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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녹조에 골프공까지... '엉망진창' 공주보

[현장] 장맛비에도 수문 열지 않던 공주보, 수위 조절 이유는?

등록|2016.12.22 14:57 수정|2016.12.22 15:00

▲ 아래쪽 4대강 사업이 벌어지기 전 2008년과 오늘의 사진이 금강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 김종술


물 빠진 공주보에 시커먼 펄층이 드러났다. 김 양식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바닥은 온통 죽은 어패류와 녹조밭이다. 손으로 파헤치자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만 꿈틀거린다. 쌓인 펄층만 대략 2m 정도다.

4대강 사업 속도전이 부른 부실시공으로 공주보 바닥보호공 하자보수가 지난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SK건설이다. 내년 4월까지 진행하는 보수공사는 '공주보 하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 경계부'에 콘크리트 타설 보강을 통해 '보의 내구성 향상 및 안전성을 한다'는 목적이다.

"영원히 완공키 어려운 4대강 사업"

▲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앞은 김 양식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물 빠진 공주보 상류에 녹조가 덕지덕지하다. ⓒ 김종술


22일 찾아간 공주보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수위가 평균보다 1m가량 낮아져 있다. 상류 300m 지점의 수상공연장은 각종 깡통부터 비닐 쓰레기까지 나뒹굴고 있다. 한적한 이곳은 지난가을까지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그래서인지 물속에 골프공이 많이 보인다. 인근에서 확인한 골프공만 100여 개다.

수온이 낮아지면서 바닥에 녹조가 가라앉자 흡사 김 양식장처럼 보인다. 수위가 내려가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펄조개와 죽은 어패류도 눈에 들어온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갔지만,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펄 때문에 한 발 내딛기가 어려웠다.

한 마리 두 마리 확인한 펄조개만 200여 마리. 손으로 펄 속을 파헤치자 시커먼 펄층이 드러났다. 뚝 떨어진 기온에도 악취가 진동한다. 환경부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으로 지정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도 꿈틀거린다. 낮아진 수온에 사멸해가는 이끼벌레도 간간히 눈에 띤다. 

지난여름 장맛비 예보에도 공주보 수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수문이 열린 걸까?

▲ 시커먼 펄 속을 파헤치자 환경부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으로 지정한 붉은 깔따구가 꿈틀거린다. ⓒ 김종술


수자원공사 담당자는 "강우 예보가 50mm 정도가 있어서 사전에 조치를 취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풀 발전으로 평균 수위에서 70cm가량 물을 뺐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종보와 백제보는 평균 수위를 보인다. 공주보 공사를 위해 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런 영향이 있다. 월류(물이 넘는 것)가 우려돼서 사전에 조치한 것"이라고 실토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팀장은 "서류상 준공만 가능한 4대강 사업은 영원히 완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콘크리트에 막히면서 유속이 사라지고 하루가 다르게 펄층이 깊게 쌓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던 4대강 사업은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를 잡아먹고도 끝없이 국민을 괴롭힐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민관이 함께하는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수문을 열고 강의 숨통을 터주는 길만이 생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수자원공사가 공주보 공사를 위해 물을 빼면서 사면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놓은 철망이 드러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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