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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스타일 벗은 이 인도영화가 빈민을 얘기하는 법

[리뷰] 영화 <뭄바이의 왕>에 담긴 이 아이들... 우린 무엇으로 사는가

등록|2016.12.26 17:59 수정|2016.12.26 17:59

뭄바이의왕영화 이미지 ⓒ Cinemanjeet Creations


미국 뉴욕포스트 기자 캐서린 부의 눈에 비친 인도 뭄바이 빈민촌 사람들은 연대하지 않고 알량한 이익 앞에서 서로 무너뜨리려고 경쟁하는 이들이었다. 그가 쓴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서 이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인도의 불평등 문제를 강력하게 고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인도영화 <뭄바이의 왕>(Mumbia Cha Raja, 2012년 작품)에 나오는 뭄바이 빈민촌 사람들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만지트 싱은 두 아이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따라가면서, 이들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나아가 뭄바이 빈민촌이 이들의 성장에 어떤 토양을 제공해주고 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하천에서 자맥질하기를 좋아하는 소년 라훌은 집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심이 온통 어린 동생에게 쏠려있는데다, 무엇보다도 폭력적인 아버지와 마주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런 라훌의 절친은 풍선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바즈. 둘은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꽁무니를 쫓으며 시시덕거리거나 만만한 상인들의 눈을 속이고 슬쩍한 감자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자신들과 달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골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말리다 된통 맞은 라훌은 가출하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에게 앙갚음할 계획을 세운다.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은

뭄바이의 왕영화에 나오는 가타파티 신의 형상 ⓒ Cinemanjeet Creations


이 인도영화는 발리우드 스타일 영화가 아니며, 뚜렷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도 아니다. 다만 라훌과 아바즈의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여주고, 이들의 가정환경을 보여주고, 나아가 힌두교 신 가나파티를 기리는 축제를 배경으로 이들이 살고 있는 도시 뭄바이의 일면을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암울해 보이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 인생이 그러하듯 희로애락이 공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고 낙관적이다. 악동 짓을 하는 두 아이의 기특한 면을 놓치지 않는다거나, 폭력적이거나 무책임한 어른들을 보여주는 한편 이를 말리고 아이들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다른 어른들의 모습까지 함께 보여주는 식이다.

즉 앞서 언급한 논픽션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빈민촌 사람들이 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책이었지만, 이 영화는 이들 사회에 공동체정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라훌의 집보다 더 곤궁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아바즈의 어머니는 라훌에게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제공해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또 거리에서 라훌의 어머니를 때리려는 아버지를 본 한 아주머니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호되게 나무란다.

이 영화가 묘사하는 두 아이의 일상이 안타까우면서도 낙천적으로 보이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빈한한 삶 속에서도 아이들은 착한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고, 공동체가 조금 더 노력한다면 이들을 잘 자라게 할 수 있다는 믿음 혹은 기대가 이 영화 전반에 걸쳐 녹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와디의 아이들>이 이야기한 것들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뭄바이의 왕>이 보여주는 것들은 그 논픽션의 저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담아낸 것일 뿐, 기본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민촌 아이를 위해서

뭄바이의 왕영화 포스터 ⓒ Cinemanjeet Creations


영화 도입부에서 라훌은 슬레이트 지붕 위를 걷는다. 견고해 보이지 않는 지붕 위에서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 모습은 그 아이가 놓인 현실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또 라훌이 가출을 한 뒤 가나파티 신상 뒤에서 잠을 청하는 장면이나 반복적으로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에서는 마음 둘 데 없는 아이의 내면에 도사린 불안이 느껴진다.

즉 <안나와디의 아이들>과 <뭄바이의 왕>은 동전의 양면처럼 진실을 담고 있으며, 결국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뭄바이 빈민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점에서 볼 때 '뭄바이의 왕'이라는 제목은 중층적이다. 제목이 힌두교 신 가나파티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이는 영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가나파티시여 어서 오소서"라는 축원처럼, 뭄바이 빈민촌 아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말이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주인공인 두 아이를 가리키는 제목일 수도 있다.

영화는 두 아이를 객관적으로 곤란한 상황에서도 '왕'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존재들로 그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의도는 앞서 말한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그만큼 이들이 고귀하고 가능성 있는 존재들이니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얘기로 귀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안나와디의 아이들>과 <뭄바이의 왕>은 같은 이야기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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