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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학생·학부모 "졸업식 때 김진태 국회의원상 받지 않겠다"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발언한 김진태 국회의원상 잇따라 거부

등록|2017.01.04 10:26 수정|2017.01.04 10:26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김진태 국회의원 상을 졸업식장에서 받아야 하나, 아니면 일단 받고 나서 찢어버려야 하나"

김진태 "촛불 바람 불면 꺼져" 100만 촛불 폄훼 논란'최순실 특검법' 처리를 막고 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지난 2015년 11월 17일 오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갖도록 한 특검법안 원안 수정을 요구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고 말해 100만 촛불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 남소연


올해 강원 춘천지역 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A 군은 졸업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데다 성적도 우수한 A 군은 졸업식에서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 국회의원상을 받게 됐다.

A 군이 국회의원상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직접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는 것을 고민하자 부모가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는 아들의 뜻을 대신 전달했다.

학교 측은 '최고의 상을 왜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의 부모는 "국정 농단 사태로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마당에 김 의원의 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졸업식 날 김 의원의 상을 받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탄핵 정국에서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을 김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국회의원 상을 잇달아 거부하고 나섰다.

졸업식 때 대표적인 상인 지역구 국회의원의 상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춘천의 B 중학교는 최근 졸업식장에서 김 의원의 상을 주지 않았다.

국회의원 표창은 일선 학교가 신청하면 다 받을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영향 등을 검토한 결과 김 의원의 상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식 때 상의 의미가 크지만 '올해는 아니다'라고 선생님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냈다"면서 "요즘은 초등학생도 현 시국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마당에 그런 상을 주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춘천의 C 초등학교 학부모회도 올해 졸업식에서 김 의원의 상을 받지 않겠다고 결의해 학교 측에 통보했다.

국회의원 표창 신청 여부는 학교가 결정한다.

이밖에 다른 초중고교도 졸업식 때 학생이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는 돌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춘천에서 김 의원의 상을 거부하기로 한 학교는 20∼3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특검'법안 통과 반대 발언을 하며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불면 꺼진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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