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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수당 떼어다 임원 단합대회 비용으로 지출"

[제보 취재] 금산군게이트볼연합회, 수당 일부 발전기금으로 징수... 연합회 "자발적 납부"

등록|2016.12.30 15:31 수정|2016.12.30 16:27

▲ 금산군청 전경 ⓒ 심규상


금산군게이트볼연합회가 소속 노인들이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얻은 수당의 상당액을 연합회 발전기금 형태로 거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회 측은 이 돈을 임원들의 식비나 단합대회 비용 등으로 지출했다.

금산군은 노인들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 매년 대한노인회금산군지회 등 3개 기관에 노인일자리창출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 참여 인원은 850여 명에 이른다.

이중 금산군게이트볼연합회는 80명(지난해 70명)의 인원을 배정받았다. 만 65세 이상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중 매년 9개월 동안 각 읍면 게이트볼 구장(13곳)에서 동료 노인들에게 게이트볼 기술을 전수(게이트볼 생활지도사)하는 게 주된 일로 월 20만 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어떤 용도로, 얼마 썼는지도 몰라..."

그런데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금산군게이트볼연합회(아래 군연합회)는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받은 수당 중 개인당 30만 원씩을 다시 발전기금 형태로 거둬들였다. 올해도 일자리창출사업에 참여한 80명 중 대부분(90% 이상)이 받은 수당 중 30만 원을 다시 군연합회에 내놓았다. 이는 일 년 동안 노인들이 얻은 수당 180만 원 중 16.6%에 해당한다. 수당을 거둬들인 기간만도 수년째다. 노인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지급된 수당을 군연합회 운영비로 사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실내 게이트볼장에서 일자리창출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노인들은 "금산군 게이트볼연합회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을 시작하자 수당 중 매년 30만 원을 A 회장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했다"며 "지난해에는 통장에 입금했고, 올해는 현금으로 면 단위 게이트볼 임원을 통해 군연합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연합회 운영비로 사용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용도로 얼마를 사용했는지 설명이 전혀 없어 알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군 연합회 "읍면 임원들에게 사용처 결산보고...강제모금 한 적 없다"

이에 대해 금산군 게이트볼연합회 A 회장은 "일자리창출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로부터 수년 째 매년 30만 원을 받고 있다"며 "주로 임원들의 월례회의나 단합대회 때 식비나, 읍면 게이트볼구장 방문 때 음료수나 연습 공을 일부 사 주는 비용으로 썼다"고 말했다. A 회장은 "하지만 강제로 모금한 적이 없다"며 "수당을 받은 노인들이 연합회 임원들이 수고한다며 자발적으로 모아 건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강제로 돈을 내라고 한 적 없고 그래서 돈을 안 낸 사람도 몇 명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받은 돈도 개인 용도로 쓴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금산군 게이트볼연합회 총무도 "일자리창출사업에 참여한 회원들이 솔선수범해서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연합회에서 내라고 해서 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질문에는 "읍면 회장님들이 '우리 구장은 (발전기금을) 다 냈냐'고 물어와 납부 여부를 확인해 주면 해당 일자리참여 노인들에게 (기금 납부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읍면 임원(회장, 부회장)이 참여하는 회의에서 사용 내용을 결산보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일자리창출사업 참여 노인들은 "임원들이 '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안 낼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이게 강제 모금 아니냐"고 되물었다.

금산군 매년 1250만 원씩 별도 지원... "실태 파악해 행정조치하겠다" 

금산군 게이트볼연합회 측은 이렇게 받은 돈 중 지난해에는 1300만 원이 남아 다음해 예산으로 이월했고, 올해에는 1700만 원이 남았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 주장에 따르더라도 긴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돈을 받아 온 셈이다.

금산군에서는 군 게이트볼연합회에 매년 각종 대회 개최비로 750만 원, 전기료 및 단체운영지원비로 500여만 원 등 매년 1250만 원을 별도 지원하고 있다.

금산군 게이트볼연합회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에 많은 인원을 배정받은 데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연합회에 배정된 인원 80명은 전체 배정 인원(850여 명)의 10%에 가까운 것으로 특정 단체 배정비율이 매우 높다. 군 연합회 전체 회원 500여 명의 16%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에 배정된 것이기도 하다.

금산군은 일자리창출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발전기금 징수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금산군 관계자는 "군 연합회의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경우 대한노인회 금산군지회에서 위탁 운영해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며 "발전기금 징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파악해 행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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