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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의 변 "보수 소모품 되기 싫었다"

참모들과 작별 인사 "한 사람이라도 상의했으면 뜯어 말렸을 것"

등록|2017.02.01 19:02 수정|2017.02.01 19:02

불출마 선언 중 기침하는 반기문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포기한 이유를 털어놨다. 불출마 선언 직후, 선거 준비를 도왔던 참모진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 참모진과 인사를 나누며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발표문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한 사람이라도 상의했다면 뜯어말렸을 것이 분명하다. 한발 더 디디면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불출마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순수하고 소박한 뜻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내가) 너무 순수했던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실 정치의 냉혹함과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 정치 사이의 괴리를 극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표를 얻으려면 보수라고 확실히 말하라고 요청했다"

자신에게 '보수 인증'을 강조한 이들은 '정치인들'로 한데 묶어 비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의 눈에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보이고 자꾸만 사람을 가르려고 하더라"면서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인데, 정치인이면 진영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정치인들'을 향한 비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더라"면서 "(일부 정치인은) 정치는 꾼에게 맡기라고도 했는데, 당신은 꾼이 아닌데 왜 왔느냐고 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참모진들은 반 전 총장의 결정을 대부분 납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이도운 전 서울신문 부국장은 기자들과 만나 "(실무진들은) 오후 3시 반 (불출마) 기자회견 때 인지했다"면서 "(참모진 모두) 하나같이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하고 따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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