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감아올렸던' 두 지도자, 주공과 박근혜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처신과 '세월호 7시간'
▲ 주공. ⓒ wiki commons
"나는 머리를 감다가도 여러 번 머리를 감아올렸고, 밥을 먹을 때에도 여러 차례 음식을 뱉으면서 천하의 현명한 사람들을 놓칠까 두려워했다."
공자가 가장 존경했다는 주공의 말이다. 주공은 주나라를 반석에 올려놓은 이다. 그는 황제가 아니었지만 죽어 황제들이 묻힌 무덤에 묻혔다. 무왕이 어린 성왕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자 숙부였던 그는 성왕의 뒤에서 섭정을 했다.
요즘 말로 하면 '비선실세'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는 사심 없이 충성스러운 신하였다. 그가 얼마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겼던지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식사를 하다가도 누군가 찾아오면 조금이라도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입에 있던 음식을 뱉으면서까지 인재를 잃을까 노심초사하며 서둘러 손님을 맞았다. 머리를 감다가도 손님이 찾아오면 혹시라도 인재를 놓칠까 두려워 머리를 감아올린 채 손님을 맞이했다. 이렇듯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기에 공자는 주공을 그토록 존경했다.
2014년 그날, '머리를 감아올렸다'는 또 한 명의 지도자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는 모습. ⓒ 청와대
2014년 4월 16일. 침몰하던 세월호 안에 304명의 어린 목숨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들었던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였다.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말만 믿고 구조를 기다리다가 수장됐다. 그 시각 한 나라의 지도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시각에 머리를 감아올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중한 인재를 놓치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 섞인 행동도 아니었고, 소중한 생명에 대한 다급함과 경외심의 표현도 아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과연 통치자의 현실인식이 이다지도 무망하고 이렇게도 처참할 수 있는가. 희생된 아이들과 그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보면 슬픔과 괴로움에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다.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그 다음이 종묘와 사직이며, 가장 가벼운 것이 임금이다."
21세기 디지털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지도자의 모습과 대면하고 있는가. 맹자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하고 민심을 따르지 않을 때는 임금을 갈아치운다'고 했다. 지금은 임금을 갈아치울 때가 됐다. 그것이 민심이다. 민심을 받들지 않는 정치는 탄핵되어야 마땅하다. 왜냐면 민심은 천심이기 때문이다.
2016년 위대한 시민혁명이 가야 할 길
▲ 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은 '촛불의 바다'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2016년 12월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심을 거역하고 이 순간조차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부역자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대역죄를 저질러도 냉엄하고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는 기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죄를 묻기는커녕 우리 역사에는 불의에 맞서고 항거한 정의로운 세력이 패가망신하고 폐족으로 전락했던 경험만 학습됐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너는 뒤로 빠져라"와 같은 패배주의 근성이 담긴 말에는 그런 학습 결과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촛불을 들고 나선 위대한 시민혁명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불의와 반칙과 특권을 철저하게 걷어내야 한다. 정의와 공정과 평등이 물결치는 세상으로 바꿔내야 한다.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에 나서야 한다.
멀리 묘청의 항쟁부터 가깝게는 동학농민혁명과 광주민주화항쟁 그리고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시민항쟁까지도 오롯이 시민들이 승리했던 경험으로 승화시켰어야 했다. 이제 우린 촛불을 들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위대한 시민혁명의 대장정에 나섰다.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에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전경원님은 하나고 해직교사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