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 거주 이△△씨가 제공해준 차례상 사진. 정화수(물), 떡, 과일이 올라간 차례상이다. ⓒ 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되듯이 변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명절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이△△(45)씨는 명절 문화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이씨는 차례상에 따로 특별한 음식을 올리지 않는다.
"차례상에 올리는 것은 항상 정화수(물), 떡, 과일 이렇게 3종류예요. 떡이나 과일 종류는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기도 해요."
이씨는 "차례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어떤 형식이나 허례가 아니라는 생각에 간소화"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차례상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약 10년 전부터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린 이씨가 이제서야 인터넷으로 차례상 사진을 공유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차례상의 문화가 변한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10년 전에는 이런 차례상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용기를 못 얻었거든요. 행여 있을지 모를 악플 등도 신경이 쓰였구요. 그런데 작년 인터넷 기사에서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차례상 사진이 저희 집 풍경과 비슷해서 용기도 얻었어요"라고 밝혔다. 이씨는 자신의 간소한 차례상을 나눠 다른 사람들도 간소한 명절 차례상을 차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은 간단한 차례상을 차린 후, 가족이 모여 각자 미리 집에서 준비해온 잡채나 조기 등을 반찬으로 평소 식단과 비슷한 식사를 한다. 이씨는 인터넷에 글을 쓴 후 많은 분들의 응원과 동감을 받으면서, 차례상 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차린 차례상
▲ 연어회가 올라간 차례상. 차례상의 놀라운 변화다. ⓒ pixabay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은성(37)씨는 차례상에 연어회, 병맥주 등을 올려 음식을 대신했다. "이걸 뭔가 즐거운 아이디어로 채우고 싶었어요." 김씨는 바쁘게 음식을 하는 명절이 아니라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명절을 보내고 싶어 준비했다고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맥주, 제가 좋아하는 연어, 엄마가 좋아하시는 새우 이런 식으로 … "
▲ 서울 마포구 거주 김은성씨가 올린 수제 맥주의 종류. 약 9000원 정도의 고급 독일 수제 맥주이다. ⓒ LeeKeoma
차례상에 올라가는 전통적인 음식 대신 가족들이 좋아하는,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식들로 차려낸 것이다. 김씨는 "어차피 드는 돈이니까 평소에 먹고 싶지만 굳이 먹지 않던 그런 것을 먹으면 가족들에게 특별한 기억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해봤던 차례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추석 김씨는 새우를 활용한 음식과 연어회, 독일산 고급 수제 맥주와 갈비찜을 올려 가족과 즐겼다.
그 이후로도 굳이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이 가족이 즐기지 않는 음식이라면 다른 음식으로 대체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다고 김씨는 말했다.
"해물을 좋아해서 갈비찜 말고 식구들이 먹고 싶은 해물찜을 올리고 … "
김씨는 "노동을 줄여야 먹는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명절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