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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 어린이에게 머리카락 기부한 자매의 "작은 봉사"

유방암으로 가발 쓰고 출근한 엄마 보고 결심 "친구들에게도 권유할 거예요"

등록|2017.01.17 10:49 수정|2017.01.17 10:49

▲ 이수미(20), 이다건(18) 자매가 기부하기 위해 25cm 이상 자른 머리카락을 들어보이며 웃음을 짓고 있다. ⓒ 조정훈


"항상 긴 머리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파서 머리가 빠지는 모습을 보고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싶었어요..."

자매가 소아암 어린이에게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대화를 나누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자매는 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자 순간, 얼굴이 굳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잘린 머리카락을 들고 웃음을 지었다.

이수미(20)씨와 이다건(18)학생은 지난 13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천동 한 미용실에서 2년 이상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 작은 상자에 소중히 담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보냈다.

올해 계명문화대에 입학할 예정인 이수미씨는 "항상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아파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보고 기부를 결심했다"며 "소아암 어린이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언론이나 인터넷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머리카락 기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구외고에 다니는 이다건 학생은 "외국의 어려운 나라에서 통역 봉사하는 게 제 꿈인데 오늘 그 꿈의 첫 발을 내디딘 것 같다"며 "친구들이 아깝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오히려 친구들에게 권유했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자른 뒤 느낌을 묻는 질문에 두 자매는 "우리는 머리가 빨리 자라서 괜찮아요"라며 "비록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작은 봉사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누리집에 나와 있는 머리카락 기부에 대한 안내서. ⓒ 조정훈


이들은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2년 이상 소중히 다뤘다고 한다. 염색을 하거나 파마를 한 머리카락은 가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아버리기 때문에 최신 유행을 따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두 자매의 머리카락 기부에는 '엄마'가 있었다. 간호사로 일하는 엄마 김정남(48)씨가 유방암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빠져 가발을 쓰고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버릴수 있는 머리카락도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정남씨는 "아파서 1년 정도 휴직을 했는데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 흉물스러웠다"며 "결국 가발을 쓰고 출근을 했는데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 아프게 울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힘든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백혈병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모발이 아니면 부작용이 심하다. 내가 권유하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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