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 반기문씨, 1절만 하세요
[주장] 당장 월세가 걱정인 대학생이 한 마디 드립니다
"방을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 봤어?"
집에서 전화가 왔다. 2년 가량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아버지는 야근 등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고 '팀장'의 자리도 내려놓고 일반사원이 됐다. 300만 원이 조금 못 되던 월급은 이제 200만 원에도 한참 부족한 금액이 되었고, 더 이상 내 월세와 용돈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 2~3개월 정도 지났고, 내 자취방은 계약기간을 채우기 위해 보증금에서 월세가 나가고 있다. 방 계약기간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새로운 방을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과 월세도 마련해야하지만 당장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많은 곳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하나의 기사가 분노를 자아냈다.
젋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반기문
최근, 반기문 전 총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귀국 당일, 지하철을 이용해 자택으로 이동하겠다며 티켓 발매기에 만 원짜리 지폐 2장을 한 번에 넣는 사진이 대표적이다. 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가 항의시위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광주였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로 걸음을 옮긴 반기문은 '청년인턴을 확대하겠다'는 그의 실업 해법에 항의하는 청년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항의 시위를 바라본 반기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청년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생각은 해보았을까? 그의 발언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반기문 전 총장은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만큼 해외로 진출해서 다른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로 세계를 다녀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나라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저도 좋은 호텔에서 지내다가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는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함께 자는 체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현실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엉뚱하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에 바빴다.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절을 딛고 세계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며 강조하는 모습은 줄곧 고통 받는 국민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애국심'만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한 달 월세 20만 원과 보증금 100만 원(학교 근처에서 저렴한 곳이다). 매달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생활비 30만 원, 그리고 통신 요금 7만 원. 마지막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 220만 원. 내가 마련해야 하는 금액이다. 다 합쳐서 407만 원이다. 개강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야 한다. 이를 최저임금 6740원으로 계산하면 297시간을 일해야 하고 하루에 평균 10시간을 일해야 한다. 물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말이다. 주5일 근무라면 하루에 15시간이나 일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의 말대로라면 나는 15시간이나 고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주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한 회의를 3회 진행해야 하고, 학교 전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운영위원회, 단과대학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과대학운영위원회 회의도 참석해야 한다. 게다가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토익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 여기에 전공 공부는 당연히 필수이다. 수많은 청년들의 현실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고 바쁘다.
반 전 총장에게 작은 충고를 하고 싶다. 청년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해결할 의지가 있는 척을 그만하라고. 직원들과 함께 잠을 자는 것이, 온돌방에서 자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경험인 것처럼 말하는 그는 절대로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가 정말로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반 전 총장을 직접 대면한다면 이런 편지를 전해주고 싶다.
반 전 총장님, 이 편지를 당신이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청춘들을 이해하는 척,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 마세요. 다른 사람이 운전해주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느라 지하철조차 제대로 이용해 본 적 없는 당신이. 호텔이 아니라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자는 것이 대단하고 힘든 경험이었던 당신이.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창업한 사람들이라며 더 노력하고 창업하라고 이야기 하는 당신이. 어떻게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당신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오월 항쟁의 아픔이 아직도 서려 있는 광주에 찾아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관한 문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당신이. 아직도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고 말하며 거짓된 애국심만을 강요하는 당신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인턴제 확대(라고 말하고 또 다른 착취라고 읽는다)를 주장하는 당신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지 저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마다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통'을 강조하던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당신이 정말로,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을 대변하고 싶다면 엉터리 정치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절대로 평범한 우리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특별하다는 오만을 버리고 국민들의 곁으로 내려오기를 바랍니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2년 가량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아버지는 야근 등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고 '팀장'의 자리도 내려놓고 일반사원이 됐다. 300만 원이 조금 못 되던 월급은 이제 200만 원에도 한참 부족한 금액이 되었고, 더 이상 내 월세와 용돈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이 2~3개월 정도 지났고, 내 자취방은 계약기간을 채우기 위해 보증금에서 월세가 나가고 있다. 방 계약기간은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새로운 방을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과 월세도 마련해야하지만 당장 생활비조차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많은 곳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하나의 기사가 분노를 자아냈다.
젋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반기문
▲ 조선대에서도 항의받은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광주 조선대 강연장에 들어서며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최근, 반기문 전 총장의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귀국 당일, 지하철을 이용해 자택으로 이동하겠다며 티켓 발매기에 만 원짜리 지폐 2장을 한 번에 넣는 사진이 대표적이다. 그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가 항의시위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광주였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로 걸음을 옮긴 반기문은 '청년인턴을 확대하겠다'는 그의 실업 해법에 항의하는 청년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항의 시위를 바라본 반기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청년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생각은 해보았을까? 그의 발언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반기문 전 총장은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만큼 해외로 진출해서 다른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로 세계를 다녀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나라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저도 좋은 호텔에서 지내다가 화장실이 하나 밖에 없는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함께 자는 체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 "반기문, 서민 코스프레 그만"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방문이 예정된 18일 광주 조선대 강연장 입구에서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현실에서 고통 받는 청년들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엉뚱하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에 바빴다. '한국전쟁'의 어려운 시절을 딛고 세계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며 강조하는 모습은 줄곧 고통 받는 국민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애국심'만을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아직도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인가. 한 달 월세 20만 원과 보증금 100만 원(학교 근처에서 저렴한 곳이다). 매달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생활비 30만 원, 그리고 통신 요금 7만 원. 마지막으로 다음 학기 등록금 220만 원. 내가 마련해야 하는 금액이다. 다 합쳐서 407만 원이다. 개강까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으니 한 달에 200만 원을 벌어야 한다. 이를 최저임금 6740원으로 계산하면 297시간을 일해야 하고 하루에 평균 10시간을 일해야 한다. 물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말이다. 주5일 근무라면 하루에 15시간이나 일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의 말대로라면 나는 15시간이나 고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주 학생회를 운영하기 위한 회의를 3회 진행해야 하고, 학교 전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운영위원회, 단과대학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과대학운영위원회 회의도 참석해야 한다. 게다가 취업 준비를 위해 자격증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토익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한다. 여기에 전공 공부는 당연히 필수이다. 수많은 청년들의 현실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고 바쁘다.
반 전 총장에게 작은 충고를 하고 싶다. 청년의 고통을 이해하는 척, 해결할 의지가 있는 척을 그만하라고. 직원들과 함께 잠을 자는 것이, 온돌방에서 자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경험인 것처럼 말하는 그는 절대로 우리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가 정말로 청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고생을 사서 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고. 반 전 총장을 직접 대면한다면 이런 편지를 전해주고 싶다.
반 전 총장님, 이 편지를 당신이 읽고서 많은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청춘들을 이해하는 척,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 마세요. 다른 사람이 운전해주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느라 지하철조차 제대로 이용해 본 적 없는 당신이. 호텔이 아니라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자는 것이 대단하고 힘든 경험이었던 당신이.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은 창업한 사람들이라며 더 노력하고 창업하라고 이야기 하는 당신이. 어떻게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당신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오월 항쟁의 아픔이 아직도 서려 있는 광주에 찾아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관한 문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던 당신이. 아직도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고 말하며 거짓된 애국심만을 강요하는 당신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인턴제 확대(라고 말하고 또 다른 착취라고 읽는다)를 주장하는 당신이.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단지 저 한 사람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가는 곳마다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통'을 강조하던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당신이 정말로,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을 대변하고 싶다면 엉터리 정치 쇼가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은 절대로 평범한 우리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디, 특별하다는 오만을 버리고 국민들의 곁으로 내려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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