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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6명의 아이들은 6개의 행복이에요"

인터뷰 세 쌍둥이 낳고 6명 아이들의 엄마 된 양주 다문화가족 나영씨의 육아이야기

등록|2016.12.19 13:22 수정|2016.12.19 13:22

▲ 2016.12 양주 다문화가족 나영 씨의 육아이야기 ⓒ 송하성


"자, 아기는 건강하구요. 네... 문제는 없습니다. 어, 쌍둥이야? 이야 축하합니다. 쌍둥이네요. 어, 하나가 더 있어? 세 쌍둥이네요?"

올해 초, 초음파 검사를 하던 산부인과 의사가 깜짝 놀랐다. 물론 산모와 그 옆에 있던 남편은 더 많이 놀랐다.

"선생님, 이게 현실이에요?"

의사와 남편을 번갈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지은 산모는 지난 2007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 양주에 시집 온 이나영씨(33세 본명 나일랴).

세 쌍둥이 임신이 큰 일이기는 해도 첫 임신이라면 누구나 감당할 일이다. 하지만 나영씨는 이미 9살, 7살, 6살 아이 3명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세 쌍둥이를 건강하게 출산해 6명 아이들의 엄마가 됐다.

많은 한국인들은 육아가 큰 스트레스를 주고 또 많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두 명을 낳는 것도 꺼린다.

그 결과 올해 한국의 신생아 수는 41만3000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만5000명이나 줄었고 합계 출산율도 1.24명에서 1.18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 저출산이 계속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은 소멸하게 된다.

정말로 6명의 아이들은 나영씨에게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고 그의 가정을 가난으로 몰아넣을까? 세 쌍둥이 아이들이 번갈아 울고 보채는 나영씨의 집을 지난 7일 찾아갔다.

출산도 심리다?

▲ 2016.12 양주 다문화가족 나영 씨의 육아이야기 ⓒ 송하성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는 이유는 명백히 부모의 심리적인 이유와도 연관돼 있다. 세 쌍둥이 초음파를 하고 나온 날 어떤 남편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멍한 표정을 짓던 나영씨의 남편은 "세 쌍둥이 확률이 7천분의 1 밖에 안되네. 네 쌍둥이였으면 더 대단했을 텐데..."라고 웃으며 농담을 했다고 한다.

나영씨도 세 아이를 보살피느라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기자와 인터뷰를 하며 "6명 아이 중에 딸은 둘째 하나니까 딸 하나 더 낳고 싶기도 해요"라고 말할 정도다.

그들 부부에게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출산계획은 특별히 없었어요. 많아야 1~2명이라고 생각했죠. 저희도 당연히 피임을 했구요. 경제적인 것을 따지면 아이를 낳을 수가 없죠. 생명이니까 마음 가는대로 낳게 된 거예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넷째 아이는 살리고 싶어도 살리지 못했거든요."

나영씨 부부가 세 쌍둥이를 더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따로 있다. 2014년에 넷째 아이를 출산했지만 심장병으로 수개월 만에 잃는 아픔을 겪었다.

"넷째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많은 기도를 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어요. 살리고 싶어도 살리지 못한 아이가 갑자기 3명이나 생겼는데 어떻게 불평하고 기피할 수 있겠어요?"

세 쌍둥이를 건강하게 출산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은 나영씨는 초음파 검사 이후 많은 노력을 했다. 매일 아침 단백질과 비타민을 확보하기 위해 계란과 과일, 채소를 많이 먹었다.

특히 세 명의 아이를 임신한 산모는 10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조산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도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지 않으려면 몸무게가 2kg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영씨는 매일 뱃속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너희는 건강하게 태어나야 한다. 아직은 아니야. 엄마가 괜찮다고 할 때 그때 세상에 태어나야 한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뱃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지난 7월 건강하게 출산해 유비, 관우, 장비가 됐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처럼 튼튼하게 자라라고 아빠가 지어준 이름이란다.

첫째 아이는 세 쌍둥이를 먼저 하늘나라로 간 넷째 동생이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첫째 아이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임신기간 중 동생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육아의 달인

▲ 2016.12 양주 다문화가족 나영 씨의 육아이야기, 친정엄마가 5개월 전부터 와서 도와주고 있다. ⓒ 송하성


세 아이를 키우고 다시 또 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나영씨는 이제 육아의 달인이 된 모양이다.

그의 집 안방 벽에는 세 쌍둥이가 언제, 얼마나 분유를 먹었는지 날마다 기록한 종이가 붙어 있다. 처음엔 아이 하나 분유를 먹이는데 40~50분이 걸렸다.

나영씨는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천천히 먹어도 끝까지 기다려줬다. 먹다가 보채면 트림을 시키고 다시 먹였다. 결국 분유 한번 먹일 때마다 2시간이 걸렸다.

지금 태어난 지 약 5개월이 된 아이들은 모두 8kg을 넘는 우량아가 됐다. 나영씨가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양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도 세 쌍둥이 출산 이후 양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럼 나영씨는 똑같이 생긴 아이 셋을 어떻게 구분할까?

"유비는 얼굴이 제일 크고 관우는 여자스러워요. 장비는 남자스럽구요"

기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세 아이의 차이점을 엄마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정 엄마나 남편이 한번 먹인 분유를 다시 먹이는 일이 없도록 발가락에 다른 색깔 메니큐어를 칠해 구별할 수 있게 했다.

양육은 행복

▲ 2016.12 양주 다문화가족 나영 씨의 육아이야기 ⓒ 송하성


우즈베키스탄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던 나영씨는 아이들이 다 크면 다시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 한다.

특별히 경험이 없었지만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나영씨는 옷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 회사는 한국에서 온 남편을 만나게 해 준 인연도 주었다.

"한국은 일 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지만 육아를 하며 통역과 같은 봉사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후에 아이들이 다 크면 다시 디자이너 일에 도전하고 싶어요"

육아에 찌들어 있을 것 같은 6명 아이들의 엄마는 실은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고 낙천적이었다.

나영 씨는 한국의 많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을 알고 있다. 6명 아이를 키우는 매우 드문 한국 엄마, 나영씨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얼까?

"아이 키우는 건 두 돌이 될 때까지만 힘들어요. 이후에는 스스로 해요. 물론 너무 힘들어서 집어치우고 싶은 순간도 있어요. 하지만 아기들은 너무 예쁘고 세상은 아직 살만하잖아요? 절벽에 와 있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것은 분명히 행복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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