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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봉 "비서실장 정기 대면보고 없었다"

[대통령 탄핵심판] 대통령-참모 의사소통에 횟수에 관심... "'문고리'만 만났단 얘기?"

등록|2017.02.01 17:21 수정|2017.02.01 17:21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은 물론 비서실장으로부터도 보고를 극히 제한적으로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권 인수위 때부터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일한 유민봉 새누리당 의원의 증언이다.

1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선 유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으로 참여, 2013년 3월부터 청와대 국정기획조정수석비서관을 맡아 2015년 1월까지 일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업무 방식을 잘 알고 있다.

▲ 유민봉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1일 오후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3년 10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갑자기 열리게 된 데에 최순실이 관여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졌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서 10월 27일 최씨가 전화를 해 박 대통령의 유럽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라고 말한 녹음이 공개됐고, 정 전 비서관도 지난달 19일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서 최씨가 전화한 뒤 갑자기 회의 일정이 잡혔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회의 개최 결정은 여러 보좌진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도 이날 증인신문에서 최씨의 일방적인 지시로 회의가 열린 것은 아닐 거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최씨의 전화 지시에 대해 유 의원은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당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에게 회의 개최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에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단순히 최씨가 전화로 지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회의 개최를 박 대통령에 건의했을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보통 비서실장께서는 대통령과 조우하는 캐주얼한(격식이 없는) 만남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국무위원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가 있다면 엘리베이터 앞에서 임명장 수여식장까지 수행해서 오는데, '지금 3주 넘게 (국무회의 나 수석비서관회의) 회의가 열리지 않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가지 않고 있고, 출입기자단의 요청도 있는데 국무회의나 수석회의를 여는 게 어떨까요' 그런 얘길 캐주얼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구조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건의를 한 적이 없고, 김 비서실장이 그런 건의를 한 걸 확인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관들의 관심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자주 이뤄지는지로 모아졌다.

김이수 재판관은 유 의원이 말한 '비서실장의 캐주얼한 보고'가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말고도 어떤 자리에서 더 있을 수 있는지 물었다. 유 의원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 때 대통령께서 회의장에 들어올 때 비서실장이 같이 들어오는 구조다. 청와대 본관 2층 집무실에서 내려오시면 1층에서부터 영접해서 그 사이에 얼마든지 캐주얼한 현안이나 결심 등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걸로 안다"고 답했다.

김 재판관은 다시 '캐주얼한 보고말고, 비서실장과 대통령 사이에 정례적인 보고 혹은 독대 같은 대면보고는 없느냐'고 물었다. 유 의원은 "그런 것은 못 들어봤다"고 답했다. '못 들어봤다면 없을 것 같다'는 김 재판관의 질문에 유 의원은 "네"라고 긍정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같은 정례회의 말고 피청구인(박 대통령)과 독대 혹은 대면보고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유 의원은 "5회를 넘지 않는다. 4회 정도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대중·노무현 참모들 "비서살장은 아침·저녁으로 보고하는 자리"

대심판정 빈자리 하나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가운데 이정미 권한대행 등 8명의 재판관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유 의원의 이날 증언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또 비서실장의 수시보고도 거의 없어 주요 회의 직전 영접 등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구두보고가 이뤄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청와대의 업무방식에 대한 일반 상식에 어긋난다. 대통령이 가장 자주 보고를 요구하고, 또 가장 부담 없이 대면보고를 할 수 있는 직책이 비서실장인데 '박근혜 청와대'에서는 비서실장 보고마저도 극히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제1부속실 행정관과 공보담당비서관 등을 지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비서실장은 언제든지 대통령의 호출에 응해 수시로 보고를 하는 직책이고, 주요 회의 전에는 반드시 사전보고를 한다"며 "수석 등 비서관의 대통령 대면보고 시에도 배석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대통령에 보고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공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경환 국민의당 의원도 "비서실장은 아침 저녁으로 늘 대통령 보고가 필수인데 비서실장은 제쳐두고 '문고리'들만 대통령을 만나왔다는 것"이라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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