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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왜 원작과 다른 설정을 했을까

[기획] 연재 기간만 9년... 탄탄한 필력으로 완성된 책 <솔로몬의 위증>

등록|2016.12.26 15:11 수정|2016.12.26 15:11
책 <솔로몬의 위증>(미야베 미유키 장편소설, 문학동네)은 굉장히 잘 짜인 심리극이다. 한 학생의 죽음을 두고 부패한 어른들에 맞서 학생들이 직접 교내 모의재판을 열어 진실을 찾아나간다는 서사를 기본으로 두고 개개인이 그렇게밖에 움직일 수 없는 이유를 치밀한 묘사로 설득해나간다.

책 <솔로몬의 위증>은 일본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으로 14년 전 일본에서 연재된 소설을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솔로몬의 위증>은 총 3권, 쪽수만 2000여 쪽에 가까운 무척 긴 소설이다. 이를 JTBC에서 12부작 드라마로 제작했다.

12부작 드라마에서 소화하기에 원작 소설은 그 분량이 무척 길다. 무엇보다 개인 내면의 심리를 촘촘하게 묘사하고 있어 영상 매체로의 전환은 다소 부적합하다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완성된 탄탄한 원작 소설을 어떻게 각색할지가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초반 방송분의 내용과 소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꼽아보았다.

▲ JTBC <솔로몬의 위증> 원작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 ⓒ JTBC


'어른에 맞서는 아이들' 원작 소설에도 존재할까? O

미야베 미유키 작가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원작 <솔로몬의 위증>이 "아직 어른이 아니니까 어려운 일은 못한다고 단정 짓는 어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아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런 작가의 생각은 드라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극 중 정국재단 법무팀장인 한경문(조재현)은 부패한 어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과 대립한다. 학생들이 직접 교내 모의재판을 주도하는 것 또한 원작의 핵심적인 뼈대로 그대로 드라마화 된다.

이 설정은 특히 세월호를 경험한 2016년 한국의 현실와 맞닿아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 '가만히 있으라'며 세월호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어른들과 그에 맞서는 학생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가 지난 2년간 수없이 목도한 사실의 일부분이었다.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 3화에서 주인공 고서연(김현수) 학생은 '이소우는 왜 죽었는가 우리가 밝혀내자 그날의 진실을'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있다. 그 피켓에는 우리가 '세월호 리본'이라고 부르는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다. 이는 <솔로몬의 위증>이 2016년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읽히기를 원하는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죽은 이소우의 목격자는 원작에서도 두 사람일까? X

그 순간, 가방 바로 옆 눈더미에서 삐져나온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곳에 손이 나와 있네 - 머리에 묻은 눈을 털어내며 생각했다. 마치 겐이치의 가방을 붙잡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고, 가방 손잡이 쪽으로 손가락을 뻗은 채.

저런 곳에 손이 나와 있다.
말도 안 돼. - <솔로몬의 위증> 1권 '사건' 중에서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는 죽은 이소우를 발견한 학생이 총 두 사람이다. 한 명은 주인공 고서연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고서연과 동급생인 배준영(서지훈)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에는 배준영 역할의 '노다 겐이치'라는 학생이 죽은 학생의 시체를 발견한 유일한 학생이며, 고서연(후지노 료코)의 경우 고발장을 받으며 여러 고민 끝에 모의 재판에 나서게 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드라마의 경우 12부작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배우 김현수에 많은 이야기를 얹어서 간다.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원작과 드라마에서 모두 주인공 아버지의 직업이 형사(안내상)로 설정돼있다는 점이며, 배준영(노다 겐이치)의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설정도 그대로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준비하는 학생들? X

책 <솔로몬의 위증>은 조토제3중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 드라마는 정국고등학교가 배경으로 고등학생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데 반해 원작 소설은 중학생이 주인공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곧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이라는 설정은 중요하게 작용한다. 주인공 고서연이 무척 공부를 잘 하며 또 수능을 잘 보고 싶어한다는 설정은 향후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전개될 모의 재판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고등학교 입학 시험이 학생들의 인생에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 또한 만만치 않다.

"겐짱이 가이세이나 구단같이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아무리 가까이 살아도 나랑은 안 놀게 될까?"

겐이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유키오는 소꿉친구지만 진로가 갈리면 아무래도 사이가 멀어지겠지. 그러나 순박하고 쓸쓸히 말하는 그에게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일 애매한 대답으로 얼버무렸다.

"난 가이세이도 구단도 못 들어가." - <솔로몬의 위증> 1권 '사건' 중에서



피고자 최우혁은 원작에서도 절대 권력? △

'오이데 마사루는 현재 '오이데 집성재'라는 목재 가공 회사의 사장인데, 부모에게 물려받은 가업이라 슌지도 언젠가 뒤를 이을 거라고 한다. 장래가 정해졌으니 굳이 아득바득 공부할 필요가 없다.

…(중략)… 외동아들이 수업을 멋대로 빼먹고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아 학교 측에서 참다못해 호출하면 오이데 마사루는 그때마다 당당하게 교무실에 뛰어들어와 선생의 말은 아예 듣지도 않고 고래고래 소리치고는 의기양양하게 돌아간다고 했다." - <솔로몬의 위증> 1권 '사건' 중에서


조재현이 맡은 정국재단 법무팀장 한경문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사실상 일대다로 학생들에 맞서 '악'인 어른의 역할을 수행한다. 원작 <솔로몬의 위증>에는 한경문 같은 '대리인' 대신 피고자 오이데 슌지(드라마는 최우혁(백철민 분)으로 등장한다)의 아버지인 '오이데 마사루'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목재 가공 회사의 사장으로 가끔 학교에 와서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나온다.

그에 반해 한국판에서는 피고자 최우혁의 아버지가 상대적으로 원작에 비해 학교 안에서 보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대리인 격인 '학교 법무팀장' 한경문(조재현)을 내세우는 것을 봐도 그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솔로몬의 위증>(미야베 이유키 지음 /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전 3권(2039쪽) / 2013년 7월 / 4만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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