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손님 출입은 비밀" 이영선 궤변에 재판관 "대통령 돈봉투가 더 비밀" 호통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 문자 보내놓고선 헌재에선 '묵묵부답'
▲ 이영선 행정관 헌재 증인 출석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선 이영선 대통령경호실 행정관은 박 대통령에 유불리를 따져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모순된 진술을 했고, 헌법재판관으로부터 위증 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5일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던 이 행정관은 12일 4차 변론에는 출석했다. 하지만 주요 대목마다 "직무 관련 비밀이라 답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 "대통령경호실 직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것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이 왜 비밀이냐. 대통령도 지인이라고 했고, 지인이 출입하는 게 왜 비밀이 되느냐"고 이 행정관을 다그쳤다. 강 재판관은 "증인이 피청구인(박 대통령) 관련 비공식 업무를 맡았다고 했는데 그게 국가안보와 비밀에 관련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건과 관계 없는 사적인 얘길 할 필요는 없지만 최순실이 몇 차례 출입했는지 증언할 의무는 있다. 증언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한철 헌재소장도 "증인은 법정에서 증언을 할 의무가 있고 증언 거부는 형사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면 별도로 소명을 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증언을 할 의무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경고에도 이 행정관은 "출입 관련된 것은 말씀드릴 수가 없음을 양해해달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자신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일이 청와대 출입을 보고했던 최순실씨와 '기치료 아주머니' '주사 아주머니' 등의 청와대 출입 사실에 대해 이 행정관은 이 같은 답변을 고수했다.
'최순실 태운 적 없다' 했다 문자메시지 들이밀자 "그런 답변 안 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이같은 증언기조를 철저하게 유지하진 못했다. 이진성 재판관이 '증인이 운전한 차에 최순실이 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행정관은 "그런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출입 관련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하다가 자신은 청와대 출입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증언을 한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은 지난 2013년 이 행정관이 정호성 비서관에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행정관은 이 '최 선생님'이 최순실씨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재판관은 "최순실과 같이 차를 타고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얘기인데, 이전 증인신문에서 '최순실을 차에 태운 적이 없다'는 증언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행정관은 "(차에 태운 적이) '없다'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그것에 대해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서 증인신문에 나선 안창호 재판관은 "증인, 사실대로 얘기하세요. 최순실이 법정에서 '억울한 게 있다'고 말했다는데, 사실을 말해야지 억울함도 풀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행정관이 '최순실을 차에 태운 적이 없다'고 진술해 놓고, 얼마 안돼 '그런 답변을 하지 않았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했다'고 발언해 자신의 진술조차 기억하지 못한 셈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최순실 등의 출입여부에 대해선 '답변할 수 없다'고 말로 일관하기로 미리 작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대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증언하려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추측도 할 수 있다.
같은 내용 질문... 국회 측엔 '잘 몰라', 박근혜 측엔 '그렇게 들었다'
▲ 이영선 행정관 헌재 증인 출석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 행정관의 증언은 국회 측(청구인)과 박 대통령 측(피청구인)이 같은 내용을 묻는 질문에도 다르게 답변하는 행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선 국회 측 대리인은 이 행정관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이동할 때 이동경로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난 일에 대해 물었다.
이 행정관은 "다녀온 직원에게 얘길 들었다" "큰 사고는 아니었던 걸로 안다 '사고가 있었다'는 말만 들었다"고 답했다. 사고 사실은 알지만 자신은 내용을 잘 모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출입구에 차량이 돌진한 사고가 있었고, 이를 수습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중대본 방문에) 상당한 지체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맞느냐"고 묻자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행정관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라는 말을 앞에 내세웠지만, 두 답변은 엄연히 다른 취지다. 국회 측 증인신문 땐 거듭된 질문에도 '사고가 났다는 정도만 들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의 질문은 당시 사고의 경위와 그 여파에 대해 들어 알고 있느냐고 물은 것이고, 이 행정관은 이를 인정했다. 같은 내용을 묻는 질문인데 묻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잘 모른다'고 했다가 '나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을 달리 한 것이다.
강일원 주심 "내가 보기엔 대통령의 돈봉투가 더 비밀"
이 행정관은 검찰조사 때 진술한 내용을 뒤집기도 했다. 이 행정관은 검찰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옷값을 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대금 지급한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이 뭐라도 최순실에 건네준 게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신문에선 "(최순실에게) 금액을 전달한 적이 있다"며 "대통령께서 주셨고, 돈이라고 말씀하진 않았는데, 서류봉투를 주셨다. 만졌을 때 돈이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사실에 대해선 증언하길 거부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씨에 옷값을 지불해왔다는 내용에 대해선 상세히 진술한 것이다. 강일원 재판관은 "최순실의 청와대 출입이 국가기밀이냐"며 "대통령이 돈봉투를 외부에 개인적으로 전달한 게 더 큰 비밀 아니냐"고 따졌다.
강 재판관은 "비밀의 구분 기준이 뭐냐. 증인이 경호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도 갖고 계시는데 비밀의 기준을 말해보라. 왜 돈봉투는 비밀이 아니고 최순실의 출입은 비밀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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