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우드 스타일 벗은 이 인도영화가 빈민을 얘기하는 법
[리뷰] 영화 <뭄바이의 왕>에 담긴 이 아이들... 우린 무엇으로 사는가
▲ 뭄바이의왕영화 이미지 ⓒ Cinemanjeet Creations
미국 뉴욕포스트 기자 캐서린 부의 눈에 비친 인도 뭄바이 빈민촌 사람들은 연대하지 않고 알량한 이익 앞에서 서로 무너뜨리려고 경쟁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쓴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서 이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인도의 불평등 문제를 강력하게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도영화 <뭄바이의 왕>(Mumbia Cha Raja, 2012년 작품)에 나오는 뭄바이 빈민촌 사람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만지트 싱은 두 아이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따라가면서, 이들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나아가 뭄바이 빈민촌이 이들의 성장에 어떤 토양을 제공해주고 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 뭄바이의 왕영화에 나오는 가타파티 신의 형상 ⓒ Cinemanjeet Creations
이 인도영화는 발리우드 스타일 영화가 아니며,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도 아니다. 다만 라훌과 아바즈의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이들의 가정환경을 보여주고, 나아가 힌두교 신 가나파티를 기리는 축제를 배경으로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 뭄바이의 일면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암울해 보이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 인생이 그러하듯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고 낙관적이다. 악동 짓을 하는 두 아이의 기특한 면을 놓치지 않는다거나, 폭력적이거나 무책임한 어른들을 보여주는 한편 이를 말리고 아이들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다른 어른들의 모습까지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즉 앞서 언급한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빈민촌 사람들이 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책이었지만, 이 영화는 이들 사회에 공동체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라훌의 집보다 더 곤궁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아바즈의 어머니는 라훌에게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제공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거리에서 라훌의 어머니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본 한 아주머니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호되게 나무란다.
이 영화가 묘사하는 두 아이의 일상이 안타까우면서도 낙천적으로 보이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빈한한 삶 속에서도 아이들은 착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고, 공동체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이들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기대가 이 영화 전반에 걸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와디의 아이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뭄바이의 왕>이 보여주는 것들은 그 논픽션의 저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담아낸 것일 뿐, 기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민촌 아이를 위해서
▲ 뭄바이의 왕영화 포스터 ⓒ Cinemanjeet Creations
영화 도입부에서 라훌은 슬레이트 지붕 위를 걷는다. 견고해 보이지 않는 지붕 위에서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 모습은 그 아이가 놓인 현실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또 라훌이 가출을 한 뒤 가나파티 신상 뒤에서 잠을 청하는 장면이나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에서는 마음 둘 데 없는 아이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이 느껴진다.
즉 <안나와디의 아이들>과 <뭄바이의 왕>은 동전의 양면처럼 진실을 담고 있으며,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뭄바이 빈민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볼 때 '뭄바이의 왕'이라는 제목은 중층적이다. 제목이 힌두교 신 가나파티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이는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나파티시여 어서 오소서"라는 축원처럼, 뭄바이 빈민촌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주인공인 두 아이를 가리키는 제목일 수도 있다.
영화는 두 아이를 객관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도 '왕'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존재들로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도는 앞서 말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만큼 이들이 고귀하고 가능성 있는 존재들이니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얘기로 귀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안나와디의 아이들>과 <뭄바이의 왕>은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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