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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헌분교 폐교,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전 길헌분교 대책위 기자회견... 설동호 교육감 면담 요구하며 '항의'

등록|2016.12.21 17:02 수정|2016.12.21 17:06

▲ 대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폐교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생 등이 '기성초 길헌분교 통폐합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21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헌분교 폐교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교육청이 2017년 2월 28일자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장 전경.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교육청이 2017년 2월 28일자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담장에 걸린 '폐교반대 현수막'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교육청(교육감 설동호)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대전 서구 평촌동) 학부모와 지역주민, 졸업생 등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폐교반대운동'에 나섰다.

'기성초 길헌분교 통폐합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길헌분교대책위)'는 21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교육청은 학부모·지역주민과의 합의 없이 추진되는 길헌분교 통폐합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전교육청은 지난 5일 길헌분교를 내년 2월 28일자로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와 통폐합하는 내용의 '대전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2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초 대전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은 길헌분교 폐교를 반대하며 서명운동과 1인 시위를 벌여왔으며, 학부모·지역주민대표, 동창회대표 등으로 구성된 '길헌분교대책위'를 구성, 본격적인 '폐교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대전교육청이 길헌분교 폐교를 추진하면서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회 등의 의견 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과 12월 1일 두 번의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으나, 지역주민과 동창회 등의 의견은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폐교계획과 일정 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폐교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폐교를 전제로 한 설문조사'에 불과했다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실제 현재 18명의 학부모 전체가 폐교에 반대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당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학부모 일부(8명)는 찬성하고 있다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 아니다"

이날 규탄발언에 나선 학부모 대표 송명순씨는 "우리 길헌분교 학부모들은 학교통폐합에 전원 반대한다"며 "학교통폐합은 학생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한 것으로 교육청에서 제시하는 통폐합의 이유는 길헌분교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학생 수가 적어서 문제라면 서울, 세종, 충남처럼 작은 학교에 한해 '도농간 공동학구제'를 실시하여 관저지구나 도안신도시에서 작은학교를 원하는 학생이 길헌분교에 올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그러한 노력도, 그 어떠한 시도도 해보지 않고 2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폐교를 추진하는 대전교육청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대표인 이환봉(평촌1동 통장)씨도 "우리 평촌동과 오동 주민들은 입법예고가 있기까지 길헌분교 폐교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50년 이상을 지역주민과 함께 해온 길헌분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이 지역 공동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시설인데, 입법예고 전 주민과 학부모, 동창회 등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주민들은 길헌분교 폐교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배 대전교육공공성연대 공동대표도 연대발언을 통해 "농어촌 지역의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때문에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공동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교육을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전교육청은 길헌분교 폐교하면 교육부로부터 3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데, 그 돈이 그렇게 욕심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길헌분교는 2016년 돌봄교실 바닥 난방공사에 1000만원, 특수학급 신설로 인해 2000만 원 등 3000만 원의 시설공사를 했다, 그런데 1년만에 폐교를 추진하는 것은 대전교육청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행정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이어 "길헌분교가 없어지면, 대전 서구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에 초등학교가 단 한 곳만 남게 된다, 아이들은 인도도 없는 국도를 따라 3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학교를 다녀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분교 인근에 산업단지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데, 황급히 학교를 폐교시키려고 하는 것은 그 저의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대전교육청이 2015년 12월 교육부에 보고한 '시도교육청별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에 따르면, '학부모 75% 이상 동의할 경우 학교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 문서를 공개했다. 그리고는 "따라서 학부모 전체가 반대하는 '길헌분교 통폐합'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폐교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생 등이 '기성초 길헌분교 통폐합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21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헌분교 폐교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후 대책위가 교육청 현관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일어나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 폐교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창생 등이 '기성초 길헌분교 통폐합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21일 오전 대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헌분교 폐교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후 대책위가 교육감실로 찾아가 항의하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28일 교육감과 면담 약속... 교육감실에 의견서 전달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대책위는 대전교육청을 방문, 의견서를 제출키로 하고 청사로 들어섰다. 이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6층에 위치한 교육감실을 찾아가 비서실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동시에 나머지 주민 및 학부모 등은 민원실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전교육청 직원들이 현관에서부터 이들을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일어나고 고성이 오가는 충돌이 일어났다. 일부 주민이 현관을 몸으로 막아선 직원을 밀치자 이 직원도 몸으로 주민들을 막아냈고, 이 과정에서 직원과 주민들의 감정이 격해졌다.

특히 한 직원은 주민과 학부모 등에게 "이런 씨~", "저런 씨~", "어디다 대고 몸에 손을 대?" 라는 막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 이 직원은 취재를 하던 기자에게도 이와 같은 말을 했고, 소속과 직책을 요구하자 '교육청 직원'이라고만 말했다. 추후 확인해 보니 이 직원은 대전교육청 안전총괄과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육감실로 향하려는 주민들을 또 다른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버티면서 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감정이 격해진 학부모 및 주민들 모두가 교육감실 앞까지 몰려갔고, 그 자리에서도 한동안 교육청 직원들과 언쟁을 벌였다.

대책위 대표들은 "왜 교육청 문을 걸어 잠그느냐", "교육감실에 민원인이 오면 왜 안 되느냐"고 따졌고, 교육청 측은 "집단적으로 와서 불상사를 우려해 막아섰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언쟁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결국, 대책위 대표단이 교육감실로 들어가 설동호 교육감이 자리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비서실장에게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이날의 소동은 마무리됐다. 교육청은 오는 28일 안에 교육감과의 면담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약속했다.

▲ 자신이 타는 휠체어에 초등학교 1학년 손자를 태워 매일 등하교 시키고 있는 김평난(73)씨.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날 기자회견에는 휠체어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김평난(73) 씨도 참석했다. 김씨는 자신이 타는 휠체어에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를 태우고 아침에 등교를 시켰다가 저녁에 또 다시 태워오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길헌분교가 폐교될 경우, 손자의 등하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교육청이 통학버스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오후에는 아이가 돌봄교실에 있다가 하교를 하거나 아동센터에 갔다고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

김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또 다른 할머니들도 같은 사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왜 잘만 다니는 학교를 없애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도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만족하는데 왜 학교를 통폐합 하느냐"고 분개했다.

김씨도 "학교가 없어지면 우리 손자는 어떻게 학교를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제 차 없는 집은 애들 학교도 보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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