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 기념관 '불편한 동거'... 왜?
[르포] 양평군-기념사업회, 몽양기념관 위탁기관 선정 결과 놓고 대립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군수 김선교) 앞에서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아래 몽양기념관)의 민간위탁 운영기관 선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최근 양평군청에서 실시한 몽양기념관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기존의 수탁기관인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부영)가 배제되고, 마을단체인 신원1리 새마을회와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이 선정되자 이에 반발한 기념사업회 측에서 규탄집회를 연 것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군청 앞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집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군청 앞에 몰린 사람들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몽양기념관에서 매년 운영해오고 있는 역사강좌모임 '몽양역사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이번 집회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흥사단, 남양주 민주평화연대, 양평 경실련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정의당 등 정당 측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양평군 결정, 기념사업회 몰아내려는 것"
주최 측이 공지한 집회 시작 시간이 되자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인 최풍만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2011년 건립된 몽양기념관은 몽양기념사업회가 유족의 토지 기증을 받아가며 노력한 결과로 이뤄낸 성과였다"며 "개관 이래 기념관을 위탁받아 운영해 온 5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양평군이 상명대와 마을 주민들을 끌어들여 기념사업회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는 참석자들의 자유발언과 양평군청을 규탄하는 구호 합창으로 진행됐다. 몽양기념관에서 진행하는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마지훈(마석중학교 2학년)·마채운(차산초등학교 6학년) 형제는 "몽양기념관에서 주최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교실 덕분에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이런 기념관에 상은 못줄 망정 동네 새마을회에 운영을 맡기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양평군청의 갑질 횡포"라고 규탄했다. 형제는 자유발언 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OST인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며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위탁업체에 갑질하는 군청 책임자 물러나라', '몽양기념관 위탁운영 재계약 약속 어긴 양평군청 각성하라', '고고학자가 몽양여운형기념관 운영이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양평군청을 향해 구호를 합창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 밖으로 몰려나오던 군청 공무원들과 지나가던 지역주민들도 이따금씩 힐끗거렸으나 크게 관심은 없는 모양새였다. 지나가던 주민들을 붙잡고 "이번 사태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지만 대부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군청의 담당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도 현장에 나와 이들을 주시했다. 다행히 양측이 부딪치는 불상사는 없었다. 주최 측과 마을주민 모두 서로 간의 불필요한 마찰은 자제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역 주민 배제" vs "양평의 인물로 가둬선 안돼"
몽양기념관은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가가 있던 지금의 위치에 2011년 11월 27일 개관했다. 개관 당시 양평군은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를 민간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지난 2016년까지 계약 갱신의 방식으로 5년 동안 운영을 위탁해왔다.
기념관을 운영해오는 동안 기념사업회는 몽양역사아카데미, 어린이·청소년 역사교실, 몽양 역사탐방, 몽양 여운형의 날 행사,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 결과 2016년 국가보훈처에서 전국의 58개 현충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충시설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 8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30일, 기념관이 위치한 신원1리 마을주민들이 김선교 양평군수 앞으로 기념관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은 "2013년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방문객 수가 전혀 늘지 않고 있다", "기념관 측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지역주민들이 배제되고 있으며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몽양기념관을 위탁운영하는 기념사업회의 운영방식을 지적했다.
관련 행사가 서울권에서 개최된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여운형 선생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의 행사를 서울에서 주로 개최해왔다. 올해 추진 예정인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년 기념 행사 역시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양평군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행사를 왜 서울에서 여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우리는 재주를 부리는 곰이 됐고, 서울은 돈을 벌어가는 왕서방이 된 기분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측은 "여운형 선생은 양평에서 태어났지만 양평의 인물로 가둘 수는 없는 역사적 위인"이라며 "오히려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 관련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여운형 선생의 업적을 선양하는 것이 역으로 기념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탄원서 제출 이후 이뤄진 석연찮은 전개
문제는 탄원서가 제출된 이후의 상황 전개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탄원서가 접수되자마자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7일, 양평군청에서 몽양기념관에 대한 민간위탁 운영기관 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위탁기관 입찰 경쟁에는 기념사업회와 탄원서를 제출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이 뛰어들었다. 위탁기관 선정을 위한 심의평가위원 공개모집은 19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이뤄졌고, 평가는 27일 개최됐다. 그리고 29일 군은 몽양기념관을 새로 맡아 운영할 기관으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고 이후 발표까지 불과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응모·심사위원 모집·심사위원 선정·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마을주민들의 탄원서 한 장에 곧바로 위탁기관 재선정을 결정한 점이나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급하게 진행된 점 등을 들어 기념사업회를 일부러 배제하기 위해 군청이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마을주민들이 구체적인 운영상의 문제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탄원서 작성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은 탄원서를 작성하기 1년 전부터 기념관의 운영상황을 주시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고에서부터 선정까지 급하게 추진한 배경에 대해서는 "통상 위·수탁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12월에 진행해 왔으며, 관계 법령에 의거 모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친 사항"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념사업회를 길들이려는 갑질행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몽양기념관과 생가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를 소망하는 지역의 민심을 오해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념사업회 "새 수탁업체, 응모 자격요건 성립되지 않아"
기념사업회가 지적하는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념관의 새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 자체가 양평군이 내건 위탁기관 자격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양평군은 '공고일 현재 전국의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를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명대 산학협력단 측 박모 교수는 고고학 전공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자격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양평군 박물관·미술관 운영 조례 제36조(민간위탁)에 의하면 '박물관·미술관 민간위탁은 기증자, 유족 등이 소속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 우선하여 위탁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며 "기념관에 유물을 기증한 것도 기념사업회고, 기념관을 지을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한 유족들도 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기념사업회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심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달 18일에는 유족대표가 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는 "상명대 산학협력단은 이미 다른 지자체와 함께 근·현대사 관련 연구 용역을 맡아 수행한 적이 있다"며 "컨소시엄이 선정된 후 위탁운영이 이루어지게 되면 당연히 관련 전공의 전문 학예사를 고용해올 것이니 큰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에 험악한 상황 연출도
군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념사업회는 군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로 양평군과 기념사업회 간 위탁계약이 만료됐으나, 기념사업회 직원들은 계속 기념관에 출근하며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양평군은 불법 점거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하루 빨리 정상적으로 인수·인계 절차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 역시 "당장 군청에서 경찰을 대동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계약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양평군청 담당 공무원이 기념관을 찾아와 계약 만료를 통보하며 인수·인계를 시도한 것이다. 현장에는 마을 주민들도 대거 참석해있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측의 반발로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군청에서 한 발 물러서며 한시름 놓긴 했지만 기념사업회 입장에서는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기념사업회는 군청에 이의신청 및 인수·인계 연기공문을 발송하고 경기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그러나 군은 이에 대해 거부 공문과 수탁재산 반환명령 공문으로 맞서고 있어 양측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다.
기념관 운영이 파행 상태에 돌입하면서 기념사업회가 추진하고 있던 사업들도 모두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상설프로그램인 몽양역사아카데미를 비롯해 올해 추진 준비 중인 서거 70주년 기념사업들의 향후 전개도 불투명하게 됐다. 군 관계자는 "기념사업회가 준비하는 서거 70주년 기념사업은 우리 군과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사업들이었다"면서도 "우리 군이나 새로운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모두 기존의 사업을 존중할 의사가 있다"고 입장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은 군이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양평군청, 신원역,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속적으로 규탄 집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몽양 서거 70주기, 씁쓸한 몽양기념관 사태
군에서는 지난 3일부터 소속 직원들을 기념관으로 파견해 근무를 하게 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기념관이 파행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기념관이 정상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군에서도 딱히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새로 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새마을회·산학협력단의 입주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계약도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 상명대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양평군청과 얘기하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올해는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년을 맞는 해다. 평생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몸바친 선생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이번 몽양기념관 사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오는 7월 19일, 선생의 70주기 기일에 우리는 과연 어떤 낯으로 선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양평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혹독하다.
최근 양평군청에서 실시한 몽양기념관 위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기존의 수탁기관인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부영)가 배제되고, 마을단체인 신원1리 새마을회와 상명대학교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이 선정되자 이에 반발한 기념사업회 측에서 규탄집회를 연 것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군청 앞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집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군청 앞에 몰린 사람들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몽양기념관에서 매년 운영해오고 있는 역사강좌모임 '몽양역사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이번 집회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흥사단, 남양주 민주평화연대, 양평 경실련 등 각종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정의당 등 정당 측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몽양역사아카데미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몽양기념관 위탁운영기관 선정 결과를 놓고 양평군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 김경준
"양평군 결정, 기념사업회 몰아내려는 것"
주최 측이 공지한 집회 시작 시간이 되자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인 최풍만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2011년 건립된 몽양기념관은 몽양기념사업회가 유족의 토지 기증을 받아가며 노력한 결과로 이뤄낸 성과였다"며 "개관 이래 기념관을 위탁받아 운영해 온 5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양평군이 상명대와 마을 주민들을 끌어들여 기념사업회를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집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는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 최풍만씨 ⓒ 김경준
집회는 참석자들의 자유발언과 양평군청을 규탄하는 구호 합창으로 진행됐다. 몽양기념관에서 진행하는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마지훈(마석중학교 2학년)·마채운(차산초등학교 6학년) 형제는 "몽양기념관에서 주최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교실 덕분에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이런 기념관에 상은 못줄 망정 동네 새마을회에 운영을 맡기는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다름없는 양평군청의 갑질 횡포"라고 규탄했다. 형제는 자유발언 후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OST인 '민중의 노래'를 합창하며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자유발언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위탁업체에 갑질하는 군청 책임자 물러나라', '몽양기념관 위탁운영 재계약 약속 어긴 양평군청 각성하라', '고고학자가 몽양여운형기념관 운영이 웬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양평군청을 향해 구호를 합창했다.
▲ 6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몽양역사아카데미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 30여명이 몽양기념관 위탁운영기관 선정 결과를 놓고 양평군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 김경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점심식사를 위해 청사 밖으로 몰려나오던 군청 공무원들과 지나가던 지역주민들도 이따금씩 힐끗거렸으나 크게 관심은 없는 모양새였다. 지나가던 주민들을 붙잡고 "이번 사태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지만 대부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군청의 담당 공무원들과 마을 주민들도 현장에 나와 이들을 주시했다. 다행히 양측이 부딪치는 불상사는 없었다. 주최 측과 마을주민 모두 서로 간의 불필요한 마찰은 자제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역 주민 배제" vs "양평의 인물로 가둬선 안돼"
몽양기념관은 독립운동가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가가 있던 지금의 위치에 2011년 11월 27일 개관했다. 개관 당시 양평군은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를 민간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지난 2016년까지 계약 갱신의 방식으로 5년 동안 운영을 위탁해왔다.
기념관을 운영해오는 동안 기념사업회는 몽양역사아카데미, 어린이·청소년 역사교실, 몽양 역사탐방, 몽양 여운형의 날 행사, 국제학술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그 결과 2016년 국가보훈처에서 전국의 58개 현충시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충시설 만족도 조사'에서 종합 8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30일, 기념관이 위치한 신원1리 마을주민들이 김선교 양평군수 앞으로 기념관의 파행적 운영을 지적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마을주민들은 "2013년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방문객 수가 전혀 늘지 않고 있다", "기념관 측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지역주민들이 배제되고 있으며 상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몽양기념관을 위탁운영하는 기념사업회의 운영방식을 지적했다.
관련 행사가 서울권에서 개최된다는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기념사업회는 그동안 여운형 선생에 관한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의 행사를 서울에서 주로 개최해왔다. 올해 추진 예정인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년 기념 행사 역시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양평군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행사를 왜 서울에서 여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 주민들은 "우리는 재주를 부리는 곰이 됐고, 서울은 돈을 벌어가는 왕서방이 된 기분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측은 "여운형 선생은 양평에서 태어났지만 양평의 인물로 가둘 수는 없는 역사적 위인"이라며 "오히려 서울과 같은 도심에서 관련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여운형 선생의 업적을 선양하는 것이 역으로 기념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 위치한 몽양기념관 전경 ⓒ 김경준
탄원서 제출 이후 이뤄진 석연찮은 전개
문제는 탄원서가 제출된 이후의 상황 전개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탄원서가 접수되자마자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7일, 양평군청에서 몽양기념관에 대한 민간위탁 운영기관 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위탁기관 입찰 경쟁에는 기념사업회와 탄원서를 제출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이 뛰어들었다. 위탁기관 선정을 위한 심의평가위원 공개모집은 19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이뤄졌고, 평가는 27일 개최됐다. 그리고 29일 군은 몽양기념관을 새로 맡아 운영할 기관으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공고 이후 발표까지 불과 한 달도 안되는 사이에 응모·심사위원 모집·심사위원 선정·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기념사업회 측은 마을주민들의 탄원서 한 장에 곧바로 위탁기관 재선정을 결정한 점이나 이의를 제기할 틈도 없이 급하게 진행된 점 등을 들어 기념사업회를 일부러 배제하기 위해 군청이 의도적으로 손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마을주민들이 구체적인 운영상의 문제점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며 탄원서 작성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은 탄원서를 작성하기 1년 전부터 기념관의 운영상황을 주시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고에서부터 선정까지 급하게 추진한 배경에 대해서는 "통상 위·수탁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12월에 진행해 왔으며, 관계 법령에 의거 모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친 사항"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념사업회를 길들이려는 갑질행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몽양기념관과 생가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기를 소망하는 지역의 민심을 오해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념사업회 "새 수탁업체, 응모 자격요건 성립되지 않아"
기념사업회가 지적하는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념관의 새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신원1리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 자체가 양평군이 내건 위탁기관 자격요건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양평군은 '공고일 현재 전국의 근·현대사 관련 비영리 법인 및 연구단체'를 자격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상명대 산학협력단 측 박모 교수는 고고학 전공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자격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양평군 박물관·미술관 운영 조례 제36조(민간위탁)에 의하면 '박물관·미술관 민간위탁은 기증자, 유족 등이 소속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 우선하여 위탁할 수 있다'라는 규정이 있다"며 "기념관에 유물을 기증한 것도 기념사업회고, 기념관을 지을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한 유족들도 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기념사업회를 배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심사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달 18일에는 유족대표가 군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군 관계자는 "상명대 산학협력단은 이미 다른 지자체와 함께 근·현대사 관련 연구 용역을 맡아 수행한 적이 있다"며 "컨소시엄이 선정된 후 위탁운영이 이루어지게 되면 당연히 관련 전공의 전문 학예사를 고용해올 것이니 큰 문제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에 험악한 상황 연출도
군의 해명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념사업회는 군의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로 양평군과 기념사업회 간 위탁계약이 만료됐으나, 기념사업회 직원들은 계속 기념관에 출근하며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양평군은 불법 점거임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하루 빨리 정상적으로 인수·인계 절차에 돌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 역시 "당장 군청에서 경찰을 대동해 나가라고 하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양평군의 인수·인계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계약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양평군청 담당 공무원이 기념관을 찾아와 계약 만료를 통보하며 인수·인계를 시도한 것이다. 현장에는 마을 주민들도 대거 참석해있었다. 그러나 기념사업회 측의 반발로 양측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지난 달 30일, 몽양기념관의 인수·인계 절차를 위해 기념관을 방문한 양평군청 공무원 및 마을주민들에 맞서 기념사업회가 반발하면서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하보균
군청에서 한 발 물러서며 한시름 놓긴 했지만 기념사업회 입장에서는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기념사업회는 군청에 이의신청 및 인수·인계 연기공문을 발송하고 경기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그러나 군은 이에 대해 거부 공문과 수탁재산 반환명령 공문으로 맞서고 있어 양측의 골은 오히려 깊어졌다.
기념관 운영이 파행 상태에 돌입하면서 기념사업회가 추진하고 있던 사업들도 모두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상설프로그램인 몽양역사아카데미를 비롯해 올해 추진 준비 중인 서거 70주년 기념사업들의 향후 전개도 불투명하게 됐다. 군 관계자는 "기념사업회가 준비하는 서거 70주년 기념사업은 우리 군과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사업들이었다"면서도 "우리 군이나 새로운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새마을회·상명대 산학협력단 모두 기존의 사업을 존중할 의사가 있다"고 입장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은 군이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양평군청, 신원역,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속적으로 규탄 집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 지난 7일,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이 몽양기념관 위탁운영기관 선정 결과를 놓고 양평군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 몽양역사아카데미
몽양 서거 70주기, 씁쓸한 몽양기념관 사태
군에서는 지난 3일부터 소속 직원들을 기념관으로 파견해 근무를 하게 했다.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군 관계자는 "기념관이 파행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소한의 관리만 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기념관이 정상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군에서도 딱히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새로 위탁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새마을회·산학협력단의 입주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계약도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 상명대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양평군청과 얘기하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올해는 몽양 여운형 선생 서거 70주년을 맞는 해다. 평생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몸바친 선생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이번 몽양기념관 사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오는 7월 19일, 선생의 70주기 기일에 우리는 과연 어떤 낯으로 선생을 마주할 수 있을까. 양평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춥고 혹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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