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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특별한 소방대 자동차 번호판이 있다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②] 자부심과 기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등록|2017.01.02 13:01 수정|2017.01.02 13:50
국적을 막론하고 소방관들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중에서도 미국 소방대원들의 유별난 직업사랑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50개 주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연합 국가를 이루고 있는 나라 미국. 미국은 각 주별 다양성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고 독특한 개성을 표현한다.

이런 특징은 무려 3만 개가 넘는 미국 소방서들의 모습이 전혀 획일적이거나 진부하지 않다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주와 지자체 소속의 소방서들이 마치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명예와 자부심으로 수놓은 화려한 유니폼은 같은 듯 다르고, 번쩍번쩍 광택이 나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소방차는 그 지역의 안전수준을 가늠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상징물이 된지 오래다.

한편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아주 작은 물건에까지도 소방과 관련된 문구들을 새겨 넣어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자랑하기에 바쁘다.

소방대원들 간에 우정의 상징으로 주고받는 코인(동전), 개성이 담긴 소방대원 티셔츠, 그리고 소방대원들이 좋아하는 모토가 새겨진(예를 들면, "First in, Last out" -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는 뜻) 커피 머그잔을 보는 것도 이채롭다.

여기에 한가지 더해 소방대원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자동차 번호판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에서는 각 주별로 지역의 차량관리국(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서 소방대원 전용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다. 소방대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이나 소방서에서 발급한 재직증명서와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소방대원(Firefighter)이라고 표시된 정식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 한 캘리포니아 소방대원의 자동차 번호판 ⓒ 이건


소방대원 전용 자동차 번호판이 만들어진지 올해로 12년이 되었다는  캘리포니아에서는 현재까지 3만3000개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소방대원들 사이에서는 인기 아이템이다.

특히 번호판 좌측에는 영화 '분노의 역류(Back Draft)'의 이미지가 들어가 있어 소방대원의 자부심을 한층 돋보이게 해 준다.

전용 번호판은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다. 번호판을 발급 받으려는 소방대원은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가격은 주에 따라 3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다. 번호판 발급대상은 전현직 소방대원, 의용소방대원, 그리고 순직한 소방대원의 유가족 등이다.

▲ 네바다 주의 의용소방대원 자동차 번호판 샘플 ⓒ 이건


미국 소방대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명예와 자부심을 표현해 주는 번호판을 구입하기 위해 흔쾌히 비용을 지불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지불한 비용의 일부가 다시 소방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비용은 지역의 소방박물관에 기부되기도 하고, 순직 소방대원들의 기념비를 보수하거나 또는 소방대원을 위한 기금조성에 사용된다.

직업적 자부심을 표현하면서도 조직 발전을 위한 선한 기부를 이끌어 내는  지혜로움에서 또 하나 배우게 된다.

소방대원을 위한 특별한 자동차 번호판은 단순히 외적으로 무엇인가를 표시하는 유별남의 표현만이 아니라, 소방의 전통을 이어가고 조직의 발전을 모색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소방대원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닐까 싶다.

▲ 이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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