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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배기 아이들은 어디서 '짱깨'를 배운 걸까

[별별인권이야기 28] 이주민에 대한 '차별의 대물림'

등록|2016.12.15 14:22 수정|2016.12.15 15:42
중국 국적의 여성이 10살 아이와 함께 쉼터로 도움을 요청해 오게 됐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온 것이다. 아이는 10살이지만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었고 올해 4월에 한국에 재혼으로 입국한 엄마를 따라온 아이였다.

얼굴은 웃는 얼굴이지만 말을 많이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시설 활동가들이 말을 시켜보니 아이는 한국말로 띄엄띄엄 대답했다. 중국어는 쓰지 않았다. 우리는 한국에 온 지 6개월밖에 안 됐지만, 중국어를 쓰지 않아 이내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옆에서 아이 엄마가 말하기를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짱깨'(중국인을 매우 낮잡아 부르는 차별적 언어표현)라고 놀려서 중국어를 안쓴단다. 이 이야기에 당황한 활동가가 "친구들이 부러워서 그랬겠지. 중국어 잘하는게 얼마나 부러운 건데~ 선생님도 지금 공부하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 알아요. 그 말 놀리는 말이에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은 '짱깨'라는 말을 도대체 어디서 들었을까? 그 말이 놀리고 비하한다는 말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이주배경청소년의 현실... 왕따와 단절

▲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잦은 괴롭힘에 노출된다. ⓒ flickr


결혼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오늘날 다문화사회의 한 축을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이루고 있다. 몇년 전부터 재혼으로 입국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엄마의 선택으로 함께 중도입국하는 아이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중도입국 자녀의 수도 1만2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주배경청소년이라 함은 한국에 결혼으로 입국한 여성과 한국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흔히 다문화가정 아동이라 불리우는 아이들과 이주노동자나 재혼으로 입국한 여성들이 한국으로 입국하면서 본국에서의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 흔히 중도입국한 아이들을 모두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그중 중도입국하는 아이들의 나이가 어린 경우라면 입국초기의 학생들에게 한국어 프로그램, 심리정서 안정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착을 돕는 레인보우 스쿨을 어느 정도 다니면 공교육으로 흡수될 수 있으나 16세 이상 청소년으로 불리우는 나이의 아이들은 공교육으로 쉽게 진입하기도 힘들다.

▲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결과, 다문화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경험 여부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레인보우 스쿨이 아직은 전국 각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다문화가족지원 센터 등에서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어를 함께 배웠다는 경험담을 종종 듣는다. 남편과 시부모와의 대화를 예로 들면서 공부하는 한국어 수업이 흥미로울 리가 없고 공교육으로의 진입도 나이를 한참 낮춰 학년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적응이 쉬운 일이 아니다.

촤근 인터뷰를 했던 중도입국한 20살 청년은 17살에 한국에 와서 잠시 방문교사를 통해 한국어를 배웠지만 공교육에는 흥미를 두지 못해 공장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다. 친구라고는 단 한 명도 없어서 같이 일하는 40, 50대 아저씨들과 가끔 반주를 곁들이는 게 유일한 낙이란다. 이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일을 당장 그만두지 못해 일요일에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자 하지만, 그 또한 정보가 부족해서 막연해 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

▲ 다문화 가정 자녀 37%가 왕따, 2012년 1월 10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대상에 맞게 한국어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결혼이주여성의 시간만 고려되지 않고 이주노동자와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상황에 맞는 시간과 내용이 갖춰진 교육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또래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그 나이대에 누릴수 있는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단 그 한국인 친구들은 서두의 예처럼 인종차별 의식이 없도록 학기중 의무교육이 되도록 인권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들, 즉 우리에게도 인권교육이 필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고명숙 시민기자는 대구이주여성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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