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경선룰, 2012년 울산을 기억하라
대권 도전 선언 이어지는데 경선룰은 여전히 '불투명'
▲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이 하루 간격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지난 1월 22일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3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2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성 고양시장을 포함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최성 등 최소 6명 이상이 됩니다.
아직 대선 후보의 윤곽이 정확하지 않은 다른 당의 상황과 비교하면, 민주당의 대선 움직임은 빠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대선 행보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대선 경선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강령정책위원회'는 각 대선 후보 진영과 대선 경선룰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 측의 불참 등으로 경선룰이 설날 전에 확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문재인 백지위임, 박원순 야권 개방형 경선제 주장
▲ 민주당 당규에 명시된 국민참여경선 방식 ⓒ 임병도
문재인 전 대표는 당에 모든 것을 위임한 상황입니다. 안희정 지사는 '토론과 최대한 많은 인원 참여'를 이재명 시장은 '2012년 경선룰'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대체로 당의 경선룰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대선 경선룰 합의에 부정적인 후보는 박원순 시장과 김부겸 의원입니다. 박원순 시장은 '야3당 개방형 공동경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은 그리 적극적인 입장이 아닙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실성 없는 주장으로 경선룰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합니다.
민주당의 2017년 대선 경선룰은 대략 2012년 당시를 기초로 '완전국민경선+모바일 →결선투표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 쪽에서는 모바일 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박 시장이 오히려 모바일 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모습이 황당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온라인 민주주의', '온라인 정당'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층들의 온라인 정당 활동은 꽤 활발합니다. 지난 8.27전당대회에서도 친문재인 성향의 후보들은 ARS 투표에서 평균 65%의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 입장에서는 모바일 투표가 포함된다면 가뜩이나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 수 있습니다. 모바일 투표 배제론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파행을 겪었던 2012년 민주당 울산 경선
▲ 2012년 8월 민주당 울산 경선에서 민주당 선관위가 현장투표를 강행하자 단상으로 몰려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는 일부 후보 지지자들 ⓒ 임병도
2012년 8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됐습니다. 제주에서 시작된 민주당 대선 경선은 바로 다음 지역인 울산에서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민주당 울산 경선이 파행된 이유는 제주 경선에서 나온 투표율이 예상보다 저조했고, 그 이유는 모바일 투표에서 발생한 무효표 때문이라는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후보의 문제 제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손학규 후보는 아예 울산 경선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세균 후보는 참석했다가 떠났습니다. 문재인 후보만이 홀로 남아 체육관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김두관, 손학규 후보 측이 제기했던 문제점은 모바일 투표를 하다가 중간에 끊으면 무효표가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했어도 중간에 끊으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은 이미 후보 쪽에서도 알고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블로그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중간에 끊으면 무효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허탈했던 '민주당 울산 경선' 취재 뒷 얘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룰 과정을 보면, 2012년의 울산 경선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권교체 외쳤지만, 왜 미리 경선룰을 합의하지 못했을까?
▲ 2016년 11월 8일 추미애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5인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 민주당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계속해서 '정권교체'를 외쳤습니다.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하게 선거에 승리해야 하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룰 과정을 보면, 제대로 정권교체를 준비했느냐는 의문이 듭니다.
대선 때마다 나오는 경선룰은 항상 후보 간의 이해 다툼과 파행을 불러왔습니다. 탄핵 정국이 아니었어도 2017년 대선을 준비했다면, 경선룰에 관한 논의와 합의는 2016년에 이미 끝났어야 합니다. 그러나 MB-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약 10년 동안에 일부 당헌·당규 개정이 있었지만,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아직 경선룰을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합당이나 분당 등 여러 사건 등이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후보가 늘어나고 들어오고 등의 과정에서 자꾸 경선룰이 변경되거나 수정되는 부분도 문제가 됩니다.
앞으로 수십 년을 내다보고 정치를 해야 할 정당이 고작 5년 뒤의 대선 경선을 예측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는 것은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습니다.
현행 경선룰을 유지해도, '야권 공동 경선'을 해도 모바일 투표는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꼭 필요한 투표 방식입니다. 모바일 투표가 합의됐어도, 문구나 투표 절차를 놓고 또다시 문제 제기가 나올 것입니다.
민주당과 대선 후보들은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충분히 합의하고, 2012년처럼 경선을 파행시킬 경우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는 각서를 썼으면 합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후보라도 민주주의 절차와 과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대선 본선은 물론이고, 대통령이 된다 한들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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