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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최지성·장충기 '뇌물공여' 영장 방침... 이재용 검토

"죄질 나쁘게 본다" 삼성, 박 대통령 염두 최순실 지원 판단

등록|2017.01.10 11:10 수정|2017.01.10 11:10
김재열·박상진 등 삼성 수뇌부 '무더기 영장' 관측도 대두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보배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여)씨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 실장과 장 차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들은 9일 오후 2시부터 이낼 새벽 5시까지 15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삼성그룹 자금이 최씨가 지배하는 독일 비덱스포츠(코레스포츠의 후신)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 흘러간 것이 사실이지만 지원을 결정하고 집행할 당시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삼성과 최씨 사이의 승마 훈련비 협상을 주도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지원에 관여한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 앞선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삼성 핵심 관계자 사이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 등 여러 객관적 증거로 판단할 때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의 의사를 염두에 두고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잠정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가량을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모두 정씨 1인을 위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이권을 챙기려 기획 설립한 것으로 의심받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 원을 후원했다. 이 밖에도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 원을 출연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최 실장과 장 전 사장이 증거를 인멸하고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커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내부에서는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비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청문회 진술 중 상당 부분이 수사 결과 등 객관적 사실과 배치된다고 보고 뇌물공여 혐의 외에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처벌하는 방침을 비중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르면 12일께 이 전 부회장을 우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신병처리 방침을 검토해 확정할 계획이다.

수사팀은 최 실장과 장 차장을 전날 조사하면서 피의자로 입건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이번 소환 때)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을 대질신문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참고인이나 (신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수사팀은 향후 최 실장과 장 차장을 추가로 불러 피의자 조서를 받고 나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최 실장, 장 차장 외에 최씨 일가 지원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최씨 일가의 자금 지원 청탁 창구 역할을 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등도 영장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그룹으로선 그룹 수뇌부에 무더기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을 (죄질이)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며 "(신병처리 대상이) 여러 명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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