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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2.28과 4.19 그리고 2017년

등록|2017.01.06 13:27 수정|2017.01.06 13:27

▲ 지난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수능 이십일 남았지만 당신의 무능과 기만에 경악을 금치 못해 뛰쳐 나왔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했다. ⓒ 트위터 계정 난도무지 @domuzy


1960년 2월 28일은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이 날 대구의 8개 국공립고교 학생들은 등교를 하라는 '명령'을 지시받았다. 무슨 목적이었을까. 도저히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는 '일요일 등교명령'의 진상은 2월 28일 대구에서 예정된 장면 민주당 후보의 연설회에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것을 우려한 자유당 정부의 횡포였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불의에 대해 분노했고,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이 의거는 3.15 부정선거에 대한 전국적인 대규모 규탄시위, 즉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2.28 학생민주의거'로 부르는 이 시위는 청소년들의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정당한 정치권 행사였다. 하지만, 당시의 경찰청장으로 볼 수 있는 이강학 치안국장은 "학생들이 북한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북한의 선동에 놀아난 우매한 불법시위로 규정했다.

지금 시선으로 바라보면 정말 고전적인 공안정치 수법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과연 "학생들이 북한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그의 논리가 완전히 종식됐을까. 필자는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을 보며 여전히 그의 논리가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6년을 한 번 되돌아보자. 사회적으로는 격동의 한 해였던 작년, 필자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다시피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은 다소 특수성을 가진다.

'대입'이라는 명분 아래, 조용히 공부하라고 강요받는 게 정상적인 일이다. 오전 8시 30분에 등교하고, 오후 10시에 하교하며 1년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레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공동체 문제보단 당장 눈 앞에 마주한 입시만을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고3'들은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필자도 광장에 뛰쳐나간 수많은 학생 중 한 명이다. 물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며칠 남지 않은 상태였지만, 단지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이기 때문에 참여했다. 만약 시위에 참여할 시간에 대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면, 지금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좋은 대학은 좋은 직장과 부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보며 느낀 수치심, 배신감 그리고 모멸감 등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고민을 하게 됐다. '그냥 조용히 공부나 할까?, 아니 근데 이런 나라에서 공부해봤자 얻는 게 뭐지? 근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시위에 참여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거기라도 나가 보자.'

어떤 이들은 시위참여를 비롯해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행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대입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학교로 돌아가라 한다. 조금 더 심한 경우에는 배후세력을 논하며, 학생들이 북한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2.28 학생민주의거'때, 이강학 치안국장의 말이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미 봤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그 차디찬 물 속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그리고, 청소년들은 이미 안다. 그 긴박한 시간에 대통령은 구조에 소홀했단 사실을. 그렇기에 청소년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제도 아래 청소년이 행할 수 있는 정치적 권리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런 제한적인 상태에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는 매우 힘들다. 또한 설령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고자 해도, 자신의 권리행사를 할 창구가 매우 부족한 상태다.

혹자는 투표를 가리키며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투표가 민주주의의 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요소임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기에 당당히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요구하고 싶다. 고3에게도, 아니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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