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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친일행위, 이렇게라도 갚을 수 있었으면"

유용 서울시의원의 '속죄'... 친일인명사전 필사운동 1180명 마무리

등록|2017.01.25 18:25 수정|2017.01.26 08:36

▲ 김문수 서울시의원이 미국에서 친일인명사전 필사본을 보내온 홍순호 어르신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유용 시의원, 오른쪽은 친일연구가 임종국 선생의 여동생 임순화씨. ⓒ 서울시의회제공


"사전을 펼쳐보고 같은 문중의 할아버지들 이름이 많이 나와 낯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로 조상들의 죄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5일 오후 친일인명사전 필사운동 사례보고 및 중간결과 보고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시의회 기자실. 유용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동작4)이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유 의원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친일인명사전에 기재된 기계 유(兪)씨 성을 가진 조상 27명의 친일반민족 행위 내용을 손수 필사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

그는 "얼굴도 모르고 지금은 돌아가셔서 만날 수도 없지만, 선조들의 친일행각으로 인해 당시 고통받았을 국민들에게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며 "조상들의 잘못을 후손인 제가 사죄하는 것이 도리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행적을 한 글자씩 아프게 새기며 필사했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1905년 을사늑약 전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제의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4389명의 친일행적을 정리해 수록한 책이다. 

정부예산을 지원받아 추진되다가 지난 2003년 국회에서 예산 5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으나, 이를 개탄하는 <오마이뉴스> 기사의 한 댓글에 자극을 받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7억여 원이 모금돼 지난 2009년 완성할 수 있었다.

▲ 미국에 거주하는 홍순호씨가 보내온 친일인명사전 필사본. ⓒ 김문수의원


4389명 중 1180명 필사 끝나... 80대 재미동포도 보내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당시 김문수 위원장)는 지난해 2월말 3.1절을 앞두고 '친일인명사전 4389명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 행사를 시작했다.

이 운동을 주도해온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북2)에 따르면, 현재까지 필사가 끝난 인원은 1180명.

유 의원 외에도 초등학생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회견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홍순호(1934년생)씨가 항공편으로 보내온 필사본이 공개되기도 했다. 홍씨는 한국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친일인명사전 필사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간도특설대에서 근무했던 강아무개 상병의 친일행적을 써서 김 의원에게 보냈다.

김종욱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자녀들에게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행적을 바로 알려주기 위해 자녀들과 함께 친일파의 행적을 꼼꼼히 필사했다.

이날 회견에는 친일파연구가 임종국 선생의 여동생 임순화(77)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회견 전에 자신의 아버지의 친일행적을 필사하고 왔다는 임씨는 "아버지의 친일행적을 써내려가는 게 마치 육체적, 정신적 고문같았다"며 "모든 친일 후손들이 그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겠지만 조상을 대신해서 사죄하고 나라에 봉사하는 길을 걷는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초 작년 광복절까지 필사운동을 끝낼 예정이었지만, 여러 일정이 겹쳐 집중할 수 없었다"며 "남은 3209명에 대한 필사가 끝날 때까지 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친일인명사전 필사운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김문수 의원의 블로그(blog.daum.net/soomoonjang2, blog.naver.com/soomoonjang2)와 이메일(soomoonjang2@naver.com) 등으로 신청하면 순서와 필사대상 인물을 지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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