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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진보-보수 질문에 환멸" 인명진 "그런 뜻 아냐... 오해한 듯"

반기문 대선 불출마 원인 놓고 해석 분분... 인명진 "정치 현실 냉정하게 봤어야"

등록|2017.02.02 14:03 수정|2017.02.02 14:03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방문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이희훈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났더니, 딱 앉자마자 내게 '보수에 속합니까 진보에 속합니까' 질문을 하더라. 이건 적절치 않은 질문 아닌가. 누가 뭐래도 나는 보수다. 그런데 그걸 구분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런 부분에 환멸을 느끼는 것이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1일 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향해 노기 띤 비판을 제기했다. 같은 날 면담 자리에서 자신에게 자꾸만 진영 논리를 강요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고도 했다.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처럼 "어떻게 사람을 진보냐 보수냐 나누나"라며 인 비대위원장을 직접 성토했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심정은 불출마 선언 직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만난 참모진들과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불출마의 변을 밝히며 "표를 얻으려면 나는 보수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하라는 요청을 너무 많이 들었다"면서 "말하자면 보수의 소모품이 되라는 것인데, 정치인이면 진영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결국 인 비대위원장을 겨눈 화살이었다. '보수냐 진보냐'라는 질문은 자신을 '보수의 소모품'으로 취급한 것과 같다는 맥락이었다. 인 비대위원장이 '낙상 주의'를 언급하며 반 전 총장에게 제3지대 구축 대신 입당을 권유한 것에도 불쾌감을 느꼈을 거라는 분석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전날 면담 말미 "나이가 들어 낙상하면 큰일 난다"며 "겨울 철에는 집에 있는 게 제일이라, 최근 낙상 주의로 입장을 바꿨다"며 반 전 총장에게 '낙상 주의'를 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결정에 인 비대위원장 등 일부 여권 인사들의 진영 논리 강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우택 원내대표 또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2일 비상대책회의에서 "(반 전 총장에게) 진영 논리를 강요하며 순수한 정치의 뜻을 펴지 못하게 한 복잡하고 냉정한 정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인명진 "기자들이 오해한 것 아닌가", 반기문 "당황스러웠다"

이에 대해 인 비대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 스스로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한 것에 첨언했을 뿐, "그런 뜻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낙상 주의' 표현에 대해서도 "왜 밖에서 고생하시느냐는 말씀을 드린 것으로, 그 분은 (내 말 뜻대로)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기자들이 오해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비판은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또 "환멸을 느낀다는 것은 아마 다른 쪽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저는 전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비유적으로 말했"을 뿐, 반 전 총장의 진영 논리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을 방문해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이희훈


인 비대위원장의 생각과 달리, 반 전 총장의 실망은 오늘(2일)까지 이어졌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의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 비대위원장의 '낙상 주의' 발언이 불쾌했나"라는 질문에 "(인 비대위원장이) 악수도 끝나기 전에 보수주의자냐, 진보주의자냐고 질문해 당황스러웠다"면서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으로 구분하면 결과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인 비대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는 "조금 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냉정하게 보셨으면 하지 않았나, 주변 인물도 잘 조언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 이유를 진단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이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개헌 협의체'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새누리당은 2일 당론으로 '대선 전 개헌'과 '분권형 개헌 추진'을 채택한 바 있다. 인 비대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개헌협의체를) 제의했을 때 호응이 나온 건 없었지 않나"라면서 "저도 호응하지 않았는데, 점잖게 거절할 걸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헌 협의체처럼) 밖에서 하는 게 정치적 행위일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당은 국회를 통해서 하는 게 현실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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