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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진짜 아나운서처럼 나오니까 신기해"

[충남형 참학력-진로진학 교육을 찾아서⑨]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운영, 충남교육미디어센터

등록|2016.12.20 11:56 수정|2016.12.20 11:56
충남교육청의 올해 주요 핵심사업은?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 교육이다. 참학력 진로진학은 성적보다는 배움 중심 수업과 성장을 중시한다.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 미래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필요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힘쓴다. 도교육청이 지향하는 참학력 신장과 진로진학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가 학교 현장에서 수업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이들이 꿈과 끼를 어떻게 진로진학으로 연계하고 있는지를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말]

▲ 당진 면천중학교 학생들이 충남도교육청 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충남교육미디어센터(충남 홍성군 홍북면)에서 영상진로체험을 하고 있다. ⓒ 심규상



"당진 면천중학교 뉴스입니다."


담당 PD의 손짓이 떨어지자 카메라 앞에 앉아 있던 아나운서가 준비된 뉴스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

"첫번째 뉴스는 OOO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스튜디오에 있는 담당 PD, 아나운서, 동석한 기자, 카메라감독 모두 면천중 1학년 학생이다. 진행자가 읽기 쉽게 프롬프터(원고 내용을 읽으며 뉴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의 문장 흐름을 조절하는 일도 면천중 학생이다.

얼굴 가득 긴장이 배어 있다. 프롬프터에 나오는 글자를 자연스럽게 읽기만 하면 되는데도 자꾸만 발음마저 틀린다. 여러 대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장면을 보여준다.

뒤이어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뉴스를 진행하던 학생이 코믹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해요. 다시 할게요" 했기 때문이다. 진행이 어색하거나 틀릴 때마다 처음부터 재촬영이 시작됐다.

▲ 담당PD도 아나운서, 카메라맨도 모두 중학교 학생이다. ⓒ 심규상


▲ 온통 푸른색의 스튜디오에 들어섰는데 화면에는 배경색은 물론 학생들의 입고 있는 옷색깔까지 바뀌어 나오고 있다. ⓒ 심규상


생방송이면 어림없겠지만, 이곳에서는 상관없다. 충남도교육청 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충남교육미디어센터(충남 홍성군 홍북면). 이곳에는 3개의 스튜디오와 다양한 장비가 갖춰져 있다. 별도 화장실까지 갖춘 특수분장실과 녹음실, 영화 속 CG 장면 편집이 가능한 스튜디오까지 꾸며져 있다. 또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고 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둠을 나눈 다음, 차례대로 PD, 아나운서로 역할을 나눠 방송뉴스를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저만치 달아난다.

"너무 재미있어요. 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는 스튜디오에서 장비를 직접 사용해 제작체험을 하니까 긴장이 많이 됐어요. 제 얼굴이 진짜 아나운서처럼 화면에 나오니까 신기했고요."

"제 꿈이 방송기자거든요. 오늘 실제 기자 역할을 경험해보니 더 하고 싶어져요."  

같은 시간 메인 스튜디오 옆 녹음실에서는 면천중학교 또 다른 학생들의 더빙체험이 한창이다.

한 모둠이 둥그렇게 녹음실에 둘러앉아 헤드셋을 끼고 대본연습을 하기 바쁘다. 성우 체험이다. 화면에는 만화영화 <겨울왕국>이 상영되고 있다. 아이들의 역할은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실감 나는 목소리 연기를 하는 일이다.

안내 직원이 시범과 함께 설명한다.

"겨울왕국의 여왕 엘사는 마음이 따뜻하니까 아름다운 목소리로, 안나 역은 발랄하고 귀엽게. 가짜 나이스맨인 한스 역은 거짓 사람의 야심가니까 생각해서 목소리도..."

▲ 충남도교육청 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충남교육미디어센터 녹음실에 학생들이 '겨울왕국'을 더빙하고 있다. ⓒ 심규상


연습 끝에 실제 녹음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여섯 번의 NG는 필수다. 역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으며 키득키득 웃는 경우가 대부분의 NG 사유다. 등장인물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톤이나 위급한 상황인데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평한 목소리를 내도 'NG'(no good!)다.

돌이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자 성우 모두가 돌 구르는 소리를 내느라 일제히 탁자 위 작은 나무망치를 두들겼다. 서로를 보며 짓는 미소가 이번에는 모두 만족하는 표정이다.

참여 학생들이 이렇게 두 가지 체험을 하는 사이 한나절이 지났다. 이곳에서는 이밖에도 UCC 만들기 체험, 영상촬영 및 편집 등 체험이 가능하다.

면천중 인솔교사는 "아이들의 체험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겁다"며 "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양질의 체험 프로그램인데다 가까운 곳에서 쉽게 현장 체험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면천중을 비롯 올해에만 2000여 명(약 100개 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이 중에는 고등학교도 9개교가 포함돼 있다. 1학기에는 유치원 또는 초등학생이, 2학기에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또는 희망학교들이 주 대상이다.

충남교육미디어센터 관계자는 "체험중심의 영상진로캠프를 지원하고 있다"며 "영상에 대한 꿈과 끼를 가진 학생에게 미래설계와 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면천중학교 학생들이 충남도교육청 연구정보원이 운영하는 충남교육미디어센터에서 '겨울왕욱'을 더빙체험을 하고 있다. ⓒ 심규상


이곳에서는 또 학교영상동아리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기 중 영상동아리를 찾아가 방문 지도한다. 영상동아리 주도의 우리 학교 뉴스 만들기, 우리학교 자랑 등 영상제작도 지원한다.

교육미디어 제작 목적을 위한 제작시설이나 장비도 대여하고 있다. 학교나 기관에서 교육 영상을 제작할 경우 시설 대여 비용이나 캠코더 구입예산을 절감하는 이점이 있다.

충남교육미디어센터는 방학 중에는 학생과 교원들을 대상으로 영상진로캠프 또는 영상동아리 캠프를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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