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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양이가 아니라 삵이라 믿기로 했다

쓰시마 여행, 유서 깊은 신사에서 풍어제를 지켜봤다

등록|2017.01.26 11:40 수정|2017.01.26 11:43
각종 개발 사업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금과 증여를 통하여 대상지를 매입하거나 확보해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The National Trust of Korea, NT)의 최중기(인하대 해양과학과 명예교수)공동대표를 포함하여 NT회원 몇 사람과 함께 지난 2017년 1월 20일~22일(금~일) 일본 쓰시마(対馬島,대마도)에 다녀왔다. -기자말

이제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섬 남서쪽 끝에 있는 '쓰쓰자키(豆酘崎) 전망대'로 갔다. 지난 11월에도 왔다 갔던 곳이지만, 멋진 곳이다. 우측의 대한해협과 좌측의 쓰시마해협은 검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심하기는 했지만, 보기에 좋았다.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우측언덕 아랫길을 돌아가다가 매를 발견했다.

일본 쓰시마쓰쓰자키 ⓒ 김수종


이곳에 둥지가 있는지 지난번처럼 공중을 돌면서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작은 바위섬에 있는 등대와 절벽사이에 있는 나무들, 간간히 보이는 산짐승과 새들이 마음에 드는 곳이다. 이웃엔 캠핑장까지 있다. 여름에 찾으면 최상의 휴식처가 될 것 같다.

이어서 서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 몽돌해수욕장을 둘러 본 다음, '다쿠즈다마신사(多久頭魂神社)'로 갔다. 신사 초입에 어르신들이 모여서 방어를 숯불에 굽고, 술도 한잔하고 있었다. "오늘 신사에 무슨 행사가 있는가 봅니다. 입장이 가능한지요"라고 물어 보았더니, "오늘 풍어제가 있는데, 조용히 들어오면 된다"라고 해서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일본 쓰시마풍어제 ⓒ 김수종


우선 본당 뒤편에 있는, 천년은 되어 보이는 신목과 주변의 큰 나무들을 본 다음, 각자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는 풍어제가 열리는 본당 내부를 뒤편에서 조심스럽게 살펴보면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다행스럽게도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시면 사진촬영을 허가합니다"라고 '간누시(かんぬし,神主, 神官)'가 말해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더 찍고 잠시 구경도 했다.

일본 쓰시마풍어제 ⓒ 김수종


풍어제라서 그런지 제물에 생선도 올라가 있고, 파, 배추, 술 등이 보였다. 본 행사를 전부 관람하는 것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나왔다. 이곳 신사는 가을 수확이 끝나는 10월에는 이웃의 아카고메(あかごめ, 赤米, 붉은 쌀)논에서 수확한 붉은 쌀을 모아서 아카고메마츠리(赤米祭)를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쓰시마신사의 신목 앞에서, 최중기 교수님과 고광용 선배님 ⓒ 김수종


참고로 한국에서는 전남 지역 일부에 붉은 쌀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조금 남아 있다. 그곳의 종자가 이곳으로 건너온 것이라고 한다. 붉은 쌀은 성인병 예방과 심장에 좋다고 전한다. 가격은 흰쌀에 비해 5배 정도 비싼 편이다.

신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입구에서 만난 어르신들을 다시 만났다. 한참 방어를 굽고 있어서 나와 몇 명이 한 점씩 얻어먹었다. 기름기가 많기는 했지만, 숯불이 좋아서 맛났다. 우리는 답례로 가지고 있던 술을 한잔씩 권하고는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 나왔다.

이제는 차를 돌려 '은어맞이(鮎もどし)자연공원 캠핑장'으로 갔다. 이곳의 계곡과 출렁다리, 큰 바위는 과히 장관이다. 잠시 바위에 앉아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누워서 하늘을 한참 바라본 다음 언덕 위 야영장까지 둘러보았다. 정말 좋은 곳이다. 여름에는 반드시 캠핑에 도전해보자!    

일본 쓰시마은어맞이자연공원 ⓒ 김수종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이즈하라로 갔다. 대형할인점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젊은 사람들은 햄버거로 식사를 했고, 나이든 어른들은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와서 13명이 동시에 입장하여 먹을 식당이 없었기 때문이다. 콜라를 싫어하는 나는 당연히 햄버거보다는 도시락을 택했다.

각자가 기호에 맞는 도시락과 녹차, 감주(甘酒,あまざけ)를 사서 매장 입구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의 음식을 교환하면서 맛나게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감주는 한국에서는 식혜를 뜻하는데, 일본에서는 술인지 맛은 식혜인데 약간은 알코올이 있는 듯 맛이 미묘했다.

일본 쓰시마도시락 ⓒ 김수종


식사 이후 나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집에서 상비약으로 먹을 맥주효모로 만든 한방소화제 한통과 선물용으로 녹차를 3개 사왔다. 녹차는 하나는 집에서 마시고, 두 개는 친구들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일본 녹차는 정말 별미다. 이제부터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이웃한 '쓰시마 관광정보관'으로 갔다.

쓰시마의 특산품 소개와 조선통신사의 역사와 길 등 지역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소개하는 시설로 나름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 자전거 대여는 물론 서적 판매와 물품보관소, 화장실 등도 있어 누구나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시청 옆, 지난 1977년에 세워진 '나가사키 현립 쓰시마역사민속자료관'을 살펴보았다. 자료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그냥 보고 나왔다. 이곳에는 쓰시마도주 가문의 문서 8만 여점을 보관하고 있다. 전시실엔 100여점의 고고, 민속, 역사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동종과 낚시 방법, 인장 등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쓰시마조선통신사비 ⓒ 김수종


나오는 길에 입구에서 지난 1992년에 세웠다는 '조선통신사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곳곳에서 많이 자주 발견되는 통신사비를 보면서 어쩌면 척박한 땅 쓰시마에서는 조선이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고, 수없이 오간 조선통신사들의 도움과 공적이 많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선통신사를 말하지 않고는 쓰시마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쓰시마오후나에유적 ⓒ 김수종


이제 다시 출발. 남쪽으로 조금 달리니 쓰시마번의 배를 보관하던 정박장이다. 1663년에 조성되었다는 '오후나에유적(お船江跡)'이다. 17세기에 정박장을 가졌던 번은 많았으나 이곳처럼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사례는 드물어 근대사 중요 유물이다. 정말 작고 이쁘게 조성된 도주 전용 정박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주변의 조경이나 돌과 나무도 멋스러운 곳이다. 지금은 공원이라고 보면 좋을 정도로 풍광이 좋다. 

이곳에서는 지난 1984년 일본 전설의 동물인 '갓파(河童, かっぱ)'와 비슷한 동물이 목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부근 도로에서는 발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 방송국, 시청 등에서 현장을 확인하는 등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분비물 견본을 채취하기도 했으며, 결과는 불분명하게 나왔다.

일본 쓰시마갓파 ⓒ 김수종


아쉽게도 이후에 갓파를 보았다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사라진 전설이 되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이곳을 지나는 다리 위 인도에는 갓파를 부조한 조각이 여러 모양으로 남아있어 그 전설을 다시 일깨우는 듯했다.

갓파는 일본 각지의 강, 호수, 바다 등에 사는 인간을 닮은 반인반수의 동물이다. 엔코(猿猴), 메도치, 가왓파 등으로 불리며, 각자 개성이 있다. 일반적인 갓파는 바가지 머리를 한 어린아이 모습으로 머리 꼭대기에 움푹 파인 곳이 있고, 거기에는 물이 들어 있는데 물이 없어지면 죽는다고 한다.

손가락은 세 개로 물갈퀴가 있고, 두 팔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한 쪽에서 잡아당기면 쑥 빠져버린다. 장난치길 좋아해서 아이들을 강 속으로 끌어들이거나, 인간의 시리코다마(しりこだま,尻子玉, 항문(肛門)에 있다고 상상되었던 구슬)를 빼낸다고도 한다. 갓파가 오이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여 일본에서는 초밥 집에서 사용하는 절인오이를 갓파라고 하는데, 오이를 왕창 넣은 초밥을 '갓파스시'라고 한다.

이제 차를 북으로 몰아 쓰시마의 남북을 가르는 '만제키세토(萬關瀨戶)'라는 수로 위의 다리인 '만제키바시(万関橋)'로 갔다. 붉은 색 다리가 강렬하고 멋지다. 다리와 아래의 운하를 조망한 우리들은 다시 차를 몰아 북섬의 서남쪽에 있는 '신와노사토자연공원(神話の里自然公園)'으로 갔다.

이곳은 파도가 상당히 조용한 아소만 끝자락에 있어 태고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자연공원으로 만남 교류의 동, 잘 다듬어진 캠핑장과 방갈로, 잔디밭에 설치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기구가 갖추어져 있다.

일본정원의 차분한 멋과 더불어 풍부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들은 바닷가에 있는 카누, 카약((canoe, kayak)장을 잠시 둘러보았다. 바다가 너무나 잔잔한 곳이라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런 곳에서 한번 놀아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쓰시마예쁜 고양이들, 나는 삵으로 생각하련다 ⓒ 김수종


이어서 돌아서 나오는 길에 어린 고양이 두 마리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들 고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지난달에 방문했던 '쓰시마야생동물보호센터(對馬島野生動物保護センター)'에서 본 '야마네코(やまねこ,山猫)'로 불리는 살쾡이(삵)을 닮았다.

혹시 정말 야마네코가 아닌가 싶어서 살펴보면서 사진을 여러 장 찍어왔다. 너무 귀엽고 작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야생동물은 아닌 듯 보였다. 그냥 들 고양이 같기도 하다. 아무튼 신기하고 귀여워서 나중에 확인을 위해 사진을 왕창 찍었다. 이곳 쓰시마에서 100마리도 안 된다는 야마네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주인장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야마네코인가" 물어보았다. "꼬리가 짧은 것은 이곳 쓰시마 고양이의 특징이고, 머리 위부터 줄무늬가 있기는 한데, 그냥 들 고양이 같다"고 했다.

조금은 실망했지만, 다음 날 귀국하는 길에 렌터카 사업자 김삼관 사장에게도 물어 보았다. "야마네코는 귀 뒤에 흰 선이 있고 꼬리가 둥글며 굵고 길다. 이것은 그냥 들 고양이로 보인다"고 했다. 쓰시마 사람 두 명이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기분 좋게 야마네코를 본 것으로 착각하며 살기로 했다. 그게 나를 더 기쁘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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