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주민들 "절망적인 저항, 무참히 짓밟혀"
창원지방법원, 항소심 15명 유죄 선고 ... 밀양대책위 "상고하겠다"
▲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2일 오전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 남어진
70대 안팎 주민들은 재판이 끝나고 1시간여 동안 재판정 앞에서 그동안 참아온 슬픔을 쏟아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이야기다.
주민 15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기소자 67명 중 가장 많은 15명에 대해 2일 오전 항소심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민들이 주장하는 시민불복종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하는 방어권의 표현임에는 마땅하나, 이것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이 이번 사건 과정에서 경찰과 찬성 주민들에게 행사한 불법적인 행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결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권혁근, 배영근, 김동현, 정상규, 김자연, 신훈민, 서국화, 김태형 변호사로 '밀양송전탑주민법률지원단'을 구성해 법률대응해 왔다.
대책위는 "변호인단이 시민불복종의 주장 범위를 공사 진입로 또는 공사현장에 연좌하거나 공사 장비에 몸을 묶은 행위 등 소극적인 저항행위로 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행위를 일괄적으로 폭력행위로 규정하면서 변호인단의 주장을 배척하는 것은 중대한 심리미진에 해당하는 것"이라 했다.
밀양 주민들 "최순실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재판이 끝난 뒤, 일부 주민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최순실이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생존권 지키는 주민들은 이리도 무참하게 짓밟는다"며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재판부에 분노했다.
김영자(61, 상동면)씨는 "송전탑 공사 막느라고 차량에 치여 다리를 다쳐서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 송전탑 일로 한동안 두통으로 고생했는데, 오늘 그 통증이 다시 도지고 있다"며 "철탑 막으면서 다 잃어버렸다고 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고 떳떳하다고 자부했는데, 또 통증이 도진다.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임출(76) 주민은 "찬성 주민들은 지난 설에도 쇠고기와 사과 선물세트를 돌리며 희희낙락했다. 우리는 그동안 창원을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호소하고 또 호소해도 헛일이다"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이남우(75) 주민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아주 작은 진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철탑 밑에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 괴롭다. 그래도 우리는 재판부의 양심에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옥순(70) 주민은 "차라리 지금 들어가서 징역을 살고 싶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햇수로 12년에 접어드는 밀양송전탑 저항의 과정에서 이미 주민들은 만신창이가 되었다"며 "철탑은 모두 들어서서 전기가 흐르고 있고, 재산권은 나락으로 떨어졌으며, 마을 공동체는 여전히 찬성과 반대의 분열 속에서 이를 부추기는 한전의 책동, 선물과 공짜 여행과 찬성 주민들의 조롱으로 심신이 말할 수 없이 지쳐 있다. 그 사이 발병하여 투병중인 주민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지켜보듯, 법에 의한 지배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를 똑똑히 지켜보았다"며 "그러나 잘못된 정책에 저항하는 고령 노인들의 절망적인 저항은 무참하게 짓밟혔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경수 국회의원(김해을)실 주관으로 연세대 국학연구원과 함께 '밀양송전탑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 활동을 하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와 한국전력의 폭력의 진상을 밝힐 것"이라 했다.
밀양대책위는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주관으로, 대표적인 송전탑 피해 지역인 청도, 횡성, 당진, 군산 주민들과 함께 '국회 차원의 재산 건강 피해 조사'를 위한 청원 활동에 나설 예정"이라 했다.
주민들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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