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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압박 사실로? 부산영화제 사태 전환점 될까

이용관 전 위원장 명예회복될지 관심... 서병수 부산시장도 특검 조사 주장도

등록|2017.01.19 10:53 수정|2017.01.19 10:54

▲ 영화인들의 보이콧 속에 치러진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 부산영화제


예상했던 대로였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었고, 중심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의혹의 실체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검이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을 김 전 실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6일 알려지면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의 실체가 확인되는 모습이다.

그간 부산영화제 압박의 실체가 청와대라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진 사안이었다. 그 중심이 당시 정무수석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조윤선 장관인지 아니면 그 윗선인 김 전 실장인지에 대해 심증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특검 조사로 구체적인 당사자가 확인되면서 부산영화제 외압의 실체가 확인된 셈이다. (관련 기사 :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도 청와대 지침?)

아직 확인이 안 된 부분도 있지만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부산영화제에 대한 부산시의 행정지도(감사)-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퇴 압박-감사원의 특별감사-2015년 예산 삭감-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른 부산시의 검찰 고발-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 및 기소-2016년 정기총회서 해임'으로 이어진 수순이 청와대가 정한 방향으로 갔을 가능성이 짙어졌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특검 조사해야

▲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영화인들과 만나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 성하훈


특검의 수사가 여전히 진행형인 부산영화제 사태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적 압박 이후 부산영화제는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다. 초점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맞춰졌기에 이 전 위원장이 겪은 고통이 상당히 컸다. 개인적 비리가 없음이 드러난 사안인데도 검찰은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정치적 탄압에 의한 것이라는 항변을 무시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항소한 상태다.

부산영화제를 만들어 내고 20년 동안 키워온 노력은 정치적 탄압 속에 오랜 시간 쌓아온 공든 탑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 영화인들의 부산영화제 보이콧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창설 주역 중 한 사람이었던 전양준 부집행위원장도 지난 12월 쓸쓸하게 부산영화제를 떠났다. 청와대의 개입이 확인되면서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특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10일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서병수 시장에 대한 특검의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부산은 '부산영화제 사태'를 통해서 박근혜 정권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농단이 이루어진 지역으로, 그 중심에는 '친박 중의 친박'을 자처하는 서병수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특검의 수사를 통해서 서 시장은 '박근혜-김기춘-조윤선'으로 이어지는 '블랙리스트 커넥션'의 충실한 부역자였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만큼 서 시장도 문화 농단과 관련해 특검의 조사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이사장도 도의적 책임 있어

▲ 문황융성위원장 임명 당시 김동호 부산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청와대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민간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동호 이사장의 입지도 불안정해지는 분위기다. 김 이사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문화계 농단 핵심인물이 차은택이 문화융성위원으로 활동할 때 문화융성위원장이었다. 김동호 이사장은 문화융성위원장에 취임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문화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화융성위원회는 문화계 농단의 주요 역할을 한 셈이 됐다. 당시 문화융성위원으로 있던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한국 문화의 몰락>에서 "회의 리허설을 위해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자유발언은 대통령만 할 수 있으며, 질문은 일절 받지 않는 게 회의의 철칙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문화의 날과 관련해서도 "'도대체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몰랐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문화생활'이라는 걸 공연장이나 전시장 만들어 즐기는 것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에 대해서도 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정치적 탄압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영화계 인사들에게 "이 전 위원장에게 명예 집행위원장을 제안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전 위원장은 "그런 제안을 일절 받은 적이 없다는데, 김 이사장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 마치 내가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김동호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영화제가 정치적 탄압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부산영화제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 됐을 때, 김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예민한 질문에 '잘 해결될 거라 그렇게 믿는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며 김 이사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화관계자도 "당시 항의 차원에서 문화융성위원장을 그만뒀으면 모르겠는데, 임기까지 다 채웠기에,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은 느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정치적 압박이 드러났는데도 부산영화제가 이상하게 조용하다. 김동호 이사장이 지나치게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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