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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표' 구한 박 대통령 이정현 "탄핵보다 퇴진으로..."

때늦은 '4월 퇴진' 당론 수용 의사, 친박조차 기대한 '파격' 없었다

등록|2016.12.06 18:30 수정|2016.12.06 18:40

박 대통령 회동 결과 설명하는 정진석정진석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9일 탄핵절차는 헌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으며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말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6일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 같이 밝히며 "(박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서) 탄핵이 가결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당에서 이런 입장을 생각해서 협조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탄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뜻만 밝힌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4월 말 퇴진-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의 당론을 수용할 테니 탄핵 표결 참여에 앞서 고려해달라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그동안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회 추천 총리 제안 거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영수회담 무산 등을 먼저 설명했다. 이어, "이도 저도 안 돼서 국정위기를 풀어 볼 마음이 간절했고 그 이후에 담화 형식으로 (그 마음을) 발표했다. 그 담화에서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서 정권을 이양하고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적 있다"고도 강조했다.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수용 의사는 그 이후에 나왔다. 이와 관련,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그러던 중에 당에서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를 위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당론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 때부터 (당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쭉 해 왔다'고 하셨다"고 이를 전했다.

"대통령의 생각은 탄핵보다는 사임 쪽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것"

즉,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 안팎에서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인식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수용 입장도 밋밋하기 그지없다. 이미 친박 주류인 홍문종 의원조차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파격적인 말씀", 즉 퇴진 시기를 앞당기는 등의 조치를 기대하기도 한 상황에서 별다른 '사정변경'을 만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탄핵 찬성 35명", 명단 공개도 불사하겠다는 비박)

오히려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의 면담을 통해 여당 내 '동정표'를 얻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정현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15분께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고 박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의총을 연기하면서까지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 예산안을 법정기일 내 처리해준 의원들께 감사하다"면서 "여러 어려운 상황을 맞아 나라를 위해 좋은 방안이 무엇인지 듣고 싶어 뵙고자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초래된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하셨고, 국민 여러분과 의원들께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하셨다"면서 "많이 수척해지신 모습이었는데 의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두세 번 하셨다"라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당론이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이다.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9일 탄핵 표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자유의사에 따라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 원내대표의 설명에도 박 대통령은 별다른 반박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제 입장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셨다"고 이 과정을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와 함께 면담에 임했던 이정현 대표의 설명도 '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게 마지막 인정을 호소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의총 참석한 이정현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6일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이 대표는 "제가 받은 인상은 이렇다. (4월 퇴진을) 국가 원로들이 말하고 (새누리당의) 당론으로 결정되면서 그것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부분을 (대통령이) 강조했다"면서 "그래서 대통령의 생각은 우리 생각이 어떻든 간에 탄핵으로 하는 것보다는 사임(퇴진) 쪽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심정을 전달한 것 같았다"고 면담 자리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탄핵과 사임 모두 다 물러나는 일인데 그 시기가 비슷하다면 탄핵보다는 사임이 여러 부분에 있어서 더 안정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대선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고 후보 검증도 해야 하고 후보가 내세워야 할 공약도 차분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절차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탄핵 심사 절차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불투명하고 그 결과가 인용이냐, 기각이냐는 것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예측가능한 일정이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면서 '4월 퇴진-6월 대선' 당론 유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거슬러 올라가자면 야당 지도자들이 '질서 있는 퇴진'을 먼저 주장했고 그를 국가 원로들이 받았고 우리 당이 당론으로 정한 것이다. 우리가 (수용을) 요구했고 만장일치로 정했던 것"이라며 "당론을 그대로 살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 오늘 대화를 통해 받은 인상도, 대통령은 그렇게 (당론 유지대로) 해줬으면 하는 인상을 받았기에 이렇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탄핵 강행은 법치 흔든다"는 주장까지... 박수는 없었다

조기 퇴진이 '법치(法治)'이고 탄핵은 '인치(人治)'라는 주장까지 폈다. 그는 "시위나 국민 여론 등이 정치에 절대적으로 참고돼야 하지만 절대적인 결정요인이 되는 것은 법치를 유지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한) 전화테러부터 당사와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압력과 압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러한 일에 앞장서는 것을 두고 헌법과 법치주의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문재인 전 대표의 '인치(人治)'가 너무 선동이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인치(人治)'보다는 헌법과 법률에 의한 법치, 이 부분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갖는 게 우리가 늘 말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오늘 분명하게 전하는 대통령의 바람과 뜻은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할 수 있는 이 부분(조기퇴진)을 수용해주셨으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러한 바람이 새누리당에 영향을 미칠지는 부정적이다. 당장 이 대표가 발언을 마쳤을 때 새누리당 의원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 중심의 '당내당(黨內黨)' 격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도 이날 오전 대표·실무자 연석회의를 통해 '대통령 담화 발표와 관계없이 9일 탄핵 표결에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관련 기사 : 여당 투톱 만난 박 대통령, 그러나 탄핵 못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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