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든 이들의 '취향저격'... 육해공을 한 상에

여수 육해공 숙회천국, 산과 바다 하늘에서 온 조화로운 먹거리들

등록|2017.01.12 14:47 수정|2017.01.12 14:47

▲ 새조개 샤브샤브다. 새의 부리를 닮은 바다의 귀족 명품조개다. ⓒ 조찬현


육·해·공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늘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삼겹살과 한우 꽃살도 먹고 싶고, 생선회와 해산물도 생각나고, 닭이나 꿩고기도 먹고 싶기 때문이다. 참 욕심도 많다 생각하겠지만 이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여수에 있다.

육해공 숙회천국이다. 이곳 상차림은 산과 바다 하늘에서 온 갖가지 먹거리가 조화를 이룬다. 이집의 코스요리를 한번 맛보게 되면 그 여운이 길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아주 특별한 맛이다. 일행 중 한 분은 이게 진짜배기 남도의 참맛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려 말부터 먹었다는 생선숙회... 참 별난 맛이야

▲ 잘 손질한 생선을 불을 이용해 한쪽 면을 살짝 데쳐 얼음물에 급랭 후 숙성한 숙회다. ⓒ 조찬현


"육군은 차돌박이에요. 새우·장어·새조개·전복·숙회 등이 해군, 닭이 공군이 되지요."

육·해·공이 한데 모였다. 실로 우리 모두의 음식 취향저격이다. 차돌박이의 '육'과 새조개 전복 숙회 등의 '해'와 닭고기의 '공'이 함께한 것이다. 이들 메뉴를 본 일행들은 그간 분분했던 자신들의 의견을 잠시 내려두고 이내 잠잠해진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여느 집과 달리 좀 별다르다. 숙회는 생선을 얇게 썰어 뜨거운 물이나 불을 이용해 살짝 데쳐낸 것으로 이집의 특제소스와 함께 먹는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 숙회는 어려서부터 음식에 남달리 관심이 많았던 이곳 셰프(42, 임성민)가 직접 개발한 음식이다. 그의 음식은 진화를 거듭한다.

"가끔씩 회 못 먹는 사람이 있더군요. 피자도 시켜달라고 그러고, 치킨을 시켜 달라고 주문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어린이와 회 안 먹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곁들이 음식과 등심철판구이 닭요리 유린기를 만든 거예요."

▲ 여수 육해공명품숙회의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 쇠고기 등심찹스테이크와 바삭하고 고소한 닭다리살 튀김 유린기다. ⓒ 조찬현


▲ 한치물회, 과메기, 복껍질무침, 오리고기샐러드, 꽃맛살샐러드 등 곁들이 음식이다. ⓒ 조찬현


한치물회의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부추긴다. 가볍게 미역국으로 속을 달래고 과메기에 한 잔 술을 청했다. 오도독한 식감을 잘 살려낸 가오리찜, 숙주나물과 복어껍질을 조화롭게 무쳐낸 복껍질무침, 오리고기샐러드, 꽃맛살샐러드 등이 곁들이 음식이다.

음식의 맛과 양은 늘 그렇듯 기대 이상이다. 대부분 제철 음식들이라 맛과 품질이 맘에 쏙 든다. 숙회 또한 흰살 생선인 농어와 참돔을 잘 손질해 한쪽 면을 불에 구워 얼음물에 급랭 후 저온 숙성을 거쳤다.  

물에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 한 겹에 사랑밥(김양념밥)과 숙회 한 점을 올려 먹는다. 기호에 따라 마늘과 생강절임을 추가해도 좋다. 이런 맛은 아무데서나 쉬 만나기 어렵다. 정말 대단한 맛이다. 사랑밥과 숙회가 참 잘 어울린다. 강태공들이 낚시터에서 생선과 김치에 밥을 함께 먹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이 메뉴를 만들었다고.

숙회삼합과 샤브샤브, 맛도 좋고 안주로도 딱

▲ 숙회삼합이다. 묵은지 사랑밥 숙회가 그 주인공이다. ⓒ 조찬현


이제 숙회삼합이다. 묵은지 사랑밥 숙회가 그 주인공이다. 술안주로 아주 딱이다. 우리가 술을 한 잔 마시다보면 밥을 그냥 안 먹기 십상인데 이집에서는 술안주에 이렇듯 밥이 함께하니 속도 편하고 뱃속도 든든하다. 다음날 술로 인한 후유증으로 시달릴 이유도 없다. 숙회삼합이 술안주로 아주 좋다. 숙회와 사랑밥은 멋진 짝꿍이다.

상큼한 맛이 도드라진 쇠고기 등심찹스테이크와 바삭하고 고소한 닭다리살 튀김 유린기가 이어진다. 이집에서 음식 맛있다고 과식하지 마시라. 이후에 진짜배기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숙회와 샤브샤브, 맛도 좋고 술 안주로도 아주 그만이다. ⓒ 조찬현


눈을 사로잡는다. 샤브샤브요리다. 육수냄비에는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대파와 양파껍질 버섯 등으로 기본육수를 만들어 사용한다. 이들 기본육수에 마늘·대추·대파·양파·청양초가 닭과 함께 또 들어간다.

"삼계탕집에서 착안해 샤브샤브에 닭을 넣고 전복도 넣었지요."

육수가 끓어오르면 차돌박이 붕장어 왕새우 전복 등을 데치듯 살짝 익혀 먹는다. 제철인 새조개와 생굴 키조개관자도 선보인다. 샤브샤브 재료가 무려 8가지나 된다. 이들 식재료 맛을 음미하다 보면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경이로운 맛, 새조개 삼합

▲ 새조개는 콜레스테롤이 적고 철분과 타우린이 많아 우리 몸에 아주 이롭다. ⓒ 조찬현


▲ 한 접시에 3만원. 새조개 추가 메뉴다. ⓒ 조찬현


새조개다. 모양새가 흡사 새의 부리를 닮았다.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명품 조개다. 새조개는 콜레스테롤이 적고 철분과 타우린이 많아 우리 몸에 아주 이롭다. 새조개 하나만 봐도 얼마나 품질에 신경을 쓰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날것 그대로 먹어도 될 정도로 참 싱싱하다.

"좋은 식재료를 쓸려고 늘 노력해요. 그렇다보니 품질 낮은 식재료는 버리는 게 많아 이윤이 적어요. 그렇지만 최상의 품질로 고객들에게 보답해야지요. 새조개는 그냥 회로 드셔보세요 정말 쫄깃하니 맛있어요."

살짝 데쳐낸 새조개 부추 팽이버섯이 잘 어울린다. 이집의 특제간장소스를 곁들이면 그 풍미가 압권이다. 음식은 이렇듯 갖가지 식재료가 조화를 잘 이루어야 그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 차돌박이와 키조개관자 새조개가 한데 어어루진 새조개삼합이다. 생굴과 전복도 있다. ⓒ 조찬현


차돌박이와 키조개관자 새조개가 한데 어울린 맛은 어떨까. 이게 바로 새조개 삼합인데 한입 맛보면 한 마리 새가 돼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새조개 살을 육수에 살짝 데쳐내면 영락없는 한 마리 새가 된다. 금방이라도 하늘로 훨훨 날아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집게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새조개를 날것 그대로 먹어도 진미다. 오도독 쫄깃한 식감에 바다향이 오롯하다. 깻잎을 육수에 데쳐 놓으면 그 진한 향기가 깻잎 밭을 헤집고 들어간 듯 진하게 풍겨온다. 여기에 붕장어 한 점 올려 깻잎쌈을 해도 좋다. 닭을 품은 육수에 데쳐낸 갖가지 식재료들의 오묘한 맛은 실로 경이롭다.

새조개와 차돌박이, 새조개와 키조개관자, 단맛을 한껏 품은 겨울시금치 등이 샤브샤브로 아주 그만이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뿜어내는 향기는 미각의 별천지를 경험하게 해준다. 육수 맛은 식재료가 하나둘 더해질수록 더욱 더 깊어진다.

배는 이미 남산만하다.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때쯤 우동면과 고기만두, 바지락이 덤으로 나온다. 이들 식재료를 육수에 익혀 마무리를 한다. 이런 게 진짜 인심 좋은 남도에서 느끼는 진정한 오지고 푸진 맛이다. 

▲ 숙회천국의 두 셰프, 늘 연구하고 노력하는 이들이라 음식에 믿음이 간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과 여수넷통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