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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부평의 랜드마크로 키우고 싶어요"

부평공원 옆 카페 '61 파크 에비뉴(PARK AVENUE)'

등록|2016.12.28 20:34 수정|2016.12.28 20:34
지난 19일 저녁 부평공원 앞 카페 '61 파크 에비뉴'에서 판듀 스타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공연이 '판듀 스케치북'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SBS>는 지난 11월 말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에 '판타스틱 듀오(판듀)'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대한민국 최고라 할 만한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부른 일반인들 중 한 명을 선택해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 다른 팀과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뺨치는 일반인이 기성 가수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출연한 일반인들이 인기가수와의 콜라보 공연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는 실력과 배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카페 '61 파크 에비뉴'에서 열린 공연에는 가수 이수영 편에 출연한 전창훈ㆍ임영웅과 김태우 편에 출연한 박주현·서예림, 환희편에 출연한 정명규와 버스커 박종환이 노래를 불렀다. 그 중 박주현은 '월미도 작은 거인'이라는 이름으로, 서예림은 '부평알바여신'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다.

이날 공연에는 '판듀'를 보고 서예림의 팬이 돼 버스킹 공연에 자주 다닌다는 일곱 살 어린이가 찾아와 다른 관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공연을 보러 오거나 차를 마시러 온 손님 70여 명이 함께 즐겼다.

공연 다음날 카페 사장 부부인 소병순·이연옥씨를 카페에서 만났다.

더 좋은 건, 우리가 즐겁다는 것
   

▲ 지난 19일 저녁 이 카페에서는 '판타스틱 듀오'에 출연했던 이들의 공연이 열렸다. 서예림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김영숙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공연하고 싶다고 예림이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예림이가 우리 카페에 몇 번 와봤나 봐요. 카페에서 한 공연이나 전시회를 제 페이스북에 올려놓았는데, 그걸 보고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찾아왔더라고요."

공연이 끝나고 소씨 부부는 출연했던 이들에게 밥을 사주며 얘기를 나눴다. 그들은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놀라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계속 공연하고 싶다는 말을 했단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과 함께.

소씨 부부는 무대가 부족하다는 말에 그들의 어려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이들도 각자 버스킹을 하다가 이번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화음을 맞췄다고 한다. 첫 합동공연치고 상당한 호흡이었다.

소씨는 교사를 정년퇴임한 후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퇴직한 후 더 바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스케치를 한 그림을 하나씩 완성해 나가듯 지역에서 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지금이 좋단다.

"2008년부터 이 지역에서 동네 아이들과 문화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디딤돌을 놓는다고 생각했는데, 주춧돌을 놓은 거 같아요. 이제는 기둥이 세워지지 않을까, 확신하면서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습니다."

소씨의 말에 부인인 이연옥씨가 거들었다.

"너무 빨리 기계화돼가는 세상이지만, 천천히 가고 싶어요.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라도 오래된 것도 아름답고 낡은 것도 귀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공연에 참가한 한 친구가 얼마 전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무작정 버스킹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렸대요.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무대가 턱없이 부족하잖아요. 기성세대가 그들을 뒷받침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평이 음악도시 조성사업을 펼치는데 다른 도시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민간 차원에서 이런 사업을 펼치는데 관에서 행정이나 재정적 지원이 이뤄져 민간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제도가 갖춰지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이런 일을 하면서 우리가 즐겁다는 게 가장 좋습니다."

부평의 랜드마크를 꿈꾸며
   

▲ 부평공원 옆에 있는 카페 ‘61 파크 에비뉴(PARK AVENUE)’의 사장 부부인 소병순(왼쪽)ㆍ이연옥(오른쪽)씨. ⓒ 김영숙


소씨 부부는 몇 년 전 부평 신촌마을(부평3동) 주민들과 대책위원회를 꾸려 재개발을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 재개발이 되면 이곳에 문화마을을 조성하려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다 1985년 인천으로 발령받아 30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부부는 2008년부터 지역 예술인들과 신촌문화마을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미술인인 이연옥씨는 부평미술인회 회장을 지내기도 하면서 신촌 재개발 반대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싸움이 엄청났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생각했는데, 하면서 동네 사람들과 신뢰가 생겼죠. 그때는 갈등관계에 있던 구나 시 공무원들하고 지금은 잘 지내요. 그들도 우리의 정당성을 아니까요. 의미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어요. 유럽의 도시처럼 몇 백 년이 지나도 역사와 정체성이 사라지지 않는 그런 곳으로요."

부평 신촌문화마을은 매해 여름방학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학교를 열었다. 재능기부를 한 예술인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문화학교에 정성을 보탰다.

"한 할머니가 여덟 번 접은 만원 짜리 지폐를 문화학교에 쓰라고 주시더라고요. 감동이죠. 인근 상가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음식을 후원하고 재료비에 보태라고 기금을 주셨어요. 동네 사람들이 아이들을 함께 키웠습니다. 그 아이들이 성인으로 잘 자란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문화학교에 참가한 한 아이의 엄마는 지금도 매해 과메기를 보내줘요. 포항이 고향이라는데, 선물을 받아서가 아니라 교감하는 게 감사한 거죠."

어디서도 지원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주민들과 문화학교를 만들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들은 문화학교를 준비하는 과정도 감동이라고 덧붙였다.

"동네 사람들이 나무를 다듬는 등, 수업재료를 함께 준비하고 감자와 고구마를 쪄 와서 같이 먹기도 해요. 축제의 장이 되는 거죠."

문화학교에서는 점토로 우리 집 만들기, 보물찾기, 골목길 걷기, 솟대 만들기, 벽화 그리기 등을 진행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성인이 돼 이 카페를 찾는다. 그 중 몇몇은 전날 공연을 보러오기도 했다.

카페는 작년 7월에 개업했다. 8년 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지난해까지 비어 있었고 몇 년 전까지는 문화학교를 열기도 했다.

"문화마을을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지킨 마을인데 유흥업소 등, 아무 업종에 임대할 수 없어 거절하다보니 오랫동안 비어있었죠. 금전적 손실은 많았지만 역사와 정체성이 있는 동네를 지키려면 참아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는 갤러리를 하고 싶었어요. 문턱 없는 갤러리를 만들려면 1·2층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가족의 뜻이 있어,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카페는 생각도 못했는데, 갤러리를 만들기 위해 카페를 만든 거죠."

소씨 부부는 카페가 들어선 건물과 카페 앞의 이층짜리 건물 두 채를 통틀어 '아틴천센터'로 만들 계획이다. '아틴천'은 아트(Art)와 인천(Incheon)이 조합된 말로, 이곳을 문화와 음악과 예술이 있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카페 앞 이층짜리 건물 두 채는 우연한 계기로 구입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인테리어 공사도 얼추 마무리했다. 핸드메이드 작가를 입주시켜 창작과 판매를 할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부평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마켓을 관광하잖아요. 지금 부평지하도상가까지는 외국인들이 방문합니다. 주민들에게는 살고 싶은 동네, 외국인들에게는 찾고 싶은 동네가 됐으면 좋겠어요. 옛 것이 보존돼 세월이 흐른 후에 찾아와도 옛날 추억과 역사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정이 흐르는 동네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사명감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
   

▲ ‘2016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에 전시된 이탈리아 마이스터의 작품을 구입해 카페 1층에 전시했다. ⓒ 김영숙


이 카페 주소는 '부평구 부평공원로 61'이다. 주소를 카페 이름으로 해, '61 파크 에비뉴'로 지었다.

"야구선수 박찬호의 유니폼 번호가 61번이잖아요. 카페 영어 이름이 '61 PARK'이니까 박찬호 선수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묻거나, 우리 부부가 태어난 년도가 1961년이냐고 손님들이 물어요. 그냥 웃죠. 부인이 한국 사람인 어떤 외국인이 왔는데 외국 분위기가 난다고 하기도 하더라고요."

지난해 오픈한 이곳은 한 달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거나 아트마켓·음악콘서트를 열고 있다. 현재는 '2016 온정 나눔 99전'을 한다. 부평미술인회 소속 작가 30여명 이 작품을 전시해 판매가격의 50%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계획인데, 내년 1월까지 열 예정이다.

"한 가지 못하고 있는 게 있어요. 거리 갤러리인데, 내년에 부평공원 앞에서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크로아티아 거리 갤러리가 유명한데, 작가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그림 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레 사고파는 거죠."

인터뷰를 하는 날 오전에 부부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나폴리에서 활동하는 그룹과 인천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추진하자는 구체적인 얘기도 오갔다.

"얼마 전 일산 킨텍스에서 '2016 코리아 크리스마스 페어'를 했어요. 외국인들의 작품 중에 그들의 작품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탈리아의 흙과 코르크 등 자연을 소재로 정교하게 작업한 작품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탈리아가 반도라서 우리와 비슷한 게 많은 거 같아요. 그들의 작품을 전시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내년 4월에 다시 방한하기로 했는데 그때 공동 작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울 예정입니다."

카페 1층에는 이탈리아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돼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작품에 감동한 부부는 선뜻 구입했다. 이탈리아의 국기도 몇 개 달라고 했다는데 민간외교를 하는 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아침에 우리 부부가 그런 말을 했어요. '우리가 그린 그림을 하나씩 채색하듯 이뤄나가자'고요. 우리의 꿈은 부평에만 멈추어있지 않습니다. 남미 등, 외국의 좋은 작품도 가져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문화를 향유하게 하고, 외국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어제와 같은 공연도 계속할 생각이고요. 관심이 있는 아티스트들한테 문은 열려있습니다. 내년 2월 둘째 주에도 신년음악회를 열 계획입니다."

▲ 카페 앞, 뒤의 2층짜리 건물은 작가들의 창작공방이나 전시실로 임대할 예정이다. ⓒ 김영숙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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