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민족. 어떤 느낌인가? 굉장히 애국적이고,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해석된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하라.'
이러한 '조국과 민족'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책이 나왔다. '조국과 민족' 상·하권. 시대적 배경은 1987년 5공화국 말기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형식이며, 주인공 박도훈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구성을 나타내고 있다.
조국과 민족? 그들의 낯짝!
주인공 박도훈. 어린 시절의 도훈은 반공표어대회에서 상금을 탈 정도로 '투철한 반공투사'다. '좌경용공 대학생'이던 이복형을 고발까지 했을 정도다. 그런 그는 1987년 무렵에는 안기부 계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안기부 요원으로, 거침없이 고문을 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소위 '기술자'라고 불릴 만큼, 악랄한 '고문기술자'다.
대학생, 재일교포, 심지어 아버지뻘 남자도 잡아와 고문했다. 그러면서 그걸 합리화한다. 그 모든 행위는 '빨갱이'를 솎아내기 위한 것이며,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심지어 라면도 올림픽에서 지정된 라면만 먹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뚤어진 애국자'라고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박도훈은 '애국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일본출장을 다니며 금괴밀수를 저질러왔다. 그것도 '조국과 민족'이 아닌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조총련계 거물간첩 '광명산'의 마약밀수를 돕는다. 협조하지 않으면 박도훈의 금괴밀수를 알리겠다는 '간첩'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외치던 자. 그런 그가 뒤로는 금괴를 밀수하다가, 간첩에게 걸려서 협박을 받았다. 참으로 웃기는 장면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애국을 외치는 자의 실상이 '뒤가 구림'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불만을 가진 박도훈에게, 고정간첩 '광명산'은 이렇게 회유한다. 그러자 박도훈의 얼굴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판단은 여러분이 해보자.
"참고로 말씀드리면 현재 시세 금괴 1킬로에 1300만 원. 얼음(히로뽕 마약의 은어)은 1킬로에 1억 3000만 원입니다. 금괴의 딱 열 배지요."
동네 똥양아치도 비웃는 '조국과 민족'
물론 협박을 받는다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박도훈은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명산'과 박도훈을 연결시킨 것은 다름 아닌 금괴 밀수업자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함께 금괴밀수를 해왔던 자이며, 박도훈과는 '호형호제'를 하는 친한 사이로 나온다.
곧장 박도훈은 밀수업자에게 '겁도 없이 나를 팔아먹어!'라며 거칠게 말했다. 밀수업자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고생하는 '형'을 잘되게 하기 위해 했다고. 한참 실랑이가 오가는 끝에, 박도훈은 '그게 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일'이라며 항변했다. 그러자 밀수업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어리바리한 유학생 애들 잡아다 간첩 만드는 게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거야? 내가 아무리 동네 똥양아치라도 그 정도는 알어. 형이 맨날 털어 오라는 한학동 애들, 걔들 중에 간첩 몇이나 있었어? 어? 말해봐!"
이 작품의 핵심을 뚫는 말이다. 작중 박도훈은 무수히 많은 '간첩'들을 잡아들인다. 그러나 거기에는 '진짜 간첩'은 없다. 오로지 가혹한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만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박도훈은 '진짜 간첩'에게 약점이 잡혀서, 마약밀수를 돕는다. 자칭 '애국자'가 오히려 '진짜 간첩'의 자금책을 운반하는 꼴이다.
물론 박도훈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그저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박도훈에게, 밀수업자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중얼댔다.
"조국과 민족이래… 병신 새끼."
박도훈의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밀수업자. 아마 그가 보기에, 자신과 박도훈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박도훈이 '조국과 민족', '애국'을 운운하니 얼마나 웃겼을까? 역설적으로 따지면 박도훈 같은 부류는 '동네 똥양아치'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누구보다 '박사모'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박도훈과 비슷한 부류들도 보여주고 있다. 보안사 시절부터 안보를 위해 일했던 '장 실장', 고추가 여물기 무섭게 칼 차고 빨갱이들 목을 날려버리던 '김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조국과 민족', '반공'을 운운하며 스스로 애국자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뒤가 구리다'. 정의와 법치를 운운하던 장 실장은 외동아들의 과실치사를 은폐한다. 빨갱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한이라던 김 회장은 '빨갱이'인 조총련계 기업과 뒷거래를 해오다가 들켰다.
그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들에게는 '조국과 민족'보다, 자신의 보신이 우선순위다. 작가는 그걸 염두를 했는지, 이렇게 언급했다.
"가해자들은 '애국심'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에게 '조국과 민족'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누구보다 박사모에게 권하고 싶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온 국민들이 광화문으로 나온 결과다. 그러나 유일하게 박사모는 '탄핵반대'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왔다. 그들은 '조국과 민족', '애국'을 내걸고 '빨갱이'를 외친다. 그런 박사모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에게 '조국과 민족'은 무엇인지.
조국과 민족 상·하권. 각권 15,000원. '일당 2만원씩 받는 어느 분들'이라면, 약간 부담이 되실지 모르겠다.
이러한 '조국과 민족'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책이 나왔다. '조국과 민족' 상·하권. 시대적 배경은 1987년 5공화국 말기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형식이며, 주인공 박도훈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구성을 나타내고 있다.
조국과 민족? 그들의 낯짝!
▲ 조국과 민족 상,하권 ⓒ 비아북
주인공 박도훈. 어린 시절의 도훈은 반공표어대회에서 상금을 탈 정도로 '투철한 반공투사'다. '좌경용공 대학생'이던 이복형을 고발까지 했을 정도다. 그런 그는 1987년 무렵에는 안기부 계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안기부 요원으로, 거침없이 고문을 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소위 '기술자'라고 불릴 만큼, 악랄한 '고문기술자'다.
대학생, 재일교포, 심지어 아버지뻘 남자도 잡아와 고문했다. 그러면서 그걸 합리화한다. 그 모든 행위는 '빨갱이'를 솎아내기 위한 것이며,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것이라고. 심지어 라면도 올림픽에서 지정된 라면만 먹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뚤어진 애국자'라고 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박도훈은 '애국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일본출장을 다니며 금괴밀수를 저질러왔다. 그것도 '조국과 민족'이 아닌 '자신의 사욕'을 위해서.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결국 조총련계 거물간첩 '광명산'의 마약밀수를 돕는다. 협조하지 않으면 박도훈의 금괴밀수를 알리겠다는 '간첩'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조국과 민족을 외치던 자. 그런 그가 뒤로는 금괴를 밀수하다가, 간첩에게 걸려서 협박을 받았다. 참으로 웃기는 장면이다. 이것은 겉으로는 애국을 외치는 자의 실상이 '뒤가 구림'을 알려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불만을 가진 박도훈에게, 고정간첩 '광명산'은 이렇게 회유한다. 그러자 박도훈의 얼굴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판단은 여러분이 해보자.
"참고로 말씀드리면 현재 시세 금괴 1킬로에 1300만 원. 얼음(히로뽕 마약의 은어)은 1킬로에 1억 3000만 원입니다. 금괴의 딱 열 배지요."
동네 똥양아치도 비웃는 '조국과 민족'
물론 협박을 받는다고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박도훈은 당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명산'과 박도훈을 연결시킨 것은 다름 아닌 금괴 밀수업자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함께 금괴밀수를 해왔던 자이며, 박도훈과는 '호형호제'를 하는 친한 사이로 나온다.
곧장 박도훈은 밀수업자에게 '겁도 없이 나를 팔아먹어!'라며 거칠게 말했다. 밀수업자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고생하는 '형'을 잘되게 하기 위해 했다고. 한참 실랑이가 오가는 끝에, 박도훈은 '그게 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 일'이라며 항변했다. 그러자 밀수업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어리바리한 유학생 애들 잡아다 간첩 만드는 게 조국과 민족을 위하는 거야? 내가 아무리 동네 똥양아치라도 그 정도는 알어. 형이 맨날 털어 오라는 한학동 애들, 걔들 중에 간첩 몇이나 있었어? 어? 말해봐!"
이 작품의 핵심을 뚫는 말이다. 작중 박도훈은 무수히 많은 '간첩'들을 잡아들인다. 그러나 거기에는 '진짜 간첩'은 없다. 오로지 가혹한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만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박도훈은 '진짜 간첩'에게 약점이 잡혀서, 마약밀수를 돕는다. 자칭 '애국자'가 오히려 '진짜 간첩'의 자금책을 운반하는 꼴이다.
물론 박도훈은 아무런 반론도 제기하지 못했다. 그저 욕설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박도훈에게, 밀수업자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중얼댔다.
"조국과 민족이래… 병신 새끼."
박도훈의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밀수업자. 아마 그가 보기에, 자신과 박도훈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박도훈이 '조국과 민족', '애국'을 운운하니 얼마나 웃겼을까? 역설적으로 따지면 박도훈 같은 부류는 '동네 똥양아치'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누구보다 '박사모'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은 박도훈과 비슷한 부류들도 보여주고 있다. 보안사 시절부터 안보를 위해 일했던 '장 실장', 고추가 여물기 무섭게 칼 차고 빨갱이들 목을 날려버리던 '김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조국과 민족', '반공'을 운운하며 스스로 애국자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뒤가 구리다'. 정의와 법치를 운운하던 장 실장은 외동아들의 과실치사를 은폐한다. 빨갱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한이라던 김 회장은 '빨갱이'인 조총련계 기업과 뒷거래를 해오다가 들켰다.
그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들에게는 '조국과 민족'보다, 자신의 보신이 우선순위다. 작가는 그걸 염두를 했는지, 이렇게 언급했다.
"가해자들은 '애국심'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에게 '조국과 민족'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누구보다 박사모에게 권하고 싶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온 국민들이 광화문으로 나온 결과다. 그러나 유일하게 박사모는 '탄핵반대'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왔다. 그들은 '조국과 민족', '애국'을 내걸고 '빨갱이'를 외친다. 그런 박사모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과연 당신들에게 '조국과 민족'은 무엇인지.
조국과 민족 상·하권. 각권 15,000원. '일당 2만원씩 받는 어느 분들'이라면, 약간 부담이 되실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조국과 민족 / 상권(340쪽), 하권(376쪽), 강태진 지음, 비아북 출판, 각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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