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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런 유럽? 로테르담엔 신기한 건물 천지

[인생 후반전을 맞아 떠난 유럽여행기 4]

등록|2017.01.12 14:03 수정|2017.01.13 09:36
유럽의 관문 또는 세계로 나가는 관문 로테르담

암스테르담에서 남쪽으로 기차로 1시간여 정도 달려 네덜란드 제 2의 도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무역항이 있어 '유럽의 관문' 혹은 '세계로의 관문'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수백 년 전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암스테르담과는 달리 이곳은 거리와 건물들이 상당히 현대적이어서 고풍스러운 유럽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인데, 여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폭격을 받아 시청사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로테르담의 도시 중심부가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로테르담 시는 특유의 실험정신으로 전쟁 중 폭격의 폐허 위에 성공적으로 도시를 재건했다. 그 결과 로테르담은 다른 네덜란드의 도시들과는 달리 상당히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모했고, 이젠 다양한 현대적 건축물들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로테르담 시청사. 로테르담 시내에서 몇 안되는 오래된 건물 중 하나다. ⓒ 이훈희


기차를 타고 로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통과해 나오면 어렵지 않게 여행자 안내소를 발견할 수 있다. 안내소에선 여행 필수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시내 지도와 대중교통 정보 등을 얻을 수 있고, 직원에게 물어보면 머무는 일정을 고려해 가볼 만한 곳을 친절히 추천해 주기도 한다.

로테르담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라면 꼭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시내에도 몇 군데 안내소가 있으니 그곳들도 들러보면 좋다. 예기치 않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

▲ 로테르담 중앙역사 내 여행자 안내소 ⓒ 이훈희


중앙역 역사 밖으로 나서면 정면으로 나 있는 대로 주변에서부터 현대적 느낌의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중앙 역사의 경우, 멀리서 보면 거대한 상어 지느러미가 물 밖으로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거대한 지붕만으로 로테르담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가 되었다.

중앙역 주변에 형성된 국제 업무 지구에는 특이한 모양과 알록달록한 색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데, 건축 분야에 관심이 많지 않은 내게도 꽤나 흥미로웠다.

▲ 로테르담 중앙역 정면 ⓒ 이훈희


▲ 로테르담 중앙역(뒤쪽) ⓒ 이훈희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로테르담의 건축물들 중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는 '큐브 하우스Kubuswoning'일 것이다. 트램을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Blaak역에서 내리면 '아 저게 큐브 하우스구나' 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알아 볼 수 있다.

이곳은 일종의 주택단지인데 집이 큐브 모양을 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Piet Blom이라는 암스테르담 출신 건축가가 만든 주택단지인데 이곳은 1984년 중반에 완공된 것이라 한다. 실험적 디자인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희소성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 완공되기도 전에 주택 전부가 모두 판매되었다고 한다.

▲ 큐브하우스 전경, Blaak역 쪽에서 바라본 모습 ⓒ 이훈희


▲ 큐브하우스, 구항구 쪽에서 바라본 모습 ⓒ 이훈희


Piet Blom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독특한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큐브 모양의 사적인 주거 공간과 큐브 아래쪽 작은 상점과 놀이터 등 공적 공간을 마련해 두 공간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사적 공간이 보장되면서도 입주자들이 서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에 적합해보이는 구조이기는 한데 실제 거주하는 분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지는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주택단지에 들어서면 정말 나무들이 빼곡한 숲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무 줄기와 같은 기둥 위에 큐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각각의 집들이 커다란 마당을 공유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혹시라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 이리 저리 돌아다녀 보았으나 몇몇의 여행객들말고는 거주민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큐브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는데 주택 중 한 곳을 박물관처럼 공개하고 있어 3유로면 큐브 내부를 구경해 볼 수 있다.

▲ 큐브하우스, 공공 생활공간 ⓒ 이훈희


▲ 큐브하우스, 공공 생활공간 ⓒ 이훈희


▲ 큐브하우스 입구, 큐브하우스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 이훈희


▲ 큐브하우스 내부 계단, 네덜란드 건물들의 계단은 조심해야 한다. 너무 좁아서 발을 잘못 디딜 수도 있다. ⓒ 이훈희


▲ 큐브하우스, 거실. 기본구조가 큐브라서 벽면이 전부 기울어져 있다. ⓒ 이훈희


네덜란드에 와서 놀란 좁디 좁은 계단은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발을 잘못 디뎌 자칫 굴러 떨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를. 총 3층으로 되어 있고 1층에는 거실과 주방, 2층에는 침실 등이 있고, 3층은 작은 옥탑방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살게 되면 숲속 오두막 집에서 지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기울어진 벽면들로 인해 불편한 점들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공간이 나름 효율적으로 나누어져 있어 너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여행자들에게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빌려주거나 호텔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으니 색다른 숙소를 경험해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 큐브하우스, 거실. ⓒ 이훈희


▲ 큐브하우스 거실. 기울어진 벽면으로 인해 공간이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나름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 이훈희


▲ 큐브하우스, 침실. ⓒ 이훈희


▲ 큐브하우스 옥탑방. ⓒ 이훈희


▲ 큐브하우스 옥탑방. 여행객들 중 어린 남매가 옥탑방 소파에 누워있다. ⓒ 이훈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큐브 내부를 구경하고 나오니 배가 고프다. 거리 곳곳에 식당들도 있겠지만 큐브 하우스가 있는 Blaak역 가까이 커다란 건물 안에 다양한 상점들이 입주해 있는 시장이 있다. 우리 나라의 쇼핑몰 등에 입주한 식당 구역과 유사하다고 해야 할까?

U자를 뒤집어 놓은 듯한 건물 내부에 들어서 위를 쳐다보면 천정 전체에 알록달록한 색의 과일, 벌레, 곤충 등이 그려진 거대한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어찌보면 괴기스럽기도 하고 어찌보면 입맛이 도는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의 상점들이 입주해 있으니 기호에 맞게 끼니를 해결하면 되겠다.

▲ Markthal. 겉으로보기엔 시장 같지 않다. ⓒ 이훈희


▲ Markthal 천정 벽화. ⓒ 이훈희


▲ Markthal 벽화 ⓒ 이훈희


▲ Markthal 상점. 생선을 재료로 한 음식이 인기가 많았다 ⓒ 이훈희


▲ Markthal 상점. ⓒ 이훈희


배를 채웠으니 다시 도시를 구경하러 가 보자. 로테르담의 북쪽과 남쪽 지역을 이어주는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에라스무스 다리도 로테르담의 상징물 중 하나니까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너 남쪽 업무 지구에 있는 업무용 건물들을 구경해보는 것도 눈이 지루하지는 않다. 그래도 건물들 사이를 다니다 시야가 가려져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 로테르담 전체를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 '유로마스트'에 올라가 보자.

▲ 에라스무스 다리. 일명 백조 다리. ⓒ 이훈희


▲ 에라스무스 다리. 도개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거대한 크레인 등이 이동해야 할 때 다리가 들린다. ⓒ 이훈희


▲ 공원을 가로질러 유로마스트가 보인다 ⓒ 이훈희


유로마스트는 로테르담의 남쪽 마스(Maas)강변에 맞닿아 있는 거대한 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트램 정류장에서 내려 목적지로 정한 전망대로 향하다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에 눈을 빼앗겨 나도 모르게 걸음이 느려지며 산책을 하고 말았다. 네덜란드에 와서 이런 공원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정말 부럽다. 도시에 이렇게 언제든지 거닐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드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니, 로테르담 시민들은 얼마나 좋을까.

▲ 유로마스트. ⓒ 이훈희


▲ 유로마스트 가는 길에 거대한 공원을 만났다 ⓒ 이훈희


▲ 유로마스트로 가는 길에 만난 공원 ⓒ 이훈희


부러움을 뒤로 하고 로테르담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올랐다.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단 중간 전망대에 올라가 밖으로 나오면 눈 앞에 로테르담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접해 있는 마스 강을 따라가 보면 저 멀리 에라스무스 다리와 새롭게 조성되어 있는 업무지구가 보인다.

전망대로 오면서 거닐었던 드넓은 공원의 모습도 한 눈에 들어온다. 중간 전망대 위쪽에 360도로 회전하면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도시 전경을 볼 수 있게 만들어진 회전형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으니 빙글빙글 돌면서 로테르담 전경을 파노라마로 눈에 담아보자.

▲ 유로마스트에서 바라본 로테르담 전경 ⓒ 이훈희


▲ 유로마스트에서 바라본 로테르담 전경 ⓒ 이훈희


▲ 유로마스트에서 바라본 로테르담 전경 ⓒ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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