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이 연기력 원천? 글쟁이인 저도 같습니다
[2016 올해의 뉴스게릴라 수상 후기①] 광화문광장 배회, 글쓰기 원천이었죠
<오마이뉴스>는 '2016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임병도 하성태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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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시상식은 2017년 2월 17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7 2월22일상'과 '2016 특별상', '2016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 하성태 기자가 최근 쓴 게릴라칼럼 ⓒ 오마이뉴스
"나는 대한민국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3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참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본 한국의 영화인들은 이런 '시민선언' 영상을 남겼습니다. 전 세계 '1등 좌파 감독'에게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긴 이 작품은 복지 체계와 관료제의 허점으로 신음하던 성실한 노동자가 결국 모든 걸 감내하다 자기 방식의 시민불복종을 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본편의 여운을 더해 주는 것이 바로 이 '시민선언' 영상입니다. 영화를 본 영국 관객들이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니다", "나는 요구합니다. 당신이 존중해 주기를"이라 외치는 '시민 선언'은 영화 속 다니엘 블레이크의 당당함과 겹쳐지는 동시에 지금, 여기의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하거든요.
2016년은 그런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시민들이 결국 무능한데다 시대착오적이고 국민들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던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보다 못한 끝에 심판하고자 각자의 광장에서 거대한 촛불을 들었던 '시민(불복종)선언', '시민혁명'의 한 해였던 거죠. 좀 더 거창하게는 1987년 이래 시민들이, 국민들이 진정한 헌법의 주체로서 재탄생한 한 해, 그러한 승리의 기억을 각인시킨 한 해였던 거고요.
개인적으로, 그러한 물결에 동참하고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열심히 글로 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주 동안 광화문광장 주변을 배회했고요. 누구는 '백수 전문 시위꾼'이라고 놀렸지만, 우습게도 스스로는 '시대의 관찰자(?)'라고 항변을 하기도 했답니다. 2002년부터 광장에서 촛불이 타오를 때마다 복판에 서고자 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결국 함께 숨쉬고, 느껴야만 그 촛불의 열망들을 제대로 느끼고 그걸 글 안에 녹여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올 한 해는 진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력감과 분노로 끓어올랐던 대한민국
▲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출발이었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고 백남기 농민이 광장에서 물대포에 의해 쓰러지고, 한일 위안부 협상이 졸속으로 타결되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강행 중이었죠. 그러면서, 트위터는, 페이스북은, 또 실생활에서 만난 '우리'는 '잘못 됐는지 알고 있지만 당장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과 분노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걸 확인하고 있었고요.
그러한 분노는 4.13 총선의 결과로 나타났고, 가을에 접어들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절정을 맞았습니다. 필연의 결과라고 우기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 직후부터 거세졌던 촛불의 힘이, 그 민심이 정치권과 검찰, 언론을 추동하며 대통령 탄핵의 국면을 만들었다는 점은 확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재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고요.
올 한 해 제가 써 내려간 '게릴라칼럼'은, 그리고 얼마간의 '하성태의 사이드뷰'는 그러한 움직임의 기록일 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악의 평범성'과 같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보고 경험하는 동시에 '내가 더 나빠지는지 세상이 더 나빠지는지'를, 그러면서 한 해 한 해 보수화되는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으로 지쳐가야 했던 건 저 뿐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촛불광장의 체험이, 그 승리의 기억이 없었다면 계속 대통령이나 정권비판에 그쳐야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올 가을 이후까지 그리 부지런히 글을 쓸 수 없었을 것 같고요. 아, 물론 '정치' 검찰이 제 글을 문제 삼아 애먼 <오마이뉴스> 편집 기자를 기소한 사건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이미 <오마이뉴스> 독자라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4.13 총선 당일, 투표 독려 차원에서 제가 쓴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라는 게릴라칼럼을 한 보수청년 단체가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고, 단체의 소 취하와 검찰의 인지 수사라는 기기묘묘한 과정을 거쳐 결국 기사를 편집한 김준수 기자가 기소됐거든요.
글을 작성한 '취재기자'도, 그 기사를 세상에 내보낸 언론사도 아닌 단순히 기사를 편집한 편집기자를 기소하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정치검찰의 행태야말로 내년 대선을 앞둔 박근혜 정권의 '언론 재갈 물리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습니다.
검찰은 저를 불렀어야 했습니다. 그게 상식이고요. 그랬다면 '빤스 벗고' 싸울 성격이지만, 애먼 김 기자가 법정까지 서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복잡한 심경이 들더군요. 어쩔 수 없는 상황 앞에서, 그래서 더 칼럼이 더 독해지기도 했고요. 이 지면을 빌려 다음 달 판결을 앞두고 노심초사 중일 김준수 기자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냅니다.
'먹고사니즘'에 의해 글을 씁니다
▲ 가수 전인권씨와 함께 한 하성태 기자 ⓒ 장철영
배우들은 종종 "입금이 연기력의 원천"이라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그 말을 빌리자면, 저 또한 '먹고사니즘'에 의해 글을 씁니다. 어느 순간부터 '재능기부'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는 일은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슬슬 시동을 걸고 또 실제로 '입봉'까지 하게 된 '시나리오 작가'라는 직함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결국 글도 빨리, 잘 써진다는 걸 체득하게 됐다고 할까요. 물론 쉽지 않은, 지금도 노정 중에 있지만요. 물론 그 글의 성과가 생활로 이어질 때 스스로 진짜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깨닫게 된 한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요"란 물음에 대한 답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글쟁이'라고 소개하면 종종 받는 질문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진짜 쓰고 싶은 주제와 쓸 수 있는 소재를 꾸준히 고민하는 일, 그 일이 '업'이고 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끊임없이, 매일 매일, 보고 읽고 듣고 뇌를 회전시키는 게 일상이 돼야 하는 거죠. 사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느냐와 같은 일반론이니까요.
결국 좋은 글, 좋은 기사, 좋은 텍스트를 많이 보고 읽고 느끼는 훈련이 선행돼야 하고, 또 그러한 행위가 일상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엔 부지런히 직접 써야하고요. 물론 모사는 기본일 겁니다.
여하튼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정보와 좋은 글을 캐치할 수 있는 시각이야말로 기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느 매체보다 빠른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활용하고, 블로그나 텀블로 같은 개인 공간을 활용하시라는 조언도 드리고 싶네요. 그렇게 부지런히 보고, 모사하고, 기사를 출고하다 보면, 자기 시각, 자기 문체가 서서히 만들어질 테니까요.
저 또한, 시나리오든 칼럼이든 그 문체가 확립될 때까지, 그래서 생활이 더 즐거워질 때까지 쓰고 또 써보려고요. 아마도 내년에도 여전할 것 같습니다. 올 해 들었던 광장에서의 '촛불'이 어디로 귀결되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할 테니까요. 2017년 한 해도 <오마이뉴스>를 통해 그 길에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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