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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 즐기며 독서할 수 있는 곳

[독립출판서점 탐방기 ②] 서울 '북바이북'

등록|2017.01.04 13:45 수정|2017.01.04 13:45
지난 기사 보기 [독립출판서점 탐방기①] 서울 '헬로인디북스'

혼술과 책의 만남

혼술을 하며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야 말로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가장 반가운 공간일 것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한 주의 피곤이 쌓일 대로 쌓인 금요일 저녁에는 꼭 맥주집을 찾았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항상 포장을 해갈 수밖에 없었다. 텀블러에 담긴 맥주를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며 불금을 보내던 내가 만약 이곳을 일찍이 알았더라면 분명 단골이 되었을 거다. 오늘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소개할 서점은 바로 상암동에 위치한 '북바이북'이다.

▲ 북바이북은 지금도 환하게 골목길을 밝히고 있을 거다. ⓒ 최하나


▲ 북바이북의 내부는 대체로 밝고 아늑했다. ⓒ 최하나


주택가 어딘가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상암동이지만 정작 책방은 주택가에 있다. 그래서 찾아가는 내내 이 길이 맞나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장소에 도착했을 때 어두컴컴한 거리로 쏟아져 내리는 빛. 나는 그때 직감했던 것 같다.

'여기다.'

▲ 1층에서는 책과 함께 혼술을 즐길 수 있다. ⓒ 최하나


단독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북바이북'은 전면 통유리 창으로 되어있어 아늑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1층에는 장르별로 또 테마별로 선정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한 쪽에는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여기까지가 끝이냐고? 아니다. 계단을 통해 지하1층으로 내려가면 색다른 공간을 만날 수 있다. 강연이나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를테면 카페와 서점과 바의 만남이랄까?

▲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숨은 공간이 나타난다. ⓒ 최하나


▲ 작가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지하공간. ⓒ 최하나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작가와의 만남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단돈 만 원이면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저자로부터 책의 뒷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도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매달 '북바이북'에서는 이런 모임일정을 미리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 책꼬리는 이 서점의 또 다른 자랑거리. ⓒ 최하나


나의 꼬리를 잡고 따라와

사실 독립출판서점을 탐방하기로 했을 때 '북바이북'을 넣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북바이북'에서는 독립출판물 대신 기성서적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서점의 운영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출판서점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책꼬리라는 프로그램은 이미 책을 읽은 사람과 읽게 될 사람을 연결해주는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책을 읽은 소감이나 평가를 글이나 그림으로 내면 그걸 코팅해서 책마다 꽂아놓는다. 책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면서도 그 책을 읽은 사람들 이야기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한 그들. ⓒ 마음의숲


투병대신 여행

책을 고르기 위해 1층과 지하1층을 여러 번 오가며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을 찜하고 보니 다 결혼에 관한 서적이었다. 그 중 한 신혼부부의 투병기이자 여행기를 담은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를 집어 들었다.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해 올린 SNS상의 포스팅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둘의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신혼생활을 막 누리고 있을 찰나 아내에게서 암이 발견된다.

"결혼을 하면 건강의 의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건강은 당연히 의무다. 그러나 결혼을 하면 그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른다.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단순히 같이 생활한다는 것을 뛰어 넘어, 나의 삶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삶까지도 책임을 지겠다는 무언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남편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간병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나갔고 아내는 꿈을 잃고 멈춰서 괴로움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자며 시작한 결혼생활이 어쩌면 흔들릴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서 그들은 투병 대신 여행을 선택했다.

"난 병과 함께 살아가게 됐지만 곧 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항상 죽음을 의식하고 살고 있어. 그래야만 이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살 수 있으니까. (중략) 더 늦으면 영원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가자. 언젠가 내가 침대에만 누워있게 되었을 때, 이 기회를 놓친 걸 후회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들의 여행 역시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더운 날씨와 불편한 잠자리 덕분에 몸 상태가 나빠져 기약 없이 체류기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가고자 했던 여행지를 포기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출발했다. 6개 월 간의 배낭여행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한 부부. 그들은 지금 경남 산청으로 귀촌하여 살고 있단다.

도서관을 좋아했다. 내 집처럼 드나들기도 했다. 하지만 도서관은 내게는 너무나도 엄숙한 공간이었다. 편안하게 늘어져서 책을 볼 수도 함께 간 사람과 이야기를 볼 수도 뭔가를 먹으면 볼 수도 없었다.

언젠가부터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바닥에 앉아 보는 날도 늘어났다. 나는 그럴 때마다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점 '북바이북'은 내가 그리던 곳과 가장 닮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북바이북'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44길 26-2 이용시간 평일 11:00~23:00 주말 12:00~20:00 공휴일 12:00~20:00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저자 정도선, 박진희 / 출판사 마음의숲 / 발행일 2015.09.01 / 페이지 296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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