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2017년까지 핵개발 완료 목표"
통일부 기자 간담회 열고 "인권문제, 북한 외교 전반 위축시키고 있다" 밝혀
▲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7월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27일 "김정은 정권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핵 질주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한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우리 민족을 다가오는 핵 참화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망명 동기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이 2017년까지를 핵개발 적기로 삼은 배경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미국은 (2016년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정권 인수가 진행되는 2016년부터 2017년 말까지를 적기로 보고 있다"라며 "이 기간에는 국내 정치일정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군사적인 조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타산이 깔려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지난 5월 7차 당대회 이후 핵 개발을 가장 이른 시간에 완성할 것을 당 정책으로 규정했다"라고 덧붙였다.
"'핵동결 대 제재 해제·한미 합동군사훈련 해제'로 핵보유 인정받겠다는 전략"
▲ 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이어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빨리 핵을 개발한 뒤 핵 보유국 지위에서, 새로 집권한 미국·한국 정부와 새로운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 정부가 유지해온 비핵화 대화라는 도식을 깨고, '핵동결 대 제재 해제·한미 합동군사훈련 해제' 구도를 들이대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김정은의 핵개발을 포기시키는 것은 인센티브의 양이나 퀄리티(질)의 문제가 아니"라며 "김정은 정권이 곧 핵무기이기 때문에,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수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제가 핵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모른다"라면서 "북한은 체제 특성상 제가 아니라, 외무성이나 그 높은 분들도 북한 핵 개발의 수준은 절대 모른다"라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이 지난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내년에 6차와 7차, 두 차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문을 재외공관에 보냈다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제 발언 의도와 다른 내용"이라면서 "정책판단을 갖고 얘기한 것일 뿐, 북은 국가 비밀을 외교공관에 보내지 않는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북제재가 효과는 그 수치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심리 변화와 김정은이 추진하려는 정책을 어떻게 파탄시키고 있나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라면서 "북한 주민들은 대북 제재에 대해 상당한 동요를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김정은이 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평양 려명거리 공사에 나서면서 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완성해 대북제재가 물거품임을 보여주라고 했는데 완성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북, 김정은이라는 신적 수령과 정책부서가 종속적으로 연결돼 있는 독특한 구조"
그는 북한 정권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해서는 "제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받을 질문이 북한의 콘트롤 타워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었다"라면서 "김정은이라는 신적인 수령과 정책부서들이 종속관계로 연결돼 있는, 매우 특수한 구조이기 때문에, 시스템상 그런 콘트롤타워는 없다"라고 답했다.
태 전 공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나라가 곧 절단 날 것 같아 보이면서도 실제 사회는 평온하게 굴러가더라"면서 "100만 명이 모이는데 연행자도 없고, 경찰버스에 붙은 스티커를 떼는 모습을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 한국이 세계 민주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답했다.
태 전 공사의 이날 기자회견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1997년 기자회견 이후 약 20년 만에 열린 고위급 탈북민의 공개 언론 접촉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또 그처럼 공개적인 대외 활동을 예고한 것도 드문 일이다.
모두 발언 중에 두 팔 올리며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 외쳐
▲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 외치는 태영호지난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브리핑룸에서 망명 소감을 밝힌 뒤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이같은 일련의 행동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는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내가 언제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면서 공개활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규정상 12월 말쯤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라면서 "저는 한국에 통일하러 왔다. 한국 정치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통일은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저는 제 한 몸을 통일 제단에 바친 것이기 때문에 (공개활동 중에) 북한의 테러로 죽는다면, (북에 있는) 제 동료들 격분시키고 통일 앞당기는 데 더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 내부와 외교 상황 등에 대한 각종 질문에는 상세하게 답했으나, 정확한 망명시기와 과정, 경로에 대해서는 "한국과 해외 언론 보도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자신은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한) 태병렬과는 관계가 없으며 부인 오혜선씨는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 전 당 중앙군사위원과는 혈연관계가 맞다고 밝혔다. 1990년대에는 스웨덴·덴마크에서 2000년대 말부터는 영국에서 근무했으며 2014년초에 마지막으로 북한을 다녀왔다는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 해박한 모습이었다.
태 전 공사는 2시간 10분 정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사전에 준비해온 모두 발언 원고를 읽은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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