 광주 금남로에서 모인 15만 명의 촛불은 이미 결의했다. 탄핵표결 전야인 8일 밤부터 9일 완료 때까지 1박 2일간 국회를 촛불로 포위하기 위해 광주에서 여의도로 가는 '탄핵버스'를 수십 대 운행하겠다고. 광주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단체카톡방에서 처음 제안된 이 국회행 탄핵버스는 이날 금남로 집회에서 사회자에 의해 천명돼 '광주의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광주의 결의는 부산, 대구, 대전, 전주, 강원으로 퍼질 기세다.
이렇듯 온·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이번 주, 특히 5일부터 9일까지의 단계적 촛불시민 행동 방향에 대한 각종 제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 이일영씨는 댓글에서 이렇게 썼다.
"9일은 국민이 정한 임시공휴일입니다, 여의도에 모입시다!"
하지만 9일 탄핵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아직 전반 35분이 경과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그때에야 전반 45분이 끝난 셈이다. 후반 45분에 얼마든지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30여 년 전 6월항쟁 때의 뼈아픈 후반 역전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춧불민심의 주도권은 계속되어야 한다.
명심하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에 찬성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퇴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후반전 '최후의 승리'다. 주장 선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주 탄핵에 임하는 자세를 분명히 확인했다. '우리의 목표는 보수의 재집권이다.' (<중앙일보> 11월28일 인터뷰)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격인 새누리당 세력이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집단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지금 재집권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질서있는 후퇴에 의한 재집권. 틈만나면 개헌을 꺼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 그들은 당명도 그럴싸하게 바꿀 것이다. 친일세력이 반공세력으로 옷을 갈아입었듯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
그래서 오충일 목사의 주문은 참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1987년 6월항쟁 후반전에 군사독재 세력에게 역전패당한 그는 스스로를 '역사의 죄인'이라 불렀다. 그가 2016년 겨울의 우리에게, 촛불시민에게 호소한다. "여러분은 저처럼 되지 마십시오. 진정한 최후 승리자가 되십시오." 그러려면 촛불의 명령은, 여야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명령은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후반 90분 내내 지속되어야 한다. 나부터, 더불어, 즐겁게.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지난 6주간 촛불현장을 생생히 중계해왔다. 장윤선, 박정호 기자와 함께 <오마이TV>로 현장을 중계하면서 나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이번이 사상 최대"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촛불의 함성은 국민의 명령이 되어 여야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발한발 다가가는 것을 봐왔다. 이정도면 촛불민심과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간의 대결에서, 전반전은 촛불민심의 확실한 승리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 주에도 촛불 명령의 현장에 함께 하겠다. 특히 8, 9일 국회포위 국민명령 현장의 전 과정을 생생히 중계할 예정이다. 촛불들이여, 9일은 또 어떤 아름다운 패스의 연속으로 한 골을 추가할 것인가. 단, 그러더라도, 오충일 목사의 호소를 기억하자.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 아직 전반 35분이라는 걸 잊지 말자.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오마이TV 연속 생중계 후원하기)
"그 6월항쟁의 승리가 왜 그 후 결국 패배로 끝난 줄 아십니까?"
나는 이른 아침에 받은 그 질문에 바로 답을 드리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직 잠이 덜 깬 탓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쩌면 대학 4학년 때 경험했던, '6월항쟁 승리 후 역전패의 아픔'이 아직까지도 너무 진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되새김질조차도 부담스러운.
'항복'을 받아내고도 역전패 당한 역사
▲ 지난 1987년 6월의 대학생시위. ⓒ 연합뉴스
축구 경기에 비유해보자. 대한민국이라는 축구경기장에서 1987년 한 해동안 민주세력과 전두환 군사독재 간의 숨막히는 대결이 벌어졌다. 이 경기에서 민주세력팀은 전반전을 3:0으로 승리하고도, 후반전에 군사독재팀에 3:4로 역전패 당한다. 민주시민들은 6월항쟁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항복을 받아내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면서 전반전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6개월 뒤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 후보에게 승리를 빼앗긴다. 민주세력팀에서 나온 김영삼, 김대중 두 후보가 서로 자기가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후반전의 자책골로, 죽을 쒀서 적에게 준 꼴이다. 전반전을 완벽하게 승리한 거리의 시민들은 그 대통령 선거 개표의 밤에 '노태우 당선'을 보고 얼마나 절망했겠는가? 그 역전패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내가 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오충일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왜 패배했냐면요... 내가 죄인 중 죄인입니다."
"죄인이라뇨?"
"6월항쟁이 일단 승리하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나니까, 나를 포함해 6월항쟁 지도부에 있던 이들이 주도권을 정치권에 넘겨버렸습니다. 야권의 두 대통령 후보인 김영삼, 김대중씨를 너무 믿어버렸습니다. 두 사람이 반드시 단일화 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것을 너무 믿었습니다."
"어찌 그것이 목사님만의 책임이겠습니까? 그땐 군부독재 청산이라는 민주세력의 염원이 워낙 커서 다들 양김씨가 단일화할 거라고 낙관적으로 믿었었지요."
"나는 책임이 더 큽니다. 그래서 죄인이라고 제가 하지 않습니까. 돌아가신 문익환 목사는 김대중 후보를 설득하고, 나는 김영삼 후보를 설득하기로 역할분담을 했습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으니 죄인이지요."
오충일 목사는 그러면서 이른 아침 전화를 한 목적을 이야기했다.
"요즘 촛불민심을 보면서 저도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합니다. 전반전의 승리가 후반전의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로 이 정국의 주도권을 정치권에 넘기면 안됩니다. 몇몇 대선 후보나, 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안됩니다. 후반전까지, 최후승리까지 촛불시민이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오 목사의 목소리는 점점 목이 메었다.
"이 늙은이가, 6월항쟁 때의 죄인이 간곡히 호소합니다. 탄핵이 가결 되더라도 이정도면 됐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된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마세요. 촛불시민이 계속 주도권을 가지고, 새로운 민주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수렴하고, 그것을 실천할 민주정권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민주정권이 새로운 민주사회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과정까지 촛불의 명령은 계속돼야 합니다. 촛불의 진정한 승리는 그래야 완성됩니다."
탄핵 참여로 돌아선 비박계, 그래도 방심하지 맙시다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오충일 목사와 이런 내용의 통화를 한 날,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3차담화를 했다. 대통령은 3일 전 토요일의 190만 촛불시민에게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더니 갑자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여야가 질서있는 퇴진 일정을 합의하면 물러나겠다고.
그러자 주말에 촛불시민들이 만들어놓은 '즉각 퇴진'의 주도권은 희석됐다. 탄핵에 나서겠다고 했던 야당의 일부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렸다. 박근혜와 '공범'격인 새누리당의 일파인 비박계가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2월 3일 토요일, 촛불은 더욱 거세졌다. 서울에서만 170만 명, 전국에서 232만 명의 촛불시민이 여야 정치권에 명령했다.
"범죄자 박근혜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은 없다.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 즉각 탄핵하라."
청와대 뿐 아니라 여의도까지 삼킬 법한 이 거대한 촛불에 화들짝 놀란 새누라당 비박계는 하루만에 "12월 9일 탄핵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축구 90분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제야 전반 30분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탄핵이 가결되려면 200표가 필요한데 야당과 무소속 172표에 새누리당에서 28표가 더 나와줘야 한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표결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그들이 무기명 투표에서 반드시 찬성표를 던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9일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교란행위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의 명령은 매일매일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오충일 목사의 호소처럼 정치권에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은 대단하다. 3일 광주 금남로에서 모인 15만 명의 촛불은 이미 결의했다. 탄핵표결 전야인 8일 밤부터 9일 완료 때까지 1박 2일간 국회를 촛불로 포위하기 위해 광주에서 여의도로 가는 '탄핵버스'를 수십 대 운행하겠다고. 광주시민 100여 명이 참여한 단체카톡방에서 처음 제안된 이 국회행 탄핵버스는 이날 금남로 집회에서 사회자에 의해 천명돼 '광주의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광주의 결의는 부산, 대구, 대전, 전주, 강원으로 퍼질 기세다.
이렇듯 온·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이번 주, 특히 5일부터 9일까지의 단계적 촛불시민 행동 방향에 대한 각종 제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 이일영씨는 댓글에서 이렇게 썼다.
"9일은 국민이 정한 임시공휴일입니다, 여의도에 모입시다!"
하지만 9일 탄핵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아직 전반 35분이 경과했을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최종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그때에야 전반 45분이 끝난 셈이다. 후반 45분에 얼마든지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 30여 년 전 6월항쟁 때의 뼈아픈 후반 역전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춧불민심의 주도권은 계속되어야 한다.
명심하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 탄핵에 찬성한다면, 그것은 박근혜 퇴진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후반전 '최후의 승리'다. 주장 선수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주 탄핵에 임하는 자세를 분명히 확인했다. '우리의 목표는 보수의 재집권이다.' (<중앙일보> 11월28일 인터뷰)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과 공범격인 새누리당 세력이 조금이라도 염치가 있다면 집단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지금 재집권을 목표로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질서있는 후퇴에 의한 재집권. 틈만나면 개헌을 꺼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으로 그들은 당명도 그럴싸하게 바꿀 것이다. 친일세력이 반공세력으로 옷을 갈아입었듯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
▲ '박근혜 퇴진 위한 청와대 행진' 지난 3일 오후 서울 광화문일대에서 열린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래서 오충일 목사의 주문은 참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1987년 6월항쟁 후반전에 군사독재 세력에게 역전패당한 그는 스스로를 '역사의 죄인'이라 불렀다. 그가 2016년 겨울의 우리에게, 촛불시민에게 호소한다. "여러분은 저처럼 되지 마십시오. 진정한 최후 승리자가 되십시오." 그러려면 촛불의 명령은, 여야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명령은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전후반 90분 내내 지속되어야 한다. 나부터, 더불어, 즐겁게.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지난 6주간 촛불현장을 생생히 중계해왔다. 장윤선, 박정호 기자와 함께 <오마이TV>로 현장을 중계하면서 나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이번이 사상 최대"라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촛불의 함성은 국민의 명령이 되어 여야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발한발 다가가는 것을 봐왔다. 이정도면 촛불민심과 박근혜-새누리당 정권간의 대결에서, 전반전은 촛불민심의 확실한 승리다.
<오마이뉴스>와 <오마이TV>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번 주에도 촛불 명령의 현장에 함께 하겠다. 특히 8, 9일 국회포위 국민명령 현장의 전 과정을 생생히 중계할 예정이다. 촛불들이여, 9일은 또 어떤 아름다운 패스의 연속으로 한 골을 추가할 것인가. 단, 그러더라도, 오충일 목사의 호소를 기억하자.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자. 아직 전반 35분이라는 걸 잊지 말자.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오마이TV 연속 생중계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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