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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권팀장의 성추행, 2차 폭력 가한 방송사

전북여성단체 "자원봉사자 성추행 전북도청 공무원 철저 수사해야"

등록|2017.01.13 10:51 수정|2017.01.13 10:51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북도청 인권팀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지역 사회 인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차 피해를 우려하며 목소리를 아껴왔던 전북지역 여성단체들이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견해를 밝혔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언론의 낮은 인권감수성과 전북도와 경찰의 대응, 인권팀장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등 여성단체들은 성폭력 사건을 통해 드러난 전북지역의 낮은 인권의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인권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가해자는 오히려 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느라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는 듯 보이며, 언론과 지역사회는 가해자의 입장만 보도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성폭력의 통념을 강화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꼬집어 말했다.

▲ 전북지역 여성단체들이 전북도청 인권팀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문주현


여성단체들이 '인권단체 활동가 경력의 전북도청 인권팀장 성폭력 사건'으로 규정한 이 사건은 전라북도가 일부 지원한 전주 인권영화제 뒤풀이가 끝나고 일어났다.

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전북도청 인권팀장 A씨는 전주 인권영화제 둘째 날이던 지난해 12월 9일, 영화제 관계자들과 1·2차 뒤풀이를 갖고 술에 취한 자원봉사자 B씨를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력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자원봉사자 B씨에게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 강사와 지역 모 대학 겸임교수,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인권단체 집행위원장 등 자신의 경력이 담겨 있는 명함을 건네는 등 전북에서 인권과 관련하여 유명한 인물로 소개했다. 이 경력을 바탕으로 전주 인권영화제 대표인 것처럼 소개했다. 그래서 피해자는 상담과정에서 '영화제 공동대표'로 가해자를 인식하고 있었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A씨는 사건이 발생한 전날부터) 평소 인권에 관심이 있던 B씨에게 (자신을) 지역에서 오랫동안 인권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면서 "나이와 지위, 인권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들이 피해자에게 우월적 지위로 작용했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언론 보도, 성폭력의 잘못된 통념 재생산하고 있어"

이날 여성단체들은 무엇보다 이번 성폭력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에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일부 방송사는 경찰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모텔 입구 CCTV 영상을 내보냈으며, 다수의 언론들은 A씨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여성단체들은 '자신의 가해를 변명하는 가해자의 말을 부각하는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국여성민우회가 발표한 '성폭력보도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보도라고 평가했다.

황지영 성폭력예방치료센터장은 "언론으로부터 피해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이면에는 평소 노는 사람이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황 센터장은 "일부 언론이 모텔 근처의 CCTV를 그대로 노출한 것은 '합의였다'고 주장하는 A씨의 주장과 겹쳐 정말 합의에 의한 것처럼 왜곡되어 보여진다"면서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한쪽 이야기가 부각되고 있다. 지역의 낮은 인권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여성단체들도 "성폭력은 다른 사건에 비해 사회적 통념이 개입될 여지가 많고, 통념은 피해자들에게 '왜, 격렬하게 저항하지 못했는지', '성폭력이 발생하도록 피해자가 유혹한 것은 아닌지'를 입증하도록 요구한다"면서 "언론은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 '성폭력 근절'이라는 공공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성폭력의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팀장,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합리화하는 발언 중단하라"

그리고 여성단체들은 전북도민들의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에 위치한 인권팀장 A씨가 자신의 경력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벌였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사건이 쟁점이 되고 보인 A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는 전혀 인권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인 인권팀장은 자신의 행위가 합의에 따라 발생했고, 피해자가 먼저 키스를 해서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유혹이 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인권문제를 다루었다는 가해자 A씨의 낮은 (여성과 피해자) 인권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A씨는 더 이상 침해당한 피해자의 인권에 대해서 어떠한 반성의 태도 없이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합리화하는 발언과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전북도청 인권팀장으로 재직하기 전에 수 십 년간 몇 개의 인권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사설 인권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지역에서 기반을 닦아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여성인권에 대한 강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경찰에 강력하게 촉구했다.

"전북도, 개인의 문제로 보지 말고 책임 통감해야"

한편, 여성단체들은 전라북도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 등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라북도는 현재 A씨를 직위를 해제하고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주장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난 2일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그 사람이 인권의 전부는 아니잖느냐"는 발언을 했다.

여성단체들은 "인권팀장에 의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전라북도는 통감해야 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여성인권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지영 소장은 "A씨를 대기 발령하고 다른 담당자를 통해서 지역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낮은 인권감수성과 지역사회의 잘못된 통념 등에 대해 문제라고 인식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A씨는 개방형으로 전라북도 인권팀장에 채용된 것으로 인사권을 가진 송하진 지사는 분명 책임이 있다"면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자세"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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