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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명령해주시면 정권 교체 전면에 나서겠다"

[현장] 성탄 이브에 열린 여수 촛불집회... 박 시장 대권 도전 시사

등록|2016.12.25 10:20 수정|2016.12.25 10:21

▲ 9차 여수촛불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심명남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후 5시. 전남 여수 흥국체육관 앞에서 박근혜 퇴진 9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비교적 날씨가 포근해 다양한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성탄절 "가장 낮은 곳에 예수님 오실 것"

▲ 열린교회 정한수 목사와 나란히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시장의 모습 ⓒ 심명남


이브날 맞는 촛불집회 성탄 메시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열린교회 정한수 목사는 "성탄절은 예수님께서 오시는 날인데 당시 종교지도자와 민중을 억압하는 로마권력과 유대인들 중에서 사두계인, 바리세인, 율법학자인 기득권 세력들의 권력에 저항해 민중들에게 메시아(희망)을 되돌려주는 날이었다"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정 목사는 이어 "우리나라가 박근혜 정부를 통해 시민 권력과 권리, 주권을 잃어버렸는데 촛불집회를 통해 하나님이 독재 권력을 물리치고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깨우침을 통해 잘못된 권력을 바로잡고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물을 주는 것이 2016년 성탄절의 의미"라고 말했다.

▲ 촛불을 감싼 박근혜 퇴진 피켓 ⓒ 심명남


또 솔샘교회 정병진 목사는 "오늘 자유발언에서 감동을 받았다"면서 "지금 예수께서 오신다면 어디로 오시겠냐고 묻는다면 아마 팽목항이나 송전탑에 올라 시위하는 노동자가 있는 곳이나,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낮은 곳에 오실 것 같다"라며 "오늘날 교회들이 성장주의에 너무 매몰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 목사는 이어 "지금 예수께서 계시는 곳은 촛불집회 현장이라 본다"면서 "목회자들이 그런 곳에 있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성탄절을 보내는 것은 참된 성탄의 의미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촛불집회 현장을 비롯해 소외된 곳을 찾는 것이 교회의 바람직한 사명이다"라고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 공연하는 상록수 밴드 ⓒ 심명남


▲ 촛불집회에 차와 오뎅을 준비한 시민 활동가들의 모습 ⓒ 심명남


이날 집회에는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10년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실현하자"고 결의를 모았고 '국민이 기필코 이긴다'는 선창에 따라 이긴다! 이긴다! 이긴다!를 제창했다.

문화공연에 김영 우도풍물패와 상록수 밴드가 함께 했다. 무대에 선 상록수 밴드 김인옥 리더는 딸아이와 가진 대화를 들려줘 가슴을 뭉클케 했다.

"엄마!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좀 빠지면 안 돼?"
"내가 너희들에게 정유라처럼 말을 사줄 순 없지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돌려줄 수 있게 촛불집회에 나가는 거야"

여수에서 대권출마 내비친 박원순 시장

▲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9차 여수촛불집회 ⓒ 심명남


▲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원순 시장의 모습 ⓒ 심명남


사회를 맡은 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문갑태 공동집행위원장은 "물대포로 농민을 죽이고 304명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간 살인정권은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판을 바꿔야 한다"면서 "촛불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조기 탄핵가결과 함께 박근혜의 조기퇴진을 요구한다"라며 헌재를 압박했다.

이날 여수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가족, 연인과 오붓하게 지내야할 밤이지만 추운 겨울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외치는 국민노릇하기 정말 어렵죠"라며 "대한민국 헌법1조는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국민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민주주의와 행복한 나라가 바로 선다"라며 촛불 시민들을 독려했다.

박 시장은 이어 "아침 일찍 팽목항에 갔는데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이 아이들이 돌아오길 애타기 기다리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들을 봤다"면서 "국민의 안전조차 보장 못하는 그런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라고 물었다.

▲ 시민들과 촛불집회 참석한 박원순 시장 ⓒ 심명남


▲ 박근혜 퇴진 외치는 산타의 모습 ⓒ 심명남


그러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할 우리 아이들이 잘못된 교육제도 때문에 하루 1.5명이 자살한다"면서 "지금 재벌은 700조가 넘는 돈을 창고에 쌓아놓고 있는데 국민은 1300조가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냐"고 개탄했다.

새누리당의 청산과 제대로 된 야당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즉각 새누리당은 청산되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야당은 제대로 하고 있나, 야당도 국민의 목소리를 똑바로 듣고 신뢰의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된다"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박 시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두 번의 정권교체를 이뤘는데 그때마다 호남의 선택은 늘 옳은 것이었다"면서 "저는 호남이 명령한다면 여수시민이 명령한다면 역사의 전면에 나서 여러분과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시대를 교체하고, 미래를 교체하겠다"라며 대선 출마 의지를 내보였다.

"미완의 동학혁명, 촛불집회로 완성할 것"

▲ 박근혜 퇴진 여수운동본부 주종섭 대표(좌)와 정한수 목사의 모습 ⓒ 심명남


주종섭 공동대표는 지금의 촛불집회를 120년 전 미완성으로 끝난 전봉준의 동학혁명에 비유했다.

"120년 전, 나라 없는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동학농민군이 일어섰습니다. 당시 전봉준 장군이 멘토 역할을 했던 스님을 찾아갔을 때 스님께서 '이봐 봉준이 자네 혼자 힘으로 안 될 것 같지? 그렇지만 지금부터 화톳불(모닥불)을 피워보소. 자네 먼저 화톳불을 올리면 여기저기서 화톳불이 피어날 걸세'라고 했습니다. 가장 위대했던 들불 혁명은 실패로 끝났지만 역사의 큰 획을 그었습니다. 이제 촛불항쟁을 이끄는 우리가 미완의 역사를 성공시켜야 합니다."

자유발언에 나선 여수시민협 이현종 대표는 "2016년의 시민항쟁은 4.19나 6월 항쟁처럼 미완이 아닌 보다 더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이승만과 전두환의 사례와 다르게 제대로 구속해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안타깝게도 여수에서 작은 박근혜들이 움직이고 있다"면서 "의장에 당선되기 위해서 돈 봉투를 돌려받았단 사람은 있는데 준 사람은 없단다. 이 얼마나 황당하고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냐"라며 "그 과정에서 부끄러운 성추행 의혹까지 받고 있는 행동들이 일어났고 아직도 시청 일부 공무원들은 뇌물을 받고 징계를 받는 일들이 빈번한데 시민사회연대회의와 함께 싸워 여수를 바꿔 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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