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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는 루돌프, 그가 겪었을 수난

[크리스마스 캐럴 다시 읽기] <루돌프 사슴코>는 해피엔딩일까

등록|2016.12.24 09:30 수정|2016.12.24 09:30

▲ 루돌프가 겪었을 고통을 미루어 짐작해봤다. ⓒ pixabay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다. 반짝이는 전구들과 거리 곳곳에 흘러나오는 캐럴송을 들으면서 우리는 저마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임을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캐럴송은 너무나 친근한 존재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 같지도 않은데 내 기억 속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캐럴송들이 자리잡고 있으니까. 동요부터 미국의 팝스타가 부른 것까지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캐럴송 외에도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새로운 노래들이 발매되고 있다.

수 많은 노래 중 가장 친근한 노래를 꼽으라면 나는 <루돌프 사슴코>를 꼽을 것 같다. 루돌프와 산타만큼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것은 없으니까. 루돌프의 빨간 코와 산타의 흰 수염을 볼 때마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어린 아이처럼 설레기도 한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막연히 따라불렀던 루돌프 사슴코의 가사가 요즘은 참 의문스럽다.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반짝이는 코
만일내가 봤다면 불붙는다 했겠지
다른 모든 사슴들 놀려대며 웃었네
가엾은 저 루돌프 외톨이가 되었네

안개낀 성탄절날 산타 말하길
루돌프코가 밝으니 썰매를 끌어주렴
그후론 사슴들이 그를 매우 사랑했네
루돌프 사슴 코는 길이길이 기억되리

'따' 당했던 루돌프

루돌프는 다른 사슴과 다르게 매우 반짝이는 빨간 코를 가지고 있다. 상상해보라. 갈색과 검정 범벅인 사슴들 사이에서 루돌프의 빨간 코는 얼마나 튀었을지. 아마도 루돌프는 돌연변이였나보다. 다른 사슴과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루돌프는 사슴들 사이에서 진정한 사슴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외톨이였고, 무리에서 벗어난 그런 사슴이었다.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산타 할아버지! "안개 자욱한 성탄절날,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썰매를 루돌프 니가 끌어주렴. 니 코가 밝으니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을거야." 산타와 사슴무리 앞에 닥친 문제의 해결사로 루돌프가 선택된 것이다.

그 후로 사슴들은 루돌프를 매우 사랑했고, 루돌프의 코를 기억하고, 칭송했다. 여기가 이 동요는 끝이 난다. 표면적으로 보면 참 감동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외톨이었던 루돌프의 가치를 알아봐준 산타, 사슴들의 사랑을 받게 된 루돌프.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이 노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노래일까. 루돌프가 태어나, 외톨이가 되고, 다시 사슴 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루돌프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빨갛고 빛이 나는 루돌프의 코는 언제나 변함없이 루돌프를 나타내는 주는 신체의 일부였을 뿐이다. 고작 코의 색 하나의 차이로 외톨이가 됐던 루돌프와 그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던 사슴들.

그런 루돌프의 진가를 발견한 것은 산타였고, 루돌프는 산타와 사슴들의 미션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문제 해결사로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그런 루돌프의 모습에 그 동안 루돌프를 배척했던 사슴들은 마음을 열고 자신들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주게 된다. 루돌프가 그런 적절한 '기능'을 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그 무리에 속하지 못했을거라는 나의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

'동화' '기능'을 열심히 증명해야 하는 사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야 하는 루돌프와, 증명하지 못하는 사슴은 자신들의 무리에 받아주지 않는 사슴 집단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잘 참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이 피부색이든 다른 가치관이든 나와 다른 사람을 우리의 원 밖으로 끊임 없이 밀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타고난 특성만으로 배제된 사람들은 다시 그 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내야 한다. 그것은 얼마나 그 사회 속으로 내가 잘 '동화'되었는지 혹은 내가 얼마나 유용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통해서 이뤄진다.

루돌프를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사회 속 다문화 가족, 외국인 노동자, 성적 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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