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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만 노출한 반기문의 귀국 행사

[주장] 부실과 어설픔만 넘친 그의 공항 메세지

등록|2017.01.14 15:22 수정|2017.01.14 15:22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행사와 그가 내놓은 메시지를 유심히 살펴봤다. 결론은 '아직 관료이지 정치인은 아니다'였다. 예전 안철수 전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무렵 보여준 어설픔과 비슷하다.

공항 행사에선 반 총장의 입국 불과 몇십분전에 공항공사와 반 전 총장측 실무진 사이에 입국 게이트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졌다. 도착이 얼마남지 않은 시간까지도 어느 게이트를 쓸 것인지 협의가 안된 것이다.

지지자들간에도 현수막을 거는 문제로 다툼이 일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각자 따로 현수막을 준비한 두 지지그룹이 모두 반 전총장의 측근에게 허락을 받았다면서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또 반 전 총장이 메시지를 발표할 단상 주변을 일부 지지자들이 차지하고 비켜주지 않았고 맞은편에서도 지지자들이 자리싸움을 하며 고성이 오가는 등 행사 진행측이 애를 먹었다. 반 전 총장을 맞이한 사람들 중에는 순수한 그의 팬들도 많겠지만 반기문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정치브로커들도 분명히 있다.

행사도 어설펐지만 반 전 총장 본인의 메시지도 지도자로서의 준비부족을 드러냈다.

그가 귀국 회견에서 던진 메시지는 나라를 이끌어갈 준비된 지도자의 것이라 보기 어려웠다. 정치에 비판적인 일반 시민의 인식보다 더 나은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하는 건 쉽지 않다. 과거 성공한 기업가나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그 이름값으로 정치권에 진출했지만 성공한 정치인이 된 사례는 별로 없다. 정치도 엄연히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유명세가 곧 리더십은 아니다. 공항의 반기문에게선 새로운 리더십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던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자기 정체성 역시 빈곤한 정치철학을 잘 나타낸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시 받았던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라는 외국언론의 평가처럼 '진보적 보수주의자'는 어디에도 없는 개념이다.

형용모순의 말장난에 가까운 이런 말로 통합의 리더십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면 그는 아직 촛불시민 이상의 전문적 정치 식견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 말엔 '이번 선거에서 진보표와 보수표 모두를 다갖고 싶다'는 속마음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벌써 '평화적 호전주의자' '고기먹는 채식주의자' 등의 조롱이 유행하고 있다.

그는 또 의외로 쉽게 감정이 드러나는 스타일로 보인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박연차 리스트 의혹과 일가의 부패비리 의혹을 해명하는 그의 음성엔 흥분이 묻어나왔다.

해명의 내용도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깨끗하다는데 무슨 더 할 말이 있느냐'는 식이었다. 구사하는 단어의 수준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크게 나아보이지 않았다.

연설 내내 반기문을 연호하던 청중은 "역사는 2016년을 기억할 것"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결코 잊으면 안될 것"이라며 그가 촛불을 말할 때 일순 조용해졌다. 행사에서 지지자들과 반 전 총장이 따로 분리된 듯한 유일한 순간이었다.

반 전 총장은 촛불집회에 나올 수 있을까.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라'고 외칠 수 있을까. 자신의 말대로 '광장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을 받아 안을 수 있을까.

그가 촛불집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할수 있느냐는 앞으로 그의 정체성을 가늠할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앞으로 내세우려는 핵심 메시지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로 보인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는 말은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꿔 정치교체를 주장한 것과 맥락이 똑같다.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는 겉옷만 바꿔 있겠다는 말이 아닐까?

국민들의 눈은 이미 여러 정치세력들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치의 교체를 포함한 정권의 교체가 광장의 요구이며 국민의 명령이다.

반 전 총장은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준비가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사실 그는 지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한몸을 불사를 역할은 따로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 차기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대북특사 같은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길에 징검다리를 놓고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분쟁에서 그가 경륜이 넘치는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 준다면 그는 대통령보다 더욱 빛나는 업적을 쌓을 수 있고 존경받는 아시아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 딱 들어맞는 아름다운 역할이 있는데도 그는 외교관 후배그룹과 한국사회 적폐의 한축인 MB정부의 철지난 인물들에 둘러싸여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억지로 입으려 하고 있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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