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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드나드는 현관에 이런 의미가?

[서평]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58가지 정리법 <비우는 연습>

등록|2017.02.06 09:39 수정|2017.02.06 09:39
가끔, 며칠쯤 혼자서 집에 있을 때가 있습니다. 혼자 있으니 집을 어지럽힐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강아지가 있을 때야 그놈들이 어지럽혔지만 그놈들까지 없으니 한번만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으면 몇 며칠이고 청소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디서 생기는지를 알 수 없는 먼지들이 뿌옇게 쌓이기 시작합니다. 며칠쯤 청소기를 돌리지 않거나 걸레질을 해주지 않으면 바닥에서 먼지 밟히는 촉감이 느낌으로 올라옵니다.

집이 낡은 것도 아니고, 창문을 열어 놓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먼지는 쌓이고, 세면기처럼 물을 쓰는 것들은 얼룩덜룩 지저분해 집니다.

집만 이런 게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렇습니다. 마음을 잘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거 다 압니다. 마음을 비우면 걱정도 덜고 근심도 덜 수 있다는 것도 다 압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아무리 깨끗이 비우려 해도 어디서 생겨 어떻게 찾아오는지를 알 수 없는 잡념들이 미세한 먼지들처럼 야금야금 생겨납니다.

궁극적 행복으로 가는 <비우는 연습>

▲ <비우는 연습> / 지은이 마스노 슌묘 / 옮긴이 김지연 / 펴낸곳 담앤북스 / 2017년 2월 10일 / 값 13,000원 ⓒ 담앤북스

<비우는 연습>(지은이 마스노 슌묘, 옮긴이 김지연, 펴낸곳 담앤북스)은 먼지처럼 쌓이는 근심, 물때처럼 생겨 마음을 얼룩지게 하는 일상생활 속 잡념들을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는 58가지 정리법을 소개합니다.

먼지가 더께가 지도록 수북하게 쌓이면 청소하기도 힘듭니다.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찌든 때는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자주자주 청소를 해주면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때로는 성가시고 조금은 귀찮을지 모르지만 평소에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58가지 정리법은 그때그때 정리하는 손길 같습니다. 먼지떨이 질을 하듯 가볍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비질이나 물걸레질처럼 아주 일상적이어서 특별한 요령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무슨 뜻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읽으면 그냥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맞아, 이렇게 하면 돼!' 하며 공감하게 됩니다. 마음을 가리고 있었던 무지를 툭툭 털어내는 먼지처럼 가볍게 털어줍니다. '지금 이 순간을 힘껏 살아간다', '눈물이 나올 만큼 진심을 다한다', '작은 목표부터 세우고 날마다 노력한다', '비교는 자기 자신만 괴롭히는 일' 등 그냥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으로 동감하게 되는 내용들입니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58가지 정리법

저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이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반조해보고, 스스로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로 읽혀집니다. 

현관玄關이라는 말의 어원은 '현묘玄妙하게 들어가는 관문關門'입니다. '현묘하다'는 것은 심오하고 정취가 뛰어나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관이란 선 수행으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인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건물에 현관이라는 것이 따로 없었으며 정원에서 계단을 오르면 바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 <비우는 연습> 170쪽

누구나 하루에도 서너 번씩은 드나드는 현관, 그 현관조차 삶을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됩니다. 그냥 드나드는 현관은 공간이라는 의미만을 갖습니다. 하지만 현관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고 나면 마음은 물론 일상까지도 추스르게 하는 현묘한 장소가 됩니다.

집의 첫 관문이 되는 현관, 그 현관이 반듯하게 정리돼 있으면 드나드는 마음도 반듯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쓰레기가 쌓인 곳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런 곳에는 쓰레기를 버려도 별로 티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거울처럼 깨끗한 곳에는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트려도 한눈에 확 띕니다. 그렇기 때문에 쉬 버리지 못하고, 함부로 더럽히지 못합니다. 실수로 떨어뜨린다 해도 금방 줍게 됩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만 그런 게 아니라 마음도 그렇습니다. 매일매일 정리하고, 그때그때 정리하다보면 선수행자들이나 누릴 것 같은 명상이 이미 생활입니다. 남의 이야기만 같은 선 수행 생활이 어느새 일상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건 누가 뭐래도 행복입니다. 그 행복이 비움으로 채워질 수 있다면, 비움이야말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첫걸음이자 최소한의 토대라 생각됩니다.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58가지 정리법, <비우는 연습>을 통해 비우다보면 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행복은 점점 다가오는 봄날처럼 시나브로 찾아들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비우는 연습> / 지은이 마스노 슌묘 / 옮긴이 김지연 / 펴낸곳 담앤북스 / 2017년 2월 10일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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