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한민국 출산 지도? "여성이 출산 기계입니까"

행자부, '가임기 여성 수' 나타낸 지도 내놔... 누리꾼 들끓자, 결국 게시글 삭제

등록|2016.12.29 17:47 수정|2016.12.29 17:47

▲ 29일 행정자치부 페이스북 페이지. '대한민국 출산지도'라는 이름으로 게재된 사이트 게시물에 '가임기 여성 수'를 표시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 행정자치부 페이스북 갈무리


행정자치부(아래 행자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행자부는 29일 전국 지역별 출산 통계와 출산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출산지도'(http://birth.korea.go.kr)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전 국민들이 출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혜택을 쉽게 받을 수 있게 하는 한편, 전국 지자체와 국민들에게 저출산에 대한 경각심을 유도하여 이를 극복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임산·출산·보육 지원 혜택과 신청 방법을 알리는 것이 사이트 개설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임기 여성 수'를 통계와 지도로 표시한 것이 눈에 띄는데, 통계를 나타낸 방식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민국 출산지도'에 관해 누리꾼들은 "출산 통계와 '가임기 여성 인구(20세~44세)' 통계를 인용해 여성 개인을 국가의 도구로 취급하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출산지도 소개', '통계로 본 임신출산', '출생아 수', '조혼인율' 등의 정보가 게재됐다. 그중 '가임기 여성 인구 수'를 표시한 지도는 전국·지역별 수치를 1명 단위까지 공개했다. 또한 '가임기 여성 인구'가 많은 지역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분홍색 '출산지도'에 누리꾼 분노 "여성을 '출산 기계' 취급하나"

▲ 행정자치부 대한민국 출산지도 ⓒ 행정자치부 웹사이트 갈무리


▲ 29일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사이트. '가임기 여성 수' 통계 수치와 지역별 순위를 표시해 논란이 됐다. ⓒ 행정자치부


통계에 속하는 당사자인 여성들은 특히 '출산지도'에 관해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해당 연령대와 성별의 인구가 "대부분 산아제한정책이 실시되던 시기에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한 여아 낙태와 차별이 만연하던 시절을 경험하고 자란 세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세대의 여성 인구가 "결혼·임신과 관련된 사회적 강요와 직장 내 성차별·혐오를 한꺼번에 겪고 있는 이들"이라고 지적하는 글도 SNS를 통해 쏟아졌다.

이에 관해 박아무개(22, 여성)씨는 "여성으로 태어나 제대로 된 지원이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차별받으며 살아왔는데, 여기에 더해 여성들을 '자궁 달린 출산 기계'로 취급하는 현실이 싫다"며 분개했다.

김아무개(29, 여성)씨는 "가임기 여성의 분포도만 나와 있을 뿐, 정작 지도에서는 당사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며 "출산율에 따라 분홍색으로 덧칠한 지도는 '육아의 낭만'만을 강조하는 것 같아 육아를 지켜보고 경험한 이들에겐 황당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또한 누리꾼 A씨는 "출산율 문제와 가임기 여성의 수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인데, 제조업계에서 전국 사업소 실적 통계 내듯 연결하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4시 40분 현재 행정자치부 공식 페이스북·트위터 계정에서는 '대한민국 출산지도' 관련 게시글이 삭제됐고, 해당 사이트는 접속할 수 없는 상태이다. 기자는 행자부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