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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타 '수화쌤들' "촛불집회, 방송과는 달랐다"

[스팟 인터뷰] 범국민행동 영상 통해 주목 받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수화통역 재능기부단'

등록|2016.12.24 21:35 수정|2016.12.24 21:35

▲ 자원봉사에 나선 통역사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9차 촛불집회'에서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24일 역동적인 수화로 촛불집회 생중계 시청자들에게 찬사를 받은 '수화쌤' ⓒ 이정환


9번째 촛불이 광화문 광장에서 타올랐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모였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직접 광장에 나서지 못하는 이도 많다. 거리로 나서지 못한 시민들은 컴퓨터로 혹은 스마트폰으로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사의 생중계를 보며, 함께하지 못하는 대신 마음을 보탠다.

다양한 그림이 송출되는 범국민행동 생중계 영상, 하지만 그 오른쪽 하단에는 언제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농아인들을 위한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수화통역 재능기부단'이다.

이들의 수화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방송에서 보던 수화와는 조금 다르다. 무대에 맞춰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장애인이 보기에도 웃게 되는, 밝은 느낌의 수화는 어느새 본무대보다도 '시선 강탈'하는 포인트가 되었다. 24일 9차 범국민행동 생중계를 보던 누리꾼들의 눈도 어느새 수화에 쏠렸다.

"난 지금 수화쌤만 보고 있음."
"수화쌤, 진짜 멋짐!"

누리꾼의 성원에 힘입어, 24일 오후 7시 40분께, 8시부터 이어질 '하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오마이뉴스>는 수화통역 재능기부단을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없었던 수화 통역, 주최측에 먼저 연락한 재능기부단

"원래는 10명 정도 되는데, 오늘은 오전과 오후 파트를 나눴어요. 오후 1시부터 밤 10시, 11시까지 있어야 하고,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4명이 남았네요." - 박미애 통역사

이날 범국민행동 무대에 함께한 통역사는 김홍남, 박미애, 황선희, 한현심으로 총 4명이었다. 참여한 횟수도 2주차부터 8주차까지 다양했다. 본래 1차 집회 때는 수화가 아예 없었다. 재능기부단이 먼저 집회 주최 측에 연락해 함께하게 됐다.

- 단체 소개를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박미애 "사실은 저희 장애인정보문화누리가 세월호나 광우병 때도 수화 통역을 제공했었어요. 이번에 1차 집회를 보니 수화가 없길래, 먼저 연락해서 참여하겠다고 했죠. 저희는 다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저희가 자원봉사 대신 재능기부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이미 이 기술을 가지고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이 있는 분들이 제대로 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모인 거거든요. 센터에 소속되신 분들도 계시고, 방송사에 있는 분, 프리랜서 등 다양합니다."

- 일반적으로 우리가 방송을 통해서 보던 수화 통역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시는 건가요?
황선희 "방송은 틀이 정해져 있어서 조금 위축이 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 이런 행사장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크게 가려고 했어요. 예를 들면 '가자!'라는 그 무대의 외침까지 수화로 통역해드려야 하니까, 몸이 더 커지는 게 있기는 했죠. (웃음)"

- 이전에도 비장애인분들에게 수화에 대한 피드백이 온 적이 있었나요?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이 혹시 있으신지?
박미애 "3차 때, 케이블선이 끊어지면서 방송이 안 나갔는데 현장에서 '멋있다', '잘한다'고 얘기해주신 적이 있어요. 비장애인 분들이 '우리는 귀로 들으면 되니까, 농아인 분들 위해서 수화창 더 크게 키워도 된다'고 말씀해주신 적도 있어요. 뿌듯했죠. 그런데 이렇게 네티즌분들이 실시간으로 주목하고 있다니 신기하네요."

- 수화 통역을 보시는 장애인분들에게는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박미애 "피드백이 생각보다 많아요. 농아인 분들은 있어서 좋다, 수고한다, 고생한다 얘기 참 많이 해주세요. 수화창 크기가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시고, 너무 하단이라 자막에 가린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수화가 만국공통어라고 생각하시지만, 문장식 대응 수화도 있고 농식으로 하는 분도 있고 이를 섞어서 하는 분도 계세요. 그래서 특별히 누군가에게 맞출 수가 없어서, 최대한 공식적인 단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탄핵 이후의 세상을 그리다

▲ 자원봉사에 나선 통역사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9차 촛불집회'에서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앞으로도 계속 집회에 수화 통역으로 참여하실 건가요?
한현심 "그럼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려고요."

-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집회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계속 광장에 함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박미애 "탄핵이 주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세월호, 메르스, 고 백남기 어르신... 그 와중에 장애인등급제로 인해서 장애인분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거든요. 쌓이다 쌓이다 터진 거라, 그 한 사람이 탄핵을 당한다고 끝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탄핵이 되더라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완전히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

- 광장에 직접 나오지 못하고, 생중계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보태고 있는 시청자 누리꾼들게 마지막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김홍남 "나오셔야죠!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황선희 "광장으로 와서도 함께 동참해주세요."
한현심 "안 나오셔서 외로워요."
박미애 "2차 때 분위기와 지금 분위기가 조금 달라요. 많은 국민이 호응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수화창도 커진 게, 5차 때 농아인 20명 정도가 무대 앞쪽으로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 주최 측도 보고, '아, 청각장애인분들도 광장에 많이 나오고 계시는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어디선가 다 보고 계세요. 덕수궁 쪽에서 '여기 수화가 안 보여' '여기 스크린이 안 보여'라고 문자나 카카오톡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은 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안 믿는 경향이 있잖아요. 농아인 분들도 직접 나오셔서 현장에서 수화도 하고, 노래도 같이 호응해주시고 이런 걸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분들도 함께 하는 집회잖아요. 저희가 있으니까 하루 정도 직접 나와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어보고 싶은 게 아직 많이 남았지만, 무대 시작과 동시에 다시 올라가야 하는 재능기부단을 더는 붙들 수가 없었다. 광장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이고 있다. 서로 연대하면서 그 목소리의 파장은 증폭되고 있다.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도 광장에 보태기 위해, 그리고 광장의 외침을 장애인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이 멋진 '수화쌤'들의 모습, 생중계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직접 현장에 와서도 볼 수 있다. 재능기부단의 부탁처럼, 한 번 더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는 건 어떨까. 아직 광장에는 더 많은 목소리들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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