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일거수일투족 추적" 해커가 머릴 맞댔다
'탄핵커톤'에 쏟아진 아이디어들... 법안발의 건수 공개, 헌재 재판관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인 지난 9일부터 진행된 '탄핵커톤' 참가자들이 10일 서비스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탄핵트리(캔들카드) 팀, '님 지금 뭐하심' 팀, '온라인캔들' 팀, '십년감수성' 팀. 탄핵커톤 유튜브 라이브 화면 갈무리 ⓒ 김시연
"탄핵 이후 촛불 민심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지난 9일 오후 30여 명의 해커(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서울 종로 마이크로임팩트 스퀘어에 하나둘 모였다. '박근핵닷컴'에 이어 탄핵 이후 국민 여론을 하나로 모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탄핵커톤(탄핵+해커톤)' 행사가 이날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후 4시까지 밤새 열렸다.(관련기사: '박근핵닷컴' 다음은? 해커들 24시간 머리 맞댄다)
'박근핵닷컴'이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탄핵 찬성을 요구하는 서비스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해 234 대 56, 압도적인 탄핵안 가결을 이끈 것처럼 탄핵 이후 '대한민국 국민 주권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개발자들이 삼삼오오 네 팀으로 나뉘어 밤새 '쪽잠'으로 버티며 서비스를 개발했다.
[님 지금 뭐하심] 국회의원 낮잠과 쪽잠을 구분하는 법
"더 많은 박주민 의원을 만들려면?"
네 팀 가운데 이날 주제에 가장 접근한 건 '님 지금 뭐하심' 팀이었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볼 수 있게 주요 일정을 공개하는 한편 이들이 발의한 법안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발표자는 이날 국회 세월호 청문회 도중 졸고 있는 한 여당 국회의원과 고 백남기씨 장례식장에서 쪽잠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을 대비시켰다. 이들 사진 앞에는 두 국회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법안 건수가 각각 5건, 32건이라고 적혀 있었다.(12월 14일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상 두 의원 실제 대표발의 법안 건수는 10건과 35건임 - 편집자 주)
▲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열린 탄핵커톤 행사에 참가한 '님 지금 뭐하심' 팀이 서비스 개발 취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속 숫자는 두 국회의원은 대표발의 법안 건수를 대비시킨 것이다.(탄핵커톤 유튜브 라이브 화면 갈무리) ⓒ 김시연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사진)만 가지고 평가할 게 아니라, 법안 발의라는 실적까지 함께 보여줘 진짜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님 지금 뭐하심' 팀은 국회의원들 스스로 자신의 일정을 공개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법안 발의 건수도 함께 공개해 유권자들이 칭찬 글을 다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다. 칭찬 글을 많이 받은 국회의원 순위도 공개해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구 의원과 직접 비교할 수도 있다.
이 팀 발표자는 "탄핵 이후 시민들의 정치 참여 방법도 비판보다는 칭찬이란 긍정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민들의 일상적인 정치 참여가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처럼 우리 사회의 부패를 몰아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십년감수성] 게임보다 매력적인 10대 정치토론방
10대 중학생부터 50대 중년 개발자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모인 '십년감수성' 팀은 10대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 서비스를 개발했다. 10대들이 게임을 포기할 정도로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10대를 뜻하는 '십년'과 세상사를 받아들이는 감정을 뜻하는 '감수성'을 결합한 '십년감수성'은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온갖 정치사회 이슈를 받아들이는 10대들의 의견을 모으는 서비스다.
'박근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처럼 매주 가장 뜨거운 정치사회 이슈를 주제로 제시하면, 10대들이 짤막하게 한줄 논평을 남길 수 있다. 한줄 논평은 전국 중고등학교별로 집계해 게임처럼 학교간 경쟁도 유도할 계획이다. 중학생 개발자인 한아무개군은 "어떻게 게임을 이기냐, 게임을 포기할 정도로 매력적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지역별 학교 순위를 공개해 학교끼리 경쟁심을 유발하고, 학교 내 순위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촛불 집회 서비스와 헌법재판관 '격려'하는 탄핵트리도
▲ 박근혜 탄핵 이후 촛불시민을 응집시킬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탄핵커톤' 행사가 9일 오후 7시부터 24시간 열린다. ⓒ 탄핵커톤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을 서로 연결하는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캔들'이 오프라인 촛불집회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것이라면 '탄핵트리'는 거꾸로 온라인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탄핵 찬성 의견들을 오프라인으로 출력해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온라인 캔들'은 모바일 기반의 온라인 촛불집회 서비스다. 누리꾼들이 서울 광화문,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 실제 참가자 이름이 적힌 촛불 이미지가 화면에 뜬다. 또 전국 지도를 통해 지역별 촛불 집회 참여자 현황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온라인캔들' 팀은 앞으로 촛불 흔들기나 촛불 파도타기 같이 실제 촛불집회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서비스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탄핵트리'는 탄핵 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들에게 보내는 격려 메시지를 온라인에 올리면 '캔들카드'로 출력해 이른바 '탄핵트리'에 장식해주는 서비스다. 탄핵트리 팀은 헌법재판소 앞이나 광화문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뒤 누리꾼 의견들이 담긴 '캔들 카드'로 장식할 계획이다.
이들 4가지 서비스는 아직 개발 중이고 이르면 다음 주나 2주 안에 탄핵커톤 홈페이지(http://www.tanhackathon.com)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 운영자이자 디자이너로 직접 참여한 김아무개씨는 14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애초 탄핵커톤 이후 바로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었지만 빨리 서두르기보다 외부 공격에 철저히 대비한 뒤 내놓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탄핵안 가결 바로 다음날인 10일 오픈한 '치어업헌재' 사이트가 불과 하루 만에 폐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치어업헌재는 헌법재판관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기면 이메일로 직접 보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탄핵 찬반 의견이 엇비슷하게 나오면서 일부 세력의 의견 조작설이 제기됐고, 실제 사이트 운영자는 11일 오후 "일부 사이트와 모임(단체)로 추정되는 조직적인 공격 및 부정한 접근으로 투표와 청원 기능이 무력화되어 사이트 운영을 중단한다"며 사이트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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