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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스님 "잘못된 사람 뽑아 온 나라가 힘들다"

[해탈로 가기] 여수 마래산 석천사 진옥 스님 탄핵 인터뷰와 선문답

등록|2016.12.12 13:26 수정|2016.12.12 14:02

▲ 여수 마래산 석천사입니다. ⓒ 임현철


저만치 두 비구니 스님 오는 중입니다. 한 스님, 먼저 여수 마래산 석천사 대웅전으로 움직입니다. 대웅전 앞에서 배 깔고 나른하게 햇볕 쬐던 개 세 마리, 동시에 스님 쪽으로 슬슬 움직입니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을 가만 둘 순 없다는 몸짓입니다. 견공들, 스님 발아래에서 이를 드러냅니다. 스님, 얼굴이 상기된 채 물러납니다. 하하하하~.

"스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경주에서 진옥 스님께 인사 왔습니다."

"부처님께 인사 올려야죠. 다시 도전하시지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개를 싫어했습니다."

"싫어했으니, 개도 싫어하는 게지요."
"저는 어릴 때 개에게 물렸어요."

스님들, 한참 망설입니다. 그렇다고 대신 해 줄 수도 없는 노릇. 용기만 북돋아 줍니다. 다른 스님, 대웅전에 도전합니다. 한 번 물린 뒤끝임을 아는 걸까. 견공 꼼짝 안합니다. 한 번 물린 놈과 서열 따질 필요 없다는 거죠. 고놈들 참 나. 그걸 본 다른 스님, 재빨리 대웅전 행에 몸을 싣습니다. 견공, 댓돌 아래 놓인 두 신발 주인들의 냄새를 맡을 뿐. 나무 석가모니불!

탄핵 한 목소리, '이게 나라냐'에서 '가화만사성'까지

▲ 탄핵촛불이 급기야 탄핵횃불로... ⓒ 심명남


"이게 나라냐!"

탄핵촛불을 움직인 민심의 핵심 '화두'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모양만 나라였지, 내용은 국가가 아니었다는 한탄의 외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앞으로 나라를 똑바로 세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고야 말겠다는 희망의 외침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무렴, 제대로 된 나라를 세워야지요. 이쯤에서 탄핵 과정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김용호 시인의 시 '가화만사성' 한 수 읊지요.

"아들이
내 옆에 앉아
뉴스를 같이 본다
전에 없던 일이다
그 전 뉴스 때는
서로 말다툼으로
종종 얼굴 붉혀 씩씩대며
제 방으로 가던 아들

최순실 게이트에는
부자간에 죽이 척척 맞아
서로 맞장구치며 본다
근혜 대통령
우리 가족 화합에는
큰 몫 하고 있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은 급기야 국민에 의해, 국회에 의해 탄핵을 맞았습니다. 탄핵을 피하기까지 기회가 많았으나 번번이 거부한 결과입니다. 자업자득, 인과응보. 이제 탄핵촛불의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가려지게 됩니다. 하여, '탄핵촛불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석천사를 찾았습니다. 다음은 진옥 스님과의 짤막 인터뷰입니다.

"탄핵촛불은 국민 승리이자 광장 민주주의 승리"

▲ 여수 마래산 석천사 진옥 스님과 비구니 스님이 앉았습니다. ⓒ 임현철


-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이끈 탄핵촛불을 평가한다면?
"이제 정치인이 잘못하면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성숙한 국민들은 비폭력 평화 탄핵촛불을 계기로 자존감이 많이 올랐습니다. 탄핵촛불은 국민의 승리이자, 새롭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광장 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 새누리당 해체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새누리당은 참회하고 해산해야 합니다. 친박도 뒤로 조용히 물러나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말만 보수였지 실상은 친일 세력, 군사 쿠데타 세력 등 기득권 세력이 합쳐진 정당으로 가치로운 보수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건전 보수가 등장해야 합니다."

- 탄핵소추 받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
"잘못된 사람을 뽑아 온 나라가 힘들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모진 국민이 아닙니다.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에게 발포를 명령했던 전두환 일당도 용서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국민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체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헌법대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합니다. 황교안 대행을 탄핵해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면 안 됩니다.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선거관리 내각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식 재벌해체 고민과 권언유착 끊어야"

-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어찌 기다려야 합니까?
"공동체가 서로 인내하며 우리가 만든 헌법에 따라 차근차근 기다려야 합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서 법리도 중요하지만 국민 80% 이상이 원하는 대통령 탄핵임을 알고 빨리 심의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 탄핵촛불 이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입니까?
"기득권 세력을 교체해야 합니다. 이번에 들어난 정경유착을 통해 전경련 해체를 넘어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대한민국식 재벌해체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또 권언유착도 끊어야 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민이 다음에 요구할 것입니다.

- 앞으로 국민의 요구가 어떤 식으로 정리될 거 같습니까?
"국민이 탄핵 목소리를 높였던 청와대가 맨 처음 정리됐습니다. 이어 내각, 국회, 언론 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약으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의 대통령선거는 새천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입니다."

"불성은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요, 인과다"

▲ 라이터를 들고, 켰다 끄기를 반복하며 벌이는 선문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임현철


스님, 거침없습니다. 욕심이 없으니 거침없지요. 스님들, 경전 번역의 오류와 무상, 유상, 윤회, 소승 불교와 대승 불교, 명상, 불성 등 다양한 화두를 두고 견해를 나눕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라이터를 들고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벌이는 진옥 스님과 청진 스님 사이의 선문답이었습니다.

"라이터 속에 불이 있나?"
"없습니다."

"왜 불이 붙지?"
"불이 켜지지만 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왜 '있다' '없다'로 말하는가?"
"불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있어섭니다."

"불성은 무엇입니까?"
"라이터 속에 불은 없지만, 불의 씨앗은 있다. 일체중생에게 있는 불성은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불성은 인과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습니다. 속인으로선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임에도 즐거웠습니다. 귀가 오랜만에 호강하는 걸 아는지, 벌렁거렸습니다. 선문답에 대한 예의임을 아는 게지요. 그렇게 두 비구니 스님이 물러났습니다. 흐뭇한 얼굴이었습니다.

"집착이란 무엇입니까?"
"욕심이지요."

"집착에서 벗어나려면 어떡해야 합니까?"
"수행해야지요."

"수행을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고통당해야지요."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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