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13일 오후 2시 16분]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의 대표 격인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13일 오전 비주류 주도의 '당내당(黨內黨)' 격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동지들과 같이 할 경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좀 더 신중하게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적 절차를 지키는 게 보수이고 국민에게 책임을 주는 게 보수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정치를 국민이 아니라 봉건시대 주군에 대한 충성 부대로 접근하는 가짜 보수에게 보수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 보수정당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 주류가 '혁신과 통합 연합'이라는 구당 모임을 만들어 당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에도 당 쇄신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당'이라는 극약처방을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무성 "가짜보수 몰아낼 건전 보수당 재건해야"

김 전 대표는 비주류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는 친박 지도부를 향해서는 "저질 막말을 일삼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앞서 이장우 최고위원이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과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김무성, 유승민 의원은 배신과 배반의 아이콘"이라며 맹비난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었다.(관련 기사 : 친박 "김무성·유승민 나가라"vs 비박 "최순실의 남자 8명 나가라")

그는 "(친박 지도부의) 발언은 왜 범죄자인 대통령을 끝까지 보호하지 않느냐는 항변인데, 이는 대통령 위에 헌법과 국민이 있다는 정치의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라면서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많은 동지들에게 배신자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적 노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한 건전한 비판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 하는 그들의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대통령도 죽이고 당도 죽인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도리보다 권력을 나눠 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폭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도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자신의 사당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죄의식 없는 그들에게 뼈를 깎는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탈당 및 신당 창당 시점 등을 묻는 질문에 "저희들은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있는 가짜 보수를 몰아내고 진정한 건전 보수들이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당장 탈당과 창당을 결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김 전 대표의 탈당·창당 로드맵은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설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주류 의원은 같은 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김무성 전 대표의 주장은 (비상시국회의 내에서) 모두의 동의를 받진 못한 것"이라면서 "유승민 의원의 당 쇄신·개혁에 동참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또 다른 비주류 대표 격인 유승민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생각과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유 의원은 같은 날 비상시국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당 안에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며, 탈당은 늘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탈당 이야기는 지금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혜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당을 개혁하는 작업에 우선 나서고 싶다"며 창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비상시국회의 해체, 친박 역공 맞서는 외연 확장 노릴듯

한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대표·실무자 연석회의를 통해 해체를 결정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조만간 총회를 통해 해체를 추인 받을 예정이다. 비상시국회의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이날 공식 출범할 친박의 '혁신과 통합 연합' 모임과 함께 당권을 위한 힘겨루기를 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를 반영할 결정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주류는 또 다른 '헤쳐모여'를 곧장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비상시국회의의 본래 목적은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 사퇴를 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그 목적이 달성했다고 생각해서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고 건전한 보수모임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발전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비주류가 분당을 결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당 재산 싸움'이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우리 비상시국위원회는 새누리당의 현 재산 단 1원도 가질 생각이 없다"면서 "당 쇄신 과정에서 새누리당 재산을 사회에 헌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가난하게 시작할 수 있다"면서 "우리의 뜻이 옳다면 국민도 (비상시국위원회를) 지원,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