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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명절 스트레스? 우리집엔 그런 거 없습니다

등록|2017.01.28 16:47 수정|2017.01.28 16:47

▲ ⓒ 조상연


30년 전 결혼식이 끝나고 폐백을 드리는데 어머니 하시는 말씀이,

"아주 크게 틀린 말이 아니면 아내 말 거스르지 마라. 네가 아내한테 잘해야 엄마가 대접받는다. 그리고 처가 행사에 빠지지 말아라. 그래야 네 아내가 엄마 생일 챙겨준단다."

그 뒤로 몇 년 뒤 두 아우가 결혼하고 아우들과 맞절로 예를 갖춰 폐백을 받는데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던 어머니 말씀이,

"둘째 셋째(며느리)는 내 말 명심해야 할 것이야. 형(나의 아내 즉 큰며느리)의 말은 곧 나의 말이다. 설령 옳지 않은 일을 시키더라도 곧바로 따지고 들지 말고 해라. 옳지 않은 일을 시킬 사람도 아니지만 말 떨어지자마자 반박하는 모습이 보이면 내 그것만은 용서치 않을 것이다. 내 큰며느리, 즉 형의 말이 곧 법이다."

종갓집의 장손인 나는 딸만 둘이고 둘째는 아들 하나에 딸 둘 막내는 아들 둘에 딸 하나이지만 "장손이 아들 안 낳느냐?" 단 한마디 말씀도 없었던 어머니. 아무튼 결혼식 때 하신 말씀 그대로 큰며느리를 대접해주시는 덕분에 우리집은 며느리들끼리 단 한 번도 얼굴 붉히는 일이 없습니다.

명절증후군? 명절 때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요? 글쎄요? 차례를 지내고 어서 친정으로 가라며 등을 떠미는 어머니 때문에 설거지도 채 끝내지 못하고 집을 나서는 제수씨들입니다. 아내 혼자 남아 뒷치다꺼리를 할라치면 "너는 안 가니?" 하면서 웃으시고는 다 저녁 때 일어서는 며느리를 따로 불러 자식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두 큰며느리 손에 쥐여주십니다. "원래 큰놈 하는 일이 표시도 안 나게 힘만 들 뿐이다"며 등을 토닥이는 어머니지요.

저는 오늘 회사 근무입니다만 아내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친정은 내일모레 편할 때 가고 딸들이랑 영화 보러 극장에 왔다고요. 친정가면 셋째딸이라고 귀여움 받고 우리 집에서는 큰며느리라고 대접받고...

명절날 스트레스받으세요? 저의 아내는 명절날이면 한몫 단단히 챙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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